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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뉴딜의 핵심, '버블'과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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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뉴딜의 핵심, '버블'과 '양극화'

[미국의 뉴딜과 MB의 녹색뉴딜②]그린뉴딜 vs.그레이뉴딜

세계경제 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된 가운데 각국 정부는 다양한 정책처방을 실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8일 연계된 사업들까지 포함하면 총 22조에 달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비를 확정, 발표한 것도 소위 '녹색뉴딜'이라는 이명박식 경기부양책의 일환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이 될 '4대강 살리기'를 포함한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은 정책 방향과 효과 등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연 '뉴딜' 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냐는 것이다.

코리아
연구원(www.knsi.org)과 <프레시안>은 이런 문제의식에 기반해 미국 대공황기 및 오바마의 경제위기 정책처방에 대해 살펴보고,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과 비교분석해 한국의 지속가능한 경제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코리아연구원은 통일외교안보 및 사회통합 문제에 대한 정책대안 제시를 목적으로 설립된 네트워크형 싱크탱크다. 편집자


Ⅰ. 그린뉴딜 vs. 그레이뉴딜

2008년부터 2009년에 이어지는 글로벌 경제위기는 1980년대 이후 유포된 시장만능주의적 경제운영방식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개방화, 규제완화, 민영화로 대표되는 그것은 그동안 '정치기획으로서의 선전문구'와는 달리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오지 못했으며, 오히려 빈부 격차의 확대와 무분별한 금융규제완화로 경제적 불안정성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경제적 · 사회적 양극화에 의해 안정된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에서의 탈출구란, 실물과 괴리된 금융 부문에 의한 성장이거나, 부동산 · 주식과 같은 자산시장의 버블에 의한 성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을 더욱 촉진시킨 것이 바로 금융규제 완화였다. 1980년대 이후 각종의 금융규제완화, 그리고 '통제불가능한' 파생금융상품의 양산은 자본주의의 근간인 안정된 금융시스템 그 자체도 위협하기 시작했다.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기법'으로 칭송되던 첨단금융기법들이 결국은 금융의 '카지노'화에 불과했으며, 경제전체의 모럴 헤저드와 불안정성을 크게 했다는 점이 금번의 글로벌금융위기에서 확실히 인식되기에 이른 것이다.

글로벌경제위기에 직면해서 각국은 '역사의 서랍' 속에서 '케인스'와 '뉴딜'을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기본적인 논리구조는 1930년대의 '원조뉴딜'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금융에 대한 규제강화, 사회보장지출의 확충, 그리고 대대적인 재정지출의 필요성이다. 그러나 차이도 분명히 존재한다. 테네시강유역개발(TVA)이라는 토건경제에서 벗어나 '환경친화적 청정경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바로 '그린뉴딜'의 태동이다.

그러면 '그린뉴딜'이란 무엇인가? '그린뉴딜'과 관련된 중요한 보고서들은 양극화해소, 안정된 일자리창출, 청정에너지경제, 금융의 규제강화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시킨다. 가령 영국의 민간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은 그린뉴딜이 금융위기, 에너지위기, 식량위기와 같은 세계경제의 '3중의 위기'(triple crunch)에 대한 대응이라고 규정한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금융자유화에 따른 자산가격의 버블과 환경 상 지속불가능한 소비의 촉진에 있었다고 보며, 금융 및 조세제도의 개혁, 에너지절약기술 및 재생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함으로서 위기탈출이 가능함을 강조하고 있다.

UN환경계획(UNEP)에서도 '글로벌 그린뉴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2년간 세계GDP의 1%에 해당되는 7,500억 달러를 ①건축물의 에너지효율향상, ②풍력·태양력·지력·바이오연료 등 재생가능한 에너지생산, ③하이브리드 카와 같은 지속가능한 교통, ④물·산림·토양·산호초 등의 생태계 보존, ⑤유기농의 육성 등 총 5개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함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밀레니엄개발목표(MDG)의 실현을 위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국제원조의 확대 및 글로벌 탄소배출권시장의 창출 등도 논의된다.

따라서 그린뉴딜이란 단순한 환경주의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초래하는 치명적인 사회문제에 대응하고,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정책으로의 대전환이 수반돼야 하는 것, 즉 "이러한 사회적 기준과 환경적 기준에 동시에 부합되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그린뉴딜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오바마의 미국과 이명박의 한국을 비교해보면 오바마의 정책은 정확히 그린뉴딜에 해당한다. 동반성장과 금융규제강화로 경제사회적 안정성을 높이며, 청정에너지경제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완전한 '역주행'이다. '양극화'를 부자감세라는 또 다른 '양극화'로 해결하며, '금융의 폭주'를 자금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완화라는 또 다른 '폭주'로 해결하려 한다. '녹색성장'이라는 미명하에 4대강 유역개발의 토건경제로 회기하려 하며, 건설업의 일용고용직 양산을 '일자리창출'로 치장한다. 부자감세, 금융규제완화, 불안정한 노동의 양산, 토건경제의 모습 그 어디에도 '그린(green)'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태의연한 토건경제에 신선함을 부여하기 위해 녹색으로 위장된 '그레이뉴딜'에 불과한 것이다.

