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사업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 - 2008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
▲(대운하 사업을) 내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 - 2009년 6월 29일 라디오연설
다른가? 두 말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가? 없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호평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를 특정함으로써 대운하 포기 의사를 좀 더 분명히 밝혔다고 상찬한다. 그러니까 이제 대운하 논란은 접자고 당부한다.
이해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 오히려 정반대로 읽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로 한정함으로써 "임기 후"의 여지를 확보한 측면이 있고,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내 믿음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는 말을 덧붙임으로써 대운하 사업의 정당성을 확인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으련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그러지 않았는가. "의구심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말라고…. '꼬투리 잡기'로 욕먹을 수 있으니까 관두련다. 하지만 이 점만은 그냥 넘길 수가 없다.
ⓒ청와대 |
이명박 대통령이 정의했다. 대운하 사업의 핵심을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의를 확장해 적용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일만 하지 않으면 4대강에서 어떤 사업을 벌이든 그건 대운하 사업이 아닌 게 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운하와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일은 '의구심 바이러스'에 감염돼 정쟁을 일삼는 행위가 된다.
그래서 입 닫아야 한다. 정부가 4대강에서 보를 필요 이상으로 건설해도, 그 보의 숫자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도 그건 단순한 물놀이용 보여서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입 닫아야 한다. 정부가 4대강에서 바닥을 필요 이상으로 긁어내도 그건 강의 수량을 풍부히 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며 이걸 선박 운항과 연결 짓는 건 오해 또는 의구심 바이러스에 감염됐기 때문이라고 믿고 입 닫아야 한다. 정부가 4대강 피해액을 마구 부풀려도 그건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단순 계산착오라고 믿고 입 닫아야 한다. 행여 입을 열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다시 말해 대운하와 연결 짓는 건 피해야 한다.
어떤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합리적 의심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제압당하는, 기적과도 같은 전도현상을 목격할 수 있지 않은가? 대통령이 설정한 프레임에 객관적 사실이 갇히는, 기막힌 왜곡현상을 목도할 수 있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이 '언터처블'이 되는 현상을 체감할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이렇게 말하는 건 잘못됐다. 주어가 잘못됐고 시제가 잘못됐다. 합리적 의심이 "제압당하는" 중도 아니고, 객관적 사실이 "갇히는" 중도 아니며, 4대강 사업이 "언터처블이 되는" 중도 아니다. 그건 단지 청와대가 뇌리 속에서 그리는 현재진행형의 희망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일각, 즉 합리적 의심과 객관적 사실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야 할 언론 가운데 일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을 장단 삼아 춤 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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