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각종 비과세ㆍ감면제도 축소를 검토하는 등 서민에게 세금 부담을 증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이준구 서울대 교수가 24일 "부자들의 잔치 뒤 설거지를 왜 중ㆍ저소득층이 떠맡아야 하냐"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부자들의 잔치 뒤 설거지를 왜 서민이?'라는 글에서 "경제학의 제1법칙이 있다면 '이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마치 공짜라는 것이 존재하는 듯 착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부가 선심을 쓰듯 세금 깎아주고 쓸모없는 사업을 벌이는 것이 그 좋은 예"라면서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행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떠넘겨진다"고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조자룡이 헌 칼 쓰듯 재정지출 늘리더니…"
그는 "이명박 정부는 세금을 깎아주면 결국 더 걷힌다는 '래퍼곡선'의 신화를 맹신했는지 모르지만 이는 이미 지적인 사기로 판명된 지 오래"라면서 "나는 오래 전부터 감세정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조세수입만 축내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현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더구나 정부의 돈 씀씀이는 어느 정부보다 더 헤프니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며 "뭐가 그리 급하다고 4대강 정비사업에 수십 조 원이나 되는 돈을 퍼부으려 드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세 수입은 줄어드는데 마치 '조자룡이 헌 칼 쓰듯' 지출을 늘리는 정부의 앞날이 어떨 것인지도 말할 필요가 없다"며 "지금 이 추세대로 간다면 이 정부는 재임 중 재정운영의 건전성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떠났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 심해지는 판에…"
이 교수는 정부가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펴다가 최근 들어 백색가전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 할당관세 품목의 축소 등 증세를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뒤늦게 부산 떠는 모습이 시험 때가 다가오는데도 태평스럽게 놀기만 하다가 당일치기 한다고 밤을 새우는 학생을 연상케 한다"며 "정책담당자로서 자질을 의심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들에게 베풀어진 감세 혜택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만나로 충당될 리 없다"며 "누군가는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그렇다면 그것은 중,저소득층일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가 심해지는 판에 잘못된 조세정책으로 인해 불난 데 부채질한 격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 세상에 세금 깎아준다는데 싫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저런 개발사업으로 돈을 뿌려대면 주머니가 두둑해져 신나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 동안 정부는 이런 돈 잔치를 벌이느라고 부산을 떨어왔다"면서 "그렇지만 즐거움은 잠깐이고 파티가 끝난 후의 숙취는 피할 방법이 없다. 곧 숙취가 닥칠 것을 예상한 정부가 서둘러 세금 더 거둘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는 눈치지만 서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나는 세금을 더 거두려고 애를 쓰기 전에 쓸모 없는 지출부터 줄이는 것이 순리라고 믿는다"며 "만약 조세수입을 꼭 늘려야 할 상황이라면 서민들의 삶에 더 주름이 가지 않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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