Ⅱ. 동반성장 vs. 양극화성장

오바마 정부의 지적 모태라고도 할 수 있는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정책보고서, '미국을 위한 변화'(Change for America: A Progressive Blueprint for the 44th President)에서는 미국경제의 현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미국은 1929년 대공황 이후로 초유의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미국의 중산층은 붕괴위기에 있다. 실업률은 증가하고 임금상승률도 정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의 경제적 불평등은 1920년대 후반 이후로 최고수준에 달하고 있다. 지난 8년간 4백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했으며, 7백만 명 이상이 의료보험미가입자로 떨어졌다. 이제 새대통령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국사회의 양분을 막고 번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동반성장'의 기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동반성장적 성격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09년1월20일) 직후 성립한, 총 7,872억 달러의 투입과 350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한 '미국재생·재투자법(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에서도 잘 나타난다. 크게는 기업과 개인에 대한 감세조치가 2880억 달러(37%), 교육과 의료보험에 대한 재정보조가 1440억 달러(18%), 그리고 나머지 3570억 달러(45%)는 공공투자와 같은 재정지출로 구성되어 있다.

특징적인 것은 중요한 수혜대상이 저소득층 및 중산층이라는 점이다. 최대항목인 감세조치는 노동자 및 중산층에 대한 감세가 중요한 내용이며, 의료 관련 지출에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지원 및 실업자에 대한 의료보험 보조금 지급에 가장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교육지출(909억달러), 저소득층노동자 및 실업자에 대한 생활보조(825억달러) 등에 있어서도 중요한 수혜대상은 저소득층이다.

저소득자의 생활보호를 중시하는 성격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2월 26일 미국의회에 제출한 2010년도(2009년10월-2010년9월) 예산보고서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새로운 의무의 시대(A New Era of Responsibility)"라는 제목을 가진 이 보고서에서는 부시 정권과는 달리 부유층과 일부의 기업에 대한 증세를 통한 재원 확보로 의료제도의 개혁, 환경·에너지 정책의 추진, 중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강화 등을 추진하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는 연수입 20만 달러를 넘는 개인 혹은 부부합산 25만 달러를 넘는 사람들에 대한 소득세를 인상함과 동시에, 각종 세액공제의 상한을 인하하고, 자본소득 및 배당에 대한 세율을 인상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2010-2019년) 6367억 달러의 세입증대를 실현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업에 대해서도 다국적기업의 해외소득에 대한 과세강화, 석유 및 천연가스기업에 대한 세제우대정책의 폐지 등으로 3535억 달러의 세입증대를 예상한다.

2010년도 예산안에서 서민생활의 안정과 관련해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의료보험 분야이다. 현재 미국인들의 최대문제로 자리를 잡은 의료보험제도의 문제는 그 동안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고 있었던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전제가 완전히 틀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9년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자료(World Health Statistics of 2009)는 미국의 일인당 의료비용은 캐나다, 프랑스, 독일의 거의 2배, 영국의 2.5배를 지불했지만, 기대수명은 가장 짧은 현실을 보여준다(2006년 기준). 제약업계와 병원, 그리고 민간의료보험업계의 강력한 로비에 힘입은 의료비의 상승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여기서 오바마의 선택은 앞으로 모든 미국인들이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2010년도 예산안에서는 향후 10년간 6300억 달러의 기금(reserve fund)을 마련하며, 이것을 부유층 증세에 의한 자금(3178억 달러)과 의료시스템개혁에 의한 절약(3160억 달러)에 의해 충당한다고 발표했다. 의료시스템의 개혁에는 ①과도한 지급청구가 문제시되고 있는 고령자의료지원(Medicare) 및 저소득자의료지원(Medicaid)의 개선, ②제네릭약품 사용 확대에 따른 의료비삭감, ③퇴원후의 관리강화에 따른 재입원율의 저하 등의 내용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러한 제도개혁을 구체적으로 의회와 협의를 시작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표 1> 미국재생·재투자법의 개요 (2009년 2월 17일 성립)

