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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식 법치'와 '노무현식 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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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식 법치'와 '노무현식 법치'

[기고] 법에 의한 지배 vs 법의 지배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보인 행적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지닌 준법의식이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감은 매우 낮다고 평가하는 것이 정당할 것이다. 놀라운 건 MB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법치(法治)'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가 '법치'의 부재 내지 결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대통령이 간주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MB는 자나 깨나 법치의 실현에 골몰했다.

대한민국 헌법질서 아래서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법치구현을 부르짖는 마당에 '법치'가 실현되지 않을 리 만무. 무법천지(?)이던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법치'가 만개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 '법치'가 MB식 '법치'라는 사실이다.

한국방송공사 정연주 사장에 대한 막무가내 해임으로 막을 올린 MB식 법치는 광우병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및 기소, 미네르바 구속·기소, 용산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편파수사 등을 거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과잉 수사로 절정에 달했다. 'MB식 법치'가 노리는 다음 대상은 〈PD수첩〉이다.

MB식 법치의 가장 큰 특징은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라는데 있다. 흔히 법의 지배(rule of law)를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와 구별하는데 법의 지배가 '법치주의'의 이론적 배경인 반면, 법에 의한 지배는 법을 통치자의 의사를 실현하는 단순한 수단으로 간주한다. 즉 법에 의한 지배는 '법치주의'의 외피만 둘렀을 뿐, 본래적 의미의 '법치주의'가 아닌 것이다.

MB가 법치주의를 '법에 의한 지배'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제주도민들이 법률적 근거에 의해서 추진하고 있는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에서도 또렷이 확인된다. 제주도민들이 추진하는 주민소환은 주민소환법과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의해서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B는 이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입만 열면 '법치'를 외치던 MB가 정작 법률에 근거해 추진되는 주민소환에 대해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셈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MB가 이해하는 '법치'의 단초가 드러난다. MB가 제주도민들이 합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추진하는 주민소환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를 '나쁜 법치'라고 생각하거나 '법치가 아닌 것'으로 생각해서 일 것이다. 물론 '법치'와 '법치가 아닌 것' 혹은 '좋은 법치'와 '나쁜 법치'를 구별하는 기준은 최고 권력자인 MB 자신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에 "캬, 토론 한번 하고 싶은데 그놈의 헌법 때문에"라고 발언한 적이 있었다. 보수적 헌법학자들과 과점신문들은 고 노 전 대통령의 이 발언 안에 대한민국 헌법을 업신여기는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다고 평가하면서 혹독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고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참여정부 시절에 그런대로 '법치주의'가 지켜졌다는 반증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비록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헌법 때문에 못 한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이는 적어도 고 노 전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법에 의한 지배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현 대통령인 MB는 고 노 전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 같다. MB시대의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가 아닌 법을 초월한 대통령의 의중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 더 불행한 건 누구나 아는 이 같은 사실을 MB와 측근들 그리고 검찰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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