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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인덱스펀드, 오직 삼성을 위한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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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인덱스펀드, 오직 삼성을 위한 예외"

경제개혁연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해야"

고객이 재벌 계열 금융사에 맡긴 돈이 같은 재벌 계열사에 투자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이 재벌은 남의 돈을 자기 돈처럼 쓸 수 있다. 심지어 고객의 돈으로 주가를 올리는 일도 가능하다.

그래서 정부는 모든 금융회사에 대해 계열회사 주식 취득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기관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조치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기다렸다는 듯 나온 삼성인덱스펀드

그런데 여기에 예외가 있다. 바로 삼성이다. 지난달 29일 대통령령으로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자본시장법 시행령)으로 길이 열렸다. 지수연동형 펀드(인덱스펀드, 특정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에 대해서는 계열회사 주식 취득 제한을 푸는 내용이다.

마침 삼성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29일부터 그룹 계열회사 주식에 대부분을 투자하는 '삼성그룹밸류인덱스증권펀드'(삼성인덱스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기다렸다는 듯한 행보다.

이에 대해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제개혁연대가 25일 내놓은 "계열사 주식취득 제한 규정 무력화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해야"라는 논평에 담긴 내용이다.

법을 무력화시키는 시행령

삼성인덱스펀드는 펀드 재산의 70% 이상을 삼성그룹 주식에 투자하면서 'WISE 삼성그룹 밸류 인덱스'의 변화에 연동하여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본시장법 제84조 제4항에 따르면, 집합투자자(자산운용사)가 시행령에 정한 일정한도를 초과하여 계열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같은 법 시행령 제86조 제1항은 집합투자업자가 운용하는 집합투자기구(펀드) 전체 자산총액의 10% 및 각 집합투자기구 자산총액의 50%를 그 한도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 예외가 있다.

"다수 종목의 가격수준을 종합적으로 표시하는 지수 중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지수의 변화에 연동하여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집합투자기구", 즉 인덱스펀드의 경우에는 위의 한도를 초과하여 해당 지수에서 계열회사가 차지하는 비중까지 계열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삼성 계열사 주식 가격만으로 구성된 지수가 있다면? 100% 삼성 계열사에만 투자하는 게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런 지수가 실제로 있다. 'WISE 삼성그룹 밸류 인덱스'가 그것. 하위 규정인 시행령 때문에 상위 규정인 자본시장법 제84조가 사실상 무력화된 형국이다.

"삼성 계열사로 얻은 이익 누리면서 비용은 지지 않겠다니"

물론, 삼성 측 역시 할 말은 있다. 고객의 돈을 삼성전자 등 우량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게 왜 나쁘냐는 것이다. '우량기업은 곧 삼성 계열사'라는 논리에 따른 항변이다.

이런 입장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동전의 한쪽 면만을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 삼성투자신탁운용이 차지하는 위상은 그 자신의 경쟁력에 못지않게 삼성의 브랜드 파워 내지 계열사와의 거래관계로부터 얻은 이익에 근거한다"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의 계열사로서 얻는 이익은 그대로 향유하면서 그로 인한 부담은 지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정당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고객의 돈을 계열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심각한 이해상충의 위험을 야기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위험은 스스로 회피하는 것이 자산운용에 있어서 가장 큰 원칙"이라며 "고객의 선택권은 이해관계 충돌이 없는 다른 운용사를 선택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으므로, 이해관계 상충 금지 원칙을 깨면서까지 특정 그룹의 운용사에게 예외를 적용해줄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예외" 조항 만들기 위한 끈질긴 노력

이런 예외는 난데없이 생겨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입장이다. "자산운용회사의 계열회사 주식취득 한도를 확대하고자 하는 삼성그룹의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8·15 경축사를 통해 '재벌 개혁 5+3 원칙(△경영투명성 제고 △상호보증채무 해소 △재무구조 개선 △업종전문화 △경영자 책임강화 등 5개항과 △제2금융권 경영지배구조 개선 △순환출자 및 부당내부거래 억제 △변칙상속 차단 등 3개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펀드의 계열회사 주식 취득 한도가 10%에서 7%로 축소되었다.

하지만, 2001년 추석 연휴를 즈음하여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다시 10%로 환원됐다. 이 과정에서 입법예고도 거치지 않았다. 그리고 2003년에는 시가총액 비중이 10%를 초과하는 그룹의 경우 그 시가총액 비중까지 한도를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이 이뤄졌다.

그런데 '시가총액 비중이 10% 초과'라는 조건에 맞는 그룹은 삼성뿐이라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설명이다. 오직 삼성을 위한 시행령 개정 과정이었다는 뜻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은 오직 자신만이 적용대상이 되는 예외조항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고, 실제 많은 경우 실현되었다"라며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상의 인덱스펀드에 대한 예외 규정 역시 그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소유제한' 이어 '자산운용 제한'까지 무력화, 후폭풍은?"

논평을 마치며 경제개혁연대는 "계열회사의 주식 비중이 시가총액 비중보다 더 큰 인덱스펀드를 해당 그룹 소속의 집합투자업자가 운용하는 것은 금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시행령에 있는 인덱스 펀드 관련 예외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기관의 '소유 제한'과 '자산운용 제한'은 금산분리 원칙이 작동하는 핵심적인 두 축"이라며 "소유제한이 사전적 규제라는 이유로 전면 폐지될 지경에 이른 지금 사후적 규제인 자산운용 제한마저 무력해진다면, 그 후폭풍은 무엇이 될지 금융 감독당국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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