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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요양보호사는 원더우먼?…노인 보호에 청소까지!"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1년…노인도, 요양보호사도 '울상'

"요양보호사는 원더우먼이 돼야 해요. 시설에서 열무 뽑으러 가라하면 가야하고 장례식장 가서 서빙하라고 하면 해야 하고….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 파출부라고 하지만 파출부보다 더 낮은 임금에 허드렛일을 해야 해요. 시설에서는 야간에 혼자서 열 명, 스무 명이 넘는 어르신들을 돌봐드리느라 녹초가 되기 일쑤예요. 우리 요양보호사가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어야 어르신들을 잘 돌봐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일 서울시 종로구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열린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1년' 평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50대의 여성 요양보호사는 이같이 말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에서 노인 복지를 위해 2008년 7월 1일자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됐다. 이 제도는 고령,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 활동, 가사 지원 등에 들어가는 장기요양급여의 상당분을 정부에서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시행 1년째인 현재, 보건복지가족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자식이 못하는 효도를 국가가 대신한다"고 자평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6월 갤럽에 의뢰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기 요양 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건강과 수발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감소됐다'는 응답이 91.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80.8%는 제도 시행으로 요양 서비스의 계획성과 전문성이 향상됐다고 답했고, 79.8%는 요양 환경이 나아졌다고 밝혔다. 노인 장기 요양 서비스에 대해 이용자와 가족들은 대체로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 것이다.

▲ 요양보호사가 노인을 돌보고 있다(자료 사진). ⓒ연합뉴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요양보호사

하지만 정작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도 만족하고 있을까. 1일 건강세상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요양제도 1년 평가' 기자회견에 나온 요양보호사들은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은 "서비스 시간 허위 기재 등과 같은 불법, 편법을 거부하고 싶어도 언제 일이 끊기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처지에서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 요양보호사의 현실"이라며 현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노인복지법상 요양시설의 경우 노인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채용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요양보호사 1명이 10명에서 많게는 20명이 넘는 노인을 돌보고 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요양시설의 편법이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요양보호사는 요양기관이 직접 채용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시립 요양원조차 요양보호사를 파견 등 간접 고용으로 고용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노동 조건은 열악하고 해고는 용이하다.

그나마 요양 시설에서 일하는 것은 다행이다. 재가, 즉 직접 집으로 방문하는 요양원의 경우는 문제점이 더욱 심각하다. 요양보호사를 파출부로 생각하고 대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안마는 기본이고 청소, 빨래 등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자신이 속해 있는 재가 시설 측에 알려도 "그냥 해주라"며 묻어두기 일쑤다.

묻어두기만 하면 차라리 낫다. 도리어 더 부추기는 것이 문제다. 요양보호사가 가족의 빨래, 청소 등 모든 가사 일을 해준다는 식의 홍보까지 하는 기관도 존재한다. 과잉 설립된 재가 요양기관들은 이용자 유치를 위해 과당 경쟁을 벌이며 요양보호사에게 영업 행위를 시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임금도 열악하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의 자료를 보면, 재가의 경우 대부분이 시급제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급은 6500원~7000원 수준. 그나마 하루 8시간 노동을 하고 싶어도 보통 4~5시간 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설의 경우는 월 120만 원 내외다. 하지만 시설 측에서 파견업체 허용 유예기간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립요양원조차 파견업체 중간 착취로 월 80~90만 원 임금을 받는 요양보호사가 허다한 것.

▲ 1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1년 평가 및 제도 개선 요구를 위한 노동시민단체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프레시안

요양보호사는 45만 명, 요양보호 대상은 그것의 절반 수준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요양보호사의 숫자가 제도 수혜를 받는 노인의 수보다 훨씬 많은 탓이 크다. 당초 요양보호사 필요인력을 5만 명으로 예상했으나 2009년 6월 기준으로 45만 명에 육박하는 요양보호사가 배출됐다. 거기에다 요양시설은 2016개, 재가 요양기관은 1만3815개로 늘어났다.

정부는 애초 "재가 요양기관은 1600여 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가요양원의 과당 경쟁과 영리 추구로 각종 불법과 편법이 만연한 것. 그렇다고 정부가 1만3000여 개나 되는 재가 시설을 제대로 감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08년 9월 말 기준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인정자는 18만2051명(전체 노인의 약 3.6%)로 집계됐다. 이중 서비스 미이용자는 8만84명(전체 수급인정권자의 37.5%)로 집계됐다. 전체 노인 중 약 2%가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것.

그나마 2009년 6월 통계에서는 3.9%의 노인이 실질적으로 이 제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 중 약 22%가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이렇듯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요양보호사의 권리는 요원하기만 한 상황이다.

"요양 보호 받기를 원하는 노인들까지 정부가 받아들여야"

노인요양보호사협회는 "소득이 전무하다시피 한 노인들에게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등 요양 서비스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작 대상자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양시설 이용시 비급여를 포함해 본인이 한 달에 35~40만 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또 요양보험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4급, 5급 판정을 받은 노인과 관련해서 협회는 이들도 제도에 흡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들은 노인 복지 서비스와 예방 서비스에서 대부분 제외되어 있다"며 "그렇기에 도리어 자신의 건강 상황이 악화되어 등급 내로 진입해 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노인의 증세에 따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등급을 매겨 1~3등급까지만 노인요양보험제도의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건강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도 "급여 대상을 요양등급 5등급까지 확대해야 하며, 특히 4등급 또는 5등급의 경증 노인들이 실질적으로 예방과 재활 중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보험재정에 대한 국가 부담을 현행 20%에서 보다 확대해 대상자 확대를 위한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요양원에 부모를 맡긴 보호자가 참석해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문제점을 밝히기도 했다. ⓒ프레시안

"제도 개선?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구체적인 실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물론 보건복지가족부도 마냥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다. 이들은 26일 발표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1년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발표하고 △직접인건비의 비중을 75% 수준으로 강화하고 △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관리 책임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과다 지역은 시군구에서 설치 제한을 검토하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요양보호사 실태 조사를 실시 △종사자 복지 수준을 장기요양기관 평가지표에 반영한다 등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요양보호사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문설희 사무차장은 "이것이 실제로 된다면 매우 좋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진행할지는 의문"이라며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실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요양보호사 자격증 남발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실업자가 된 33만 명의 요양보호사에 관련해서는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요양보험제도 개선안을 두고 "정작 요양보호사에겐 그림의 떡"이라며 "정부가 의자가 있다면 좀 더 요양보험제도의 폭을 넓혀 제도에 혜택을 받는 노인의 수를 늘리는 윈-윈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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