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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운하'를 못해 안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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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운하'를 못해 안달인가"

[홍성태의 '세상 읽기']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하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

이름을 제대로 불러야 이렇게 되는 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중도 실용'을 외치고 나서자 일부 언론에서는 그것을 '탈이념 생활 정치'로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체 뭐가 '중도 실용'이고 '탈이념 생활 정치'인가? 그가 강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과연 '중도 실용'이고 '탈이념 생활 정치'인가?

아무리 봐도 이명박 대통령은 '중도 실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그의 정책들은 어떻게 보더라도 '탈이념 생활 정치'와 비슷하지 않다. 오히려 그는 '우익 비실용'의 입장에서 '친이념 반생활 정치'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기인지 취미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면 사회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언론에 보도되기 위해 애쓴다. 잘못을 바로잡고 정치를 올바로 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열심히 돕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그는 강남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욕쟁이' 할머니를 낙원동에서 국밥집을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선거 광고를 찍어서 '위장 국밥집'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락동 시장을 방문하거나 떡볶이 집을 방문한다고 해서 그가 정말 서민들을 위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는 그저 그렇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예들을 통해 그의 성향과 정책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주에 군복을 입은 어떤 '보수단체'의 회원들이 대한문 앞의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습격해서 파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경찰은 그저 수수방관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조문마저 폭력으로 억압하는 '보수단체'에게 막대한 혈세를 지원하는 것이 '중도 실용'의 '탈이념 생활 정치'인가?

주말에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이 '4대강 죽이기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범국민 대회를 열었다. 그러자 경찰은 다시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포위하고 물품의 반입을 엄격히 차단하고 시민의 왕래마저 제한했다. 이렇게 헌법에서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중도 실용'의 '탈이념 생활 정치'인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가장 강력히 추진한 정책은 '부자 감세'였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종합부동산세이다. 이 제도는 사회 양극화의 핵심인 부동산 양극화를 완화하고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하는 중요한 제도였다. '종부세'는 부동산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취득하는 2%의 고액 부동산을 보유한 층에게 최소한의 세금을 부과해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동시에 복지 재정을 충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다시피 했다. 이런 '부자 감세' 결과 재정은 이미 11조2000억 원이나 모자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두부세'를 신설한다거나 '부가세'를 인상한다는 등의 '서민 증세'의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다. '부자 감세, 서민 증세'가 '중도 실용'의 '탈이념 생활 정치'인가?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계속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이미 800만 명을 훨씬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계속 '노예'로 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을 자랑하면서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노예'로 살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실업자가 100만 명에 이르게 된 것도 그렇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들 수 있으면서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공공 서비스에 투자하지 않고 온통 삽질에만 몰두하는 잘못된 경제 정책의 영향도 크다. 여기서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최저임금조차 인하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노동자의 생활을 위협하는 것이 '중도 실용'의 '탈이념 생활 정치'인가?

150일이 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저 참담한 '용산 참사'를 보자.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말미암아 5명의 철거민이 졸지에 새까맣게 타죽었지만 '보수 세력'은 이 불쌍한 희생자들을 아예 '도시 테러분자'로 모욕하고 있다. 진상 규명과 보상, 그리고 처벌을 요구하던 신부님까지도 경찰의 폭력에 진압되어 길바닥에 나뒹구는 실정이다.

죽은 권력과 산 권력을 너무나 잘 알아보는 검찰은 '용산 참사'의 진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경찰과 검찰을 앞세워서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마저 제대로 수습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용산 참사'의 실제적인 원인인 개발과 투기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중도 실용'의 '탈이념 생활 정치'인가?

60%가 넘는 국민들이 '미디어 악법'에 명백히 반대하고 있다. 미디어악법은 보수신문에게 지상파 방송국을 넘겨서 표현의 자유를 극히 위태롭게 하고 보수 세력의 영구 집권을 위한 독재적 정략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디어 악법을 기어코 통과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 때문에 다수의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실감하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디어악법이 통과된다면 그야말로 텔레비전에서 공정한 보도를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뉴스는 모두 '대한뉘우스'가 될 것이다. 이렇게 다수의 국민들이 명백히 반대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고 표현의 자유를 근원적으로 위협하는 미디어 악법을 제정하는 것이 '중도 실용'의 '탈이념 생활정치'인가?

