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는 위대했다. 아니다. 엘리스 프레슬리는 위대한 백인이었다. 엘비스는 흑인들의 록큰롤을 제 것으로 구사한 최초의 백인이었다. 미국의 대중들이 엘비스에 열광할 수 있었던 건 그가 백인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흑인이었다면 결코 황제의 보위에 오르지 못했다.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백인 청소년들이 흑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건 언제나 금기였다.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이 목화 밭에서 영가를 부르던 시절부터 검은 음악은 백인의 귀에도 송글 맺혔다. 마지못해 백인들은 흑인들한테 서양 악기를 쥐어졌다. 흑인들은 바이올린과 트럼펫과 섹소폰과 콘트라베이스로 백인들과는 전혀 다른 음악을 창조했다. 그걸 백인들은 재즈라고 불렀다. 20세기는 미국 백인 사회가 자신들의 문화적 주도권을 흑인들한테 빼앗기지 않으려고 앙탈을 부린 역사였다. 관건은 누가 젊은이들의 귀를 사로잡을 것이냐였다. 재즈부터 록큰롤까지 언제나 흑인이 먼저 나섰다. 흑인의 음악적 DNA 안엔 코카시인 백인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음악적 영감이 잠겨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마지막 승리는 늘 백인의 몫이었다. <드림걸즈>에서 어떻게 백인들이 흑인들의 창조물을 강탈해가는지가 잘 나온다. 흑인들이 멋진 음악을 창작하면 백인들은 돈과 권력으로 그 음악을 제 것으로 만든다. 음반을 살 돈이 있는 것도 백인이고 음악을 틀어줄 방송 권력을 움직이는 것도 백인이었다. 그런데 <드림걸즈>의 검은 주인공들은 그런 억울함을 정의로움 앞에서 해소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받아들인다. 수백 년 동안 그들의 검은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배웠다. 백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들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걸 말이다. 그들은 이미 마틴 루터 킹을 잃었고 말콤X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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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잭슨 (사진 출처 : 마이클 잭슨 공식 홈페이지) |
태어날 때 검은 자였던 마이클 잭슨은 죽을 땐 하얀 자로 잠들었다. 몸을 계속 하얗게 만들기 위해 맞아야 했던 수많은 주사 자국이 뼈만 남은 앙상한 몸을 뒤덮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은 팝의 황제였다. 그러나 황제가 되려면 백인이 돼야 했다. 마이클 잭슨은 엘비스의 뒤를 잇고 싶었다. 리사 마리 프레슬리와 결혼했다. 황제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백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그를 옥죄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에미넴은 대단한 랩퍼다. 그러나 에미넴이 대단해질 수 있었던 건 그의 음악이 훌륭했고 그의 피부가 하얘서였다. 에미넴은 랩의 엘비스 프레슬리라고 불린다. 그는 흑인이 창조한 랩이라는 음악 장르를 가장 완벽하게 구사한 백인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죽음은 대중음악의 한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회적으론 끝이 아니다. 정상에 서기 위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버려야 하는 비극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권력을 쥔 다수가 소수에게 변신과 적응을 강요하는 폭력은 수많은 마이클을 낳고 있다. 하얀 마이클은 노래했다. Heal the world. Make it better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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