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종말』이 2007년에 씌어진 것을 감안해도 이 책은 여전히 유의미한 점을 많이 내포한다. 지금의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권도 과거 부시 정부가 행했던 파시즘의 유산을 올바로 극복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전히 관타나모 수용소에서의 고문 행위 등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데 주저하고 있으며 그 인권유린의 최종 책임자를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의 오바마 정부는 북핵문제로 정신이 없다.
요즘의 그는 부시와 같은 네오콘처럼 보인다. 그것 참 아이러니다. 미국이 부시정부일 때는 여기는 노무현 정부이고 미국이 오바마 정부로 바뀌자 여기는 이명박 정부로 바뀌는 것 말이다. 이것 만큼 궁합이 안맞는 것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역설적으로 꿍짝이 맞는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쪽으로의 쏠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와 이명박 대통령이 파안대소를 하며 전략적 동맹관계 운운하는 걸 보는 게 영 어색하다. 일본의 아소 총리는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묵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백악관 공식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서 잤다며 넘버 원 예우를 받았다는 등의 기사를 보면 오히려 손발이 오그라든다. 그건 남한보다 북한을 의식한, 그만큼 이번의 북핵문제에서 한미 공조를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 아니겠가. 그걸 두고 넘버 원 운운하고 있으니 원.
▲ ⓒ프레시안 |
나오미 울프의 얘기대로 기존의 기구나 제도가 '그냥' 있기만 한 것으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와 관련해서도 그렇다. 기존 기구와 제도, 기능이 의도적으로 약화되거나 왜곡되는 한 영화가 발전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영화의 미래는 끝이다.
<웰컴 투 동막골>의 교훈을 생각하면 모든 솔루션이 쉽게 나온다. 남한군과 북한군, 그리고 낙오된 미군이 힘을 합쳐 미국의 B29기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두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반미라거나 친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800만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사회가 개방될수록, 정치문화가 폭넓을수록 좋은 영화가 나오는 법이다. 영화계의 영광을 과거로 돌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383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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