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등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관계법을 막기 위해 시작된 법률가들의 '릴레이 단식'이 끝났다. 단식에 들어가며 이들은 "법률가는 법률의 정함에 따라 사회관계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일주일에 두 번 <프레시안>이 연재한 '사회적 정의와 양심'을 위해 단식에 참여한 법률가들의 단식 참가기의 마지막 편이다. |
지난 4월 13일 금호타이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시정명령에 대응하여 금호타이어가 해당 업체를 폐업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지금의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이병훈 노무사는 법률을 통한 구제절차가 결국에는 노동자들에게 실직의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현실에 항의하기 위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 노무사의 단식으로 지난 4월 27일부터 법률가들의 릴레이 단식농성과 국회 앞 1인시위가 벌어졌다. 우리의 목적은 비정규직법의 올바른 개정을 위한 것이었다. 당시 국회에서는 기존의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유예할 것인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의 주장은 지금의 법을 개정하자는 것인데 정치권에서는 지금의 법을 그대로 적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다투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의 슬랩스틱 코메디의 '소동' 장면을 보는 것 같은 현재 상황의 모든 원인은 결국 2006년 11월의 '불완전한 비정규직법 입법'에 있었다. 물론 현재의 웃기도록 슬픈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당시 비정규직법의 불완전한 입법을 진행하면서 기간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 사람들에게 있음은 두말할 이유가 없다.
기간제한 만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끝내 사유제한을 법에 포함하시키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기간제한 방식 만으로는 비정규직들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그들은 일체 귀 기울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당시 비정규직법의 입법에 적극적이었던 노동부는 지금에 와서 이 법이 허술하기 짝이 없으므로 적용자체를 유예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들은 지난 2년 동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한 일이 전혀 없다. 그 사이 비정규직 숫자는 전혀 줄지 않았고, 비정규직들의 차별도 전혀 개선된 것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와 국회에게 강력하게 요구했다. 다시 원천적으로, 비정규직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정말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으로 다시 제정하자는 주장이다.
우리 주장대로 되려면 다섯 가지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한다.
첫째, 기간제를 쓸 때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또 기간제 고용이 허용되는 기간을 일정하게 제한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사용 사유 제한이나 사용 기간 제한을 위반한 경우,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법률이 만들어져야 한다. 한 마디로, 자동으로 정규직이 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둘째,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즉 같은 노동을 할 때는 같은 임금을 주라는 얘기다. 또 노동조합의 차별시정 신청권을 인정하는 등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파견근로를 포함한 간접고용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만일 법을 어기고 간접고용으로 노동자를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가 해당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근로계약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 자에게 노동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실질적으로는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임에도 계약의 형식을 이유로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포함하여 일반 근로자와 동등한 노동법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입법을 통할 때만이 인류의 노동인권에 대한 가장 중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치료가 가능하고, 사회적 평등과 공평의 기준을 수립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나는 여전히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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