1. 감세조치(총 2,370억 달러)
- 노동자1인당 최대 400달러(부부합산 800달러)의 감세(총 1,160억 달러)
- 중소득층의 ATM(Alternative minimum tax)에 대한 면제(총 700억 달러)
- 자녀세액공제 및 고등교육세액공제(290억 달러)
2. 의료관련지출(총 1,477억 달러)
- Medicaid(저소득자대상 의료보험)유지를 위한 주정부지원(866억 달러)
- 실업자에 대한 의료보험 보조금 지급(247억 달러)
- 의료정보의 IT화 추진(190억 달러)
3. 교육관련지출(총 909억 달러)
- 지방의 교육예산지원과 학교시설의 근대화(445억 달러)
- 연방교육장학금(펠장학금)의 증액(156억 달러)
- 저소득층 공립학교 아동에 대한 지원(130억 달러)
4. 저소득노동자 및 실업자에 대한 보조(총 825억 달러)
- 실업급부의 기간연장(400억 달러)
- 저소득층식량지원(food stamp)(199억 달러)
- 사회적소외계층에 대한 현금지원(142억 달러)
5. 사회간접자본투자(총 809억 달러)
- 도로, 교량, 고속철도 등에 대한 투자(512억 달러)
- 정부공공시설에 대한 투자(295억 달러)
6. 에너지 대책(총 613억 달러)
- 지능형전력망(smart grid) 구축(110억 달러)
- 에너지효율성제고를 위한 투자(63억 달러)
- 방사선폐기물대책비용(60억 달러)
7. 주택대책(총 127억 달러)
- 연방정부빌딩의 에너지효율제고비용(40억 달러)
- 저소득층 주택건설 지원비용(22억5천만 달러)
8. 과학연구(총 89억 달러)
- 국립과학재단(NSF) 지원(30억 달러)
- 에너지성(United State Department of Energy) 지원(20억 달러)
- 대학연구비지원(13억 달러)이상 총액 7,872억 달러(GDP대비 5.5%)이상 총액 7,872억 달러
<표 2> 의료비용의 국제비교(2006년 기준)


오바마 정부의 '동반성장'과 비교해 이명박 정부는 '양극화성장'의 길로 가고 있다. 이것은 먼저 현 정부 들어서 다양하게 발표된 감세프로그램에서 그 성격이 잘 나타난다. 2008년 9월 2일 대대적인 세제개편안이 발표되고, 이후 2009년 2월 12일, 3월 16일 등 2차례에 걸쳐서 수정보완된 현재의 세제는 전방위적 '부자감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2008년의 세제개편안을 기반으로 했을 경우 전체 감세규모는 2008-2012년까지 35.3조 원(정부추산방식), 96.0조 원(국회예산처추산방식)에 달한다. 정부추산방식은 직전년도 대비 감세액이기 때문에 개정된 세법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초기 첫해나 다음 해에 감세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그 다음해에는 이미 세수입이 줄어든 해를 기준으로 비교하게 되므로 점차 감세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이에 반해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산방식은 감세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을 기준으로 삼아 비교하는 방식이므로 해가 갈수록 감세규모는 누적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현재 제도하에서의 세입과 새로운 감세안이 도입되고 난 이후의 세입을 비교하는 것이 감세의 정확한 액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산방식이 더욱 합리적이다.

곤혹스러운 것은 2008년부터 5년간 총 96조 원에 달하는 감세액이 어떻게 소비와 투자의 증대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창출로 귀결되는지, 명확한 논리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법인세 등을 감면하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발상은 한국경제의 주력기업들이 이미 투자할 '돈'이 충분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실효성 없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막대한 자금을 기업내부에 쌓아두고 있는 현실에서 기업의 자금여력을 확대하는 정책은 기업의 투자증대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근로소득세 등의 각종 감세프로그램이 어떻게 민간소비지출의 증대로 연결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한국의 대부분의 서민들은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으며, 감세의 실질적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물론 상속세, 양도소득세, 소득세 감면의 혜택이 일부 고소득자들에게 혜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소비부진'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애초부터 각종 감세로 인해 서민들의 소비를 증대시키겠다는 시나리오도 크게 유효성이 없는 것이다.

결국 한국에서 남는 것은 경제성장유발효과를 제대로 증명할 수 없는 단순한 '부자감세'라는 정책이다. 정부의 '2008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전체감세의 58%가 중산서민층·중소기업에 귀착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과세기준 8800만 원 미만을 중산서민층이라고 볼 수 없다. 2006년의 과세자료를 기준으로 한다면 8800만 원의 과세기준은 연봉 1억2천6백만 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종석(2008)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근로소득자 1259만5천 명의 47%인 597만4천 명과 전체종합소득자(주로 사업소득자) 458만1천 명의 49%인 224만6천 명은 면세자여서 소득세율 인하를 통해 아무런 혜택도 볼 수 없다. 세금감면 혜택을 보는 경우에도, 서민층이라 할 수 있는 과세표준 1200만 원(연봉 3735만원) 이하의 경우 1인당 감면효과가 5만 원인데 반해, 과세표준 8800만 원을 넘는 최상위 소득자의 경우 354만 원에 달한다. 만약 감세된 만큼 복지와 관련된 예산도 줄어든다고 가정하고, 세금부담과 재정지출혜택을 종합하여 분석하면, 순혜택 변동에 있어 상위소득 30%만 순혜택이 늘어나고 나머지 70%는 순혜택이 축소되는 것이다.

