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가 철거 된 직후 '대한문 시민분향소를 지키는 시민 일동'은 철거된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떻게 우리가 저들과 같은 국민,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며 "분향소를 부수고 영정을 가져간 만행의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분통을 삼키고 다시 천막을 일으켜 세워 49재가 끝나는 날까지 이곳을 사수할 것"이라며 "보수단체와 용역 깡패들은 다시 분향소 주위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철거 과정에서 이를 방관한 경찰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이들은 "시민분향소를 사이에 두고 불과 30미터 거리 양쪽에는 수십 명의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무런 저지를 하지 않았다"며 "보수단체들의 침탈을 용인해 준 행위는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 범죄 방조이며 직무 유기"라고 질타했다.
▲ 24일 새벽에 보수단체에 의해 철거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프레시안 |
철거까지 2분도 채 걸리지 않아, 노 전 대통령 영정 사진도 가져가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민행동본부 소속 애국기동단 요원 20명과 고엽제 전우회 회원 40명은 새벽 5시 40분께 분향소를 치웠다"고 밝혔다. 실제 당시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던 정유나(21) 씨는 "고엽제 전우회 군복을 입은 30여 명의 60~70대 노인과 검은색 복장을 한 20~30대 남성들이 분향소를 철거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검은색 복장의 20대 남성들이 오전 5시 30분 쯤 시청 앞 서울광장 쪽에서 걸어왔다"며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철거하는데 걸린 시간은 1~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후 고엽제 전우회 군복을 입고 빨간 명찰을 단 30여 명의 60~70대 노인들이 분향소 운영진들의 농성장을 철거했다. 정 씨는 "군복을 입은 노인들은 '재수없다, 이 분향소를 왜 하느냐'는 등의 말을 하며 농성장을 때려 부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철거 과정에서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은 시민분향소에 놓여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도 가져갔다. 현재 영정 사진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민행동본부 사무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행동본부는 영정 사진을 경찰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49재까지 시민분향소 반드시 지킨다"
한편 이날 철거 현장에 경찰 6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시민분향소와 농성장이 철거되는 것을 아무런 제지 없이 지켜만 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분향소 진행팀 관계자는 "결국 경찰의 비호 아래 보수 단체 회원들이 폭력적으로 분향소롤 철거한 것"이라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서정갑 본부장은 "불법 시설물을 치운 것일 뿐"이라며 "해당 시설물을 그대로 놔둔 경찰이 직무 유기를 했다"고 반박했다. 서정갑 본부장은 "24일까지도 완전히 철거가 되어 있지 않으면 서울역 집회가 끝난 후 사람들이 몰려가는 불상사가 있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2시부터 보수단체들은 서울역에서 '북핵도발 DJ 규탄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24일 오후 현재 현장의 시민들은 '출입금지' 테이프를 천막이 철거된 시민분향소 주변에 걸어둔 채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시민분향소 관계자는 "경찰이 다시 천막을 설치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에 천막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곧 천막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거듭 49재까지 분향소를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 한 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을 들고 의자에 앉아서 철거된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프레시안 |
▲분향소를 지키는 시민 일동은 49재까지 분향소를 반드시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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