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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심 쓴 동아일보, '헛물'만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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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심 쓴 동아일보, '헛물'만 켰다

[김종배의 it] 동아, 그래서 지금은 누구 대변지인데?

인정한다. '동아일보'가 품을 적잖이 들인 점은 인정한다.

22년 전 기사를 뒤졌다. 색 바랜 신문에 침을 바르고, 필름통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찾아냈다. 1987년 6월항쟁 전후의 '경향신문' KBS·MBC 보도를 들춰냈다. 정권에 아부했고 시민에 등 돌렸던 세 매체의 과거사를 대서특필했다.

이해한다. '동아일보'가 세 매체의 과거사를 들춰낸 이유를 이해한다. 경멸과 냉소를 가득 담아 '너희가 언제부터 민주언론 진보언론이었는데?'라고 되묻기 위해서다.

'동아일보'가 그랬다. 세 매체가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6.10민주회복범국민대회'를 6월항쟁 정신과 연결한 것을 문제 삼으며 "최근 6.10범국민대회와 관련해 민주주의의 대변자를 자임하는 것은 지난 일을 모른 체하는 행태"라고 했다.

▲ ⓒ동아일보

이런 식의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6월 15일자 '황호택 칼럼'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친 적이 있다. "6월 10일만 되면…제철을 만난 듯 지면에 활기가 넘치지만"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경향신문'과 KBS·MBC는 '관제언론'을 하고 있었던 반면에 '동아일보'는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과 6월 민주항쟁에서 선두에 서서 붓으로 싸웠다고 했다. 이렇게 "과거사를 들추는 이유는 우리 자랑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관제언론'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독점한 것처럼 행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 인정한다. '동아일보'가 들춰낸 과거사는 사실에 부합한다. KBS와 MBC는 분명 '관제언론'이었다. '땡전뉴스'의 첨병으로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나중에 6월항쟁의 주역이 된 '일부 극소수 불온세력'을 성토하는 '보도특집'을 방송하곤 했다. '경향신문'도 마찬가지였다. 80년대 5공 시절에 '경향신문'이 전두환 세력에 저항하고 반대하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놨다는 기록을 찾기는 힘들다. '동아일보'는 대척점에 서 있었다.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고, 민주언론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의 과거사 들추기를 인정하지 못한다. 동의하지도 않는다.

'동아일보'는 자충수를 뒀다. 헛심 쓰면서 헛물만 켰다. 두 개의 반문을 끌어내는, 누워 침뱉기식 우를 범했다. 이런 것이다.

첫번째 반문은 '그럼 너희는?' 이다. 그럼 '동아일보'의 과거사는 그리 떳떳하냐는 반문이다. 회고 시점을 22년 전에서 일제강점기로 확장하면 '친일' 전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역사학계와 언론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두번째 반문은 '그랬던 너희는?' 이다. 22년 전 민주항쟁의 선봉에 섰던 '동아일보'가 지금은 어느 세력의 선봉에 서 있느냐는 반문이다. 각계각층이 민주주의 후퇴 또는 위기를 우려하는 성명을 내놓는데도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 옹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시민사회와 언론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반박할지 모르겠다. 아니, 이미 반박하고 있다. '친일' 전력 주장은 진실이 아닐 뿐 아니라 시대상을 넓게 보지 못하고, 공과 과를 두루 아우르지 못한 단견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는 후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민주주의가 부여한 자유를 좌파세력이 악용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따로 재반박하지는 않으련다. 그래봤자 평행선을 달릴 뿐이니까…. 다만 이 점만 강조하련다. '동아일보'가 스스로 내놓은 논란의 해법을 상기하고 환기시키련다.

'황호택 칼럼'이 그랬다. "어떤 신문의 논조가 옳고 그른지는 독자의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기면 (된다)"고 했다. "(일부 언론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독점한 것처럼 행세"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도 했다.

이 '훈계'를 받들어 '동아일보'에 권한다. 스스로 설정한 금도를 자신에게 적용시키기를 권고한다. 역사의 평가는 차후의 일이니까 그렇다치고 당대의 독자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고 있는지, 겸허한 마음으로 살피기 바란다. 정말 일부 좌파세력만이 '동아일보'를 공격하는지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바란다. '동아일보' 또한 한 때의 영광을 우리고 또 우리면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독점한 것처럼 행세"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 보기 바란다.

세상사 이치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 나가 "우리 집안은 삼정승 육판서를 배출한 명문가라오"라고 하면 "그래요? 그럼 당신은 지금 무슨 일을 하는데요?"라고 반문하는 게 세상 인심이고 시대 정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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