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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린 환경부, 정신 놓은 문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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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린 환경부, 정신 놓은 문광부

[윤재석의 '갑론을박'] "문광부, '대한늬우스' 만들 땐가"

대운하에 이어 숱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부의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최근 환경부가 보여주는 행보는 '탕자의 귀환'.

지난 주 <조선일보>가 눈길 끄는 기사 한 꼭지를 내보냈다. 환경부가 4대강 사업에 태클을 걸고 나섰다는 것이었다. 6월25일자 사회 A12면 '낙동강 전 구간 준설(浚渫) 환경부서 사실상 제동' 제하의 기사가 바로 그것.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환경부 드디어 '커밍아웃'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낙동강의 강바닥을 전 구간에 걸쳐 준설하는 계획에 대해 환경부가 "하천 생태계 교란 등 환경훼손이 우려되므로 지양(止揚)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특히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은 낙동강 전체 수계를 준설할 경우 (하천 생물들의) 서식 공간이 훼손돼 생태계 교란이 불가피하므로 낙동강 전 구간에 걸쳐 연속적으로 준설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토해양부에 전달했다.'

낙동강의 수심(水深)을 4~11m로 유지하기 위해 강의 중심선을 따라 300~500m 폭으로 준설하려는 국토부의 계획에 대해 정부 내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제동을 건 것이다.

"국토부가 물그릇을 만들면 우리는 그릇을 관리한다"(6월12일 이만의 환경부장관 발언)는 식의 소극적 대응으로 사실상 4대강 정비사업의 선봉에 서온 환경부로서는 엄청난 입장 전환이다.

KEI도 제목소리

어제(6월29일) <조선일보>에 또 다른 태클 기사가 실렸다. '낙동강 보·준설 최소화해야' 제하의 사회 A12면 기사는,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낙동강에 설치되는 보(洑·댐)와 준설사업은 환경 피해가 크므로 그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대운하 프로젝트나 4대강 정비에 있어 주무 연구기관인 KEI의 입장이 개진된 바 전혀 없었기에 이번 입장 표명은 신선한 충격으로까지 다가온다.

기실 환경부든 KEI든 그 동안 비겁했던 게 사실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국토 환경에 대한 양심적 비전을 설파해야 할 기관이 개발위주의 정권 철학에 코드를 맞추다 보니 내야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KEI는 이 같은 검토의견을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중간발표(4월27일)' 한 달 뒤인 지난 5월27일 환경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불행히도 6월 중순에 발표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공식발표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환경관련 국책기관이 늦게나마 양심선언을 한 것에 대해 환경을 관찰하는 이의 한 사람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앞으로도 합리적 천착에 근거해 확고한 목소리를 내기 바란다.

괴벨스 역 그만두고

뒤늦게나마 커밍아웃을 한 환경 당국과 달리 문화체육관광부가 보여주는 행보는 실망을 넘어서 안쓰럽기 짝이 없다. 지난 25일부터 한달 예정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52개극장(190개 상영관)에다 '대한늬우스 4대강 살리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본(本) 영화 시작 전에 상영하는 90초짜리 정책 홍보물 '대한늬우스'는 4대강 정비사업의 효과를 꽁트 형식으로 꾸민 광고물로 관객은 본인 의사에 관계없이 강제로 '감상'해야 한다.

4대강 살리기의 긍정적 측면을 홍보하기 위해서라는 게 문광부 측 해명이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 홍보물을 일방적으로 세뇌당하는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을까? 게다가 광고비는 문광부가 산하기관인 한국언론재단을 통해 지불한 예산 2억 원의 혈세로 지불하고 있다. 15년 전 개발독재시절의 대표적 잔해로 손가락질 당하면서 폐지된 야만적 선전수단을 통해서 말이다.

4대강 정비와 관련해서 문광부가 해야 할 우선 과제는 무언가? 바로 문화재(또는 문화 유적)에 관한 고민이다.

작년 대운하 공방이 첨예할 때도 일부 제기됐고 지난 4월 초 공개된 문화재청의 4대강 유역 문화재 지표조사 현황에서도 밝혀졌지만, 4대강 본류와 주변 지역을 합쳐 1482곳에 유물과 유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토부가 전문기관 23곳에 맡겨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문화재 지표조사를 벌인 결과다. 그것도 일단 표면에 나타난 것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 역시 조사 과정과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문화재 발굴 복원에 몰두를

해당 지역 내 유물 파악을 위한 육안 조사인 지표조사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유물의 분포범위·성격 등 전모를 파악하기 위한 시굴조사나, 유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지역의 땅속을 파보는 발굴조사까지 실시한다면 그 규모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국토부가 주축이 된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사실상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게 뻔한 문화재 조사나 발굴엔 애초에 관심이 없다. 없을 뿐 아니라, 가능하면 그대로 묻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이때 보루 역할을 할 기관은 문광부, 그리고 문화재청이다. 면죄부 성격의 지표조사로 대충 때우고 가려는 정부의 속셈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현 문광부 체제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아니 그 같은 방기 행위는 4대강 정비사업이 내세우는 생태 문화 환경 조성을 통한 관광 진흥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우매한 행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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