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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잡겠다더니 사교육 '숙주' 키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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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잡겠다더니 사교육 '숙주' 키우네

[김종배의 it] 사교육 대책 갈짓자 행보, 왜?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다. "무분별한 대학 진학으로 야기되는 사교육비 고통과 청년 실업 문제는 정부가 해야 할 중산층 및 서민대책의 핵심 과제"라고 했다. 오늘 마이스터고에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말했다. "사교육비만 잡아도 중산층이 강화된다"고 했다. 지난 4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맞다. 두 말이 필요없다. 사교육만 잡으면 정권은 대박을 치고 민생은 허리를 편다.

하지만 어느 정권도 성공하지 못했다. 대박사업이란 걸 뻔히 알지만, 그래서 모든 정부가 달려들었지만 독박만 썼다. 왜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답을 내린 적이 있다. 6월 23일 국무회의에서 교육과학기술부를 질타하며 말했다. "내 딸도 정부의 교육정책을 안 믿는데 국민이 어떻게 믿겠느냐"고 했다. 이게 정답이다.
▲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원주정보공업고교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사교육의 '숙주'는 불신과 불안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진학계획을 불가측 상태로 몰아넣는다. 정착되는가 싶으면 휘젓는 입시정책이 학생과 학부모의 진학전략을 흐트러놓고 학습전략을 교란시킨다. 그래서 사교육에 기댄다. 국·영·수에 올인 하고 사설학원의 진학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가이드가 못 미더워 스스로 지도를 펴는 것이다.

다를 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린 정답에 기초하면 이명박 정권도 불신과 불안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여느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멀리 볼 필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만 살펴도 갈짓자 행보를 단번에 읽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6월 2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교육 관련 집단이 세다는데 그래서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잘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몰아붙였다. "장관도 (사교육 관련 집단세력이 세서) 그러느냐"고 했다.

모두가 같은 풀이를 내놨다. 대통령의 '안병만 질타'는 결국 곽승준·정두언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내신 절대평가제 도입·고1 내신 대입시 반영 배제·특목고 입시 수정 등을 뼈대로 하는 곽승준·정두언 '플랜'이 사실상 추인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같은 풀이는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미래기획위원회와 거의 동일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정사실이 되는 듯 했다.

더불어 전망했다. 학원심야교습 금지는 시도 조례에 의하면 된다는 교과부의 입장,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과 고1 내신 대입시 반영 배제에 반대하는 교과부의 입장은 사실상 거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개각에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경질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헌데 아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흐름이 180도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병만 장관이 어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교육정책을 관장하고 최종 결정을 하는 사람은 교과부 장관"이라고 못 박더니, 오늘은 같은 신문에 안병만 장관의 입지가 더욱 튼튼해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는 교과부가 중심이 돼 사교육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라"고 말했으며,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으니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열흘 전, 이명박 대통령의 등등했던 기세를 떠올리면 어리둥절할 정도로 돌변한 태도이기에 믿기 어렵지만, 그래서 혹여 '동아일보'가 오보를 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동아일보'가 '소설'을 쓴 것이 아닌 한, 청와대 관계자가 이렇게 전한 건 엄연한 사실인 한, 여권 깊숙한 곳에서 혼란과 혼선이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에서 이 말 다르고 저 말 다른 행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행태를 보인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가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며 사교육의 '숙주'를 키우고 있는 점만은 분명하다.

어쩌면 예견된 귀결인지 모른다. 과정을 보면 그렇다.

사교육 대책 논란은 2단계로 진행됐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발언을 시작한 논란은 4월을 거쳐 5월 18일 당정회의에서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되면서 1단계가 일단락 됐다. 그랬다가 6월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안병만 장관을 질타하면서 2단계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분기점이 되는 회의가 열렸다. 1단계와 2단계의 경계지점에서 바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6월 22일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친서민 행보'를 선포했다. '친서민'을 표방하면서 그 일환으로 사교육 근절을 들고 나왔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가 갈짓자 행보를 보이는 연유를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친서민'이란 과녁을 먼저 겨눈 다음에 총알을 끌어모으다보니 실탄인지 공포탄인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선명하고 상징적인 대책이 가져올 즉시효과에 현혹돼 냉큼 집어들었다가 교과부가 내세운 현실성 논리에 가로막혀 '트위스트'를 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는 얘기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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