가장 큰 문제는 바로 '4대강 죽이기'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살리기'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 실체가 '4대강 죽이기'이며 '대운하 살리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강변은 물론이고 강물이 크게 파괴되어 엄청난 식수난이 야기될 것이다.

급기야 이명박 정부는 '대한 뉘우스'의 활용이라는 명백히 독재적인 방식으로 '4대강 살리기'의 홍보에 나섰다.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 지금 이 나라는 이런 식으로 '총체적 후진화'를 겪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 가야 이 '총체적 후진화'가 멈추게 될 것인가? 1%의 '강부자'가 대대손손 권력을 장악하고 행세하는 '강부자 공화국'이 확립되어야 멈추게 될 것인가? 공존과 공생의 생태복지사회를 이룩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꿈인가?

'대한뉘우스' 방식의 독재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4대강 죽이기'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비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6월 18일 '4대강 죽이기 저지 국민 대책 회의'가 발족했고, 이어서 지난 6월 27일 서울의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 대회'가 끔찍하게 더운 날씨와 경찰의 강력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각계 인사들의 열렬한 참여 속에서 열렸다.

▲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죽이기'는 흐르는 강(왼쪽)을 죽음의 강(오른쪽)으로 만들 것이다. ⓒ프레시안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돌연 임기 내에 운하를 건설하지 않겠다는 '운하 중단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선언'은 이미 작년에 했던 것이 아닌가? 작년 6월 19일의 선언은 역시 거짓이었던가? 강을 죽이고, 국토를 죽이고, 경제를 죽이고, 문화를 죽이는 '4대강 죽이기'가 '중도 실용'의 '탈이념 생활 정치'인가?

그리고 아무리 '운하 중단 선언'을 한다고 하더라도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명백히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1단계'이다. 진정으로 '4대강 살리기'를 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멀쩡히 살아 있는 강을 죽었다고 선전하는 것 자체를 국민 앞에 깊이 반성해야 하며, 한신대 임석민 교수가 지적하듯이 최소한 대규모 준설과 대형 보의 건설을 폐기해야 한다.

'진정한 강 살리기'는 직강화한 강을 본래대로 굽이쳐 흐르게 하고, 콘크리트 호안과 제방과 댐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준설, 굴착, 직강화, 콘크리트화, 대형 댐과 대형 보, 도로 등으로 '4대강 죽이기'와 '대운하 1단계'를 강행하는 것이다. 명백히 '대운하 1단계'인 '4대강 살리기'를 운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르는 '지록위마'의 사례일 뿐이다.

'한반도 대운하'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사업비는 14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다시 22조 원으로 늘어났고, 아직 감춘 사업을 감안하면 최소 30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막대한 혈세를 들여 '대운하 1단계'를 강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의 대상과 내용은 물론이고 사업비도 모두 상당한 정도로 여전히 비밀이다.

문화재 조사는 너무도 피상적으로 이루어져서 불법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4대강 살리기'는 사상 최악의 '문화재 파괴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크게 훼손할 대형 보 건설과 소수서원을 크게 훼손할 대형 댐 건설까지 강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영향평가와 예비타당성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법의 개악도 추진되고 있다. 온갖 탈법과 불법의 방식으로 강 죽이기, 국토 죽이기, 경제 죽이기, 문화 죽이기가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강을 모두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로 만들고 엄청난 식수난을 초래하는 것은 결코 '중도 실용'의 '탈이념 생활 정치'일 수 없다. 아무리 '4대강 살리기'라고 우겨도 그것은 분명히 '4대강 죽이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허울뿐인 '운하 중단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4대강 죽이기 중단 선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즉각 지하 벙커에서 밝은 광장으로 나와서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일방적인 라디오 방송으로 국민들을 괴롭히지 말고 양방향의 인터넷으로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어떤 말로도 '4대강 살리기'의 실체를 은폐할 수는 없다.

지금은 불도저로 강을 파괴하는 광폭한 개발의 시간이 아니라 윌리엄 블레이크의 '순수의 전조'를 떠올리며 강을 지켜야 할 시간이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

아름답게 살아 있는 강을 처참하게 죽여서 경운기보다 느린 운하를 만들고 식수난을 초래하는 것이 '중보 실용'의 '탈이념 생활 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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