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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 유인촌 장관님, 만나고 싶습니다"

한예종 학생·학부모 "문화부는 감사 전면 철회하라"

검은 정장 차림의 6명이 관중 앞에서 신문을 읽다가 냅다 일어나 신문을 찢는다. "소통, 무관심, 이론, 예술, 민주주의." 그들은 단어를 하나씩 나열한다.

관중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얼굴이 스케치 된 캔버스에 색을 입힌다. 거치는 손이 많아질 수록 그의 초상화는 화려한 색으로 채워진다.

공연의 끝무렵, 어떤 이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다. 분주했던 주변이 일순간 그를 응시한다. 그의 손에는 성명서가 들려있다. 그가 던지는 한마디, "너도 세뇌 당했구만!" 일순간 관중들이 통쾌하단 듯 크게 웃는다.

▲ 지난 1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는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문화제가 열렸다. ⓒ프레시안

"자유예술대학 연기, 문화부 외압 의혹"

지난 1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는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문화제가 열렸다. 이른바 '한예종 사태'를 불렀던 문화부 감사 처분 요구의 전면 철회와 유인촌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학생과 학부모 100여 명이 모였다.

이론과 축소, 통섭교육 중단 및 관련자 중징계를 골자로 하는 감사 결과를 통보했던 문화부는 한예종의 이의 제기에 지난 6월 감사 결과를 재통보했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몇몇 자구만 바뀌었을 뿐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고, 한예종은 새로 선출될 총장의 결정에 따라 상당 부분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날 문화제에서 학생비상대책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총장 선거에 문화부가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학생과 교수,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유예술대학이 총장 선거를 이유로 연기됐다"며 "일부 언론을 통해 이 문제에 문화부의 외압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 한예종 학생들은 "학생과 교수,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유예술대학이 총장 선거를 이유로 연기됐다"며 "일부 언론을 통해 이 문제에 문화부의 외압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자유예술대학'은 한예종 교수와 학생들이 시민들과 예술로 소통하기 위해 방학 동안 진행하려 기획한 무료 강좌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본래 지난 6월 24일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했지만, 한예종 총장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총장 선거를 이유로 이 프로그램을 연기시켰다. 프로그램 내에는 문화부 감사 결과에 항의하며 물러난 황지우 전 총장의 강연도 포함돼 있었다.

학생비상대책위는 "자유예술대학의 의미는 한예종의 존재가치와 교육성과를 사회와 나누기 위한 것에 있는 것으로 벌써 1000명 이상 시민이 수강 신청을 했다"고 강조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이 학교 학생 김예진 씨는 "총장 투표권은 현직 교수들에게만 있다"며 "일반인을 상대로 수업하는 자유예술대학이 선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은 상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지난 25일 학생비상대책위원회는 선관위에 자유예술대학 연기에 대한 질의서를 제출했다. 김주현 학생비상대책위 위원장은 "연기 결정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프로그램 연기를 결정하는 공문을 보면 한 명의 간사가 전결을 했는데, 이는 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선관위는 이에 대해 아직 답을 내놓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해"

문화제에 모인 이들은 입을 모아 "차기 총장 선출이 한예종의 미래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성명을 발표한 한예종을지키려는학부모모임(한지모) 대표 이준용 씨는 "어떤 이가 올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한예종은 국가 산하에 있는 학교이고, 학교를 관리하는 행정요원과 교수 모두 공무원이다"라며 "정권과 가까운 이가 총장으로 올 경우, 학교는 정권이 하자는 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상이론과 김나현 씨는 교내 분위기를 두고 "기말시험 기간 동안 시험 준비와 수업 과제들로 일반 학생들이 한예종의 사태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면서 "방학을 맞아 일반 학생들과 함께 문화제를 하며 뜻을 나눌 수 있었다"고 이날 문화제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예종 졸업생이자 연극배우인 서민성 씨는 "학창시절 한예종에서 연기, 무용, 전통예술, 이론 등 통섭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에 해외에서도 활동할 수 있었다"며 "한예종은 예술계에 영양분을 주는 젖줄"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제에 모인 이들은 입을 모아 "차기 총장 선출이 한예종의 미래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이날 참가자들은 각 공연 사이마다 고대가요 '구지가'를 개사한 "유 장관아 머리를 내어라"를 불렀다. 진행자는 "유 장관을 뵙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인촌 장관은 문화제가 진행되는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감사 결과에 항의하며 문화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한예종 학부모를 향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세뇌가 되어서 그렇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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