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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파업권'이 없다"?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 파업 무력화' 시도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 제33조 1항)

우리 헌법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파업권은 단체행동권 중에서도 핵심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 노동자에게는 단지 법전 속의 얘기에 불과하다. 주먹다짐은 물론 해고·구속까지 각오해야만 파업을 전개할 수 있는 노동자가 우리 현실 속에 존재한다.

'일부'라고 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다. 800만으로 추산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파업을 할 수 있는 노동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민주노총과 같은 든든한 상급단체를 갖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라고 하더라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법에 보장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더욱 큰 시련을 겪기 일쑤다.

***기아차 비정규노조 파업에 용역반원 폭력 난동**

28일은 이같은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난 날이다. 설립된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6시간 주·야간 파업을 전개했다가 무지막지한 주먹세례를 당했다.

야간조 6시간 파업이 진행중이던 밤 11시경 사측 관리자와 명목상 시설보호를 위해 임시 고용된 용역반원 200여명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파업 농성장인 조립라인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검은색 단체복장과 전투화를 '기본'(?)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차량을 부수고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극렬한 행동을 보였다. 용역 반원의 폭력이 지속되자 지켜보던 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제지에 나섰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당시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들의 폭력으로 기아차 노조 고위 간부 2명, 대의원 2명이 크게 다치고, 항의에 동참했던 일반 조합원 3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더구나 용역 반원들은 '가스총'과 '도청장비'까지 준비해 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투입된 용역반원 중에는 지역 폭력배까지 끼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아차 비정규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난동을 부리고 조립라인에서 철수하던 용역깡패를 조합원 수십 명이 쫓아가 붙들었다"며 "이들 중에는 빌린 돈을 받아주는 일을 하는 주변 지역 조직폭력배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요컨대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합법적인 파업을 벌였지만, 사측 관리자와 용역반원들의 폭력을 감내해야 했고, 소화기 분말까지 마셔야 했다. 하마터면 가스총 세례까지 맞아야 할 뻔 했던 셈이다.

결국 기아차 화성공장 용역반원 난동 사태는 기아차 정규직 노동조합이 정식 문제제기에 들어가는 등 확산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권 보호에 그간 미온적이던 정규직 노조까지 가세한 셈이다.

이번 사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직면하는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헌법상 권리는 여전히 법전 속에 머물고 있다. 현장은 정규직의 절반밖에 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지난한 싸움과 고통으로 점철되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현재 기아차 화성공장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노조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보장된 권리인 파업권을 마음놓고 행사할 수 있는 날은 언제 올지 궁금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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