그러면 '부자감세'에 대응하기 위해 서민들을 위한 복지지출은 증가하고 있는가? 2008년 9월에 제출된 '2009년 예산안'에 의하면 보건복지가족부의 세출은 10.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증가된 예산 가운데 참여정부 시기 만들어진 법 집행을 위한 자연증가분 즉, 법정지출경비를 제외하면 재량지출은 오히려 1.4% 감소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복지예산은 대폭 증액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감소한 것이다.

<표 3> 2008년 세제개편안 세수감소효과
<표 4> 감세에 따른 조세부담 및 재정지출 혜택 변동


Ⅲ. 청정경제 vs. 토건경제

양극화를 해소하는 동반성장 모델은 서민 및 중산층에 대한 안정화정책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동반성장을 이끌어갈 새로운 산업의 창출이 필요하다. 바로 여기에 '그린뉴딜'의 특징이 있다.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참이던 2008년 8월, 오바마는 '미국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New Energy for America)'라는 선거공약을 발표하고, ①석유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 대해 긴급히 구제하고, ②클린 에너지에 대해서는 향후 10년간 1,500억 달러를 전략적으로 투자하여 50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③향후 10년내 중동과 베네쥬엘라에서 수입하는 석유보다 더 많이 절약해서 이 지역에 대한 석유의존도를 없애며, ④2015년까지 1갤론(3.785리터) 당 150마일(약 241.4킬로)을 주행가능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100만 대 이상 생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⑤총발전량에서 차지하는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비율을 2012년까지는 10%로, 2025년까지는 25%로 향상시키며, ⑥2050년까지 온실효과가스의 배출량을 80% 삭감시키기 위한 탄소배출권거래제의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었다.

이러한 공약이 구체화된 것이 앞에서도 검토한 '미국재생·재투자법'이다. 여기서는 총 7872억 달러의 사업비 중 직접적인 에너지대책비용(613억 달러)과 노후화된 건물 및 교량, 고속도로, 철도 등을 개보수함으로써 장기적인 에너지효율을 높이려는 각종의 사회간접자본투자(총 809억 달러)가 '그린뉴딜'의 내용으로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인가? '미국재생·재투자법'에서는 구체적인 일자리의 내용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 그러나 '그린뉴딜' 사업의 안정된 직업창출효과는 다른 사업보다 탁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미국진보센터에서는 2008년 9월, '녹색재생(Green Recovery)'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향후 2년간, ①에너지효율개선을 위한 건축물의 개축, ②대량수송교통기관의 확대, ③지능형전력망(smart grid)의 구축, ④풍력발전, ⑤태양광발전, ⑥차세대바이오연료 등 여섯 가지 분야에 1000억 달러를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새롭게 200만 명의 안정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같은 액수를 개인들의 소비진작에 사용되었을 경우(1.7백만 명), 석유산업에 투입되었을 경우(54만 명)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그림 1> 1000억 달러를 투입했을 경우 창출되는 직업수

▲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Green Recovery; A Program to Creat
Good Jobs and Start Building a Low-Carbon Economy, 2008.9, http://americanprogress.org 참조.

미국의 '청정경제' 구축 노력에 비해, 한국의 정책 방향은 '토건경제' 확대의 성격이 강하다. 현 정부의 '토건경제' 지향적 성격은 지난 1월 9일 발표된 한국형 '녹색뉴딜' 사업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정부는 "녹색(Green)과 뉴딜(New Deal)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저탄소·친환경·자원절약의 경제를 실현"한다고 발표하고, 4대강 유역개발 등과 같은 핵심사업 9개, 재해위험지구정비사업 등과 같은 주변사업 27개를 발표한 바 있었다. 총 50조원이 넘는 이 사업의 핵심은 4대강유역개발사업이었다. 이후 6월 8일 오는 2012년까지 22조원을 투입하는 4대강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였다. 정부가 추정한 당초사업비는 2008년 12월에 13조 9천억 원에 불과하였으나 2009년 6월에는 22조 2천억 원으로 62%나 증가하였고, 여기에는 4대강의 구체적 운영비나 유지관리비용은 모두 제외되어 있어 30조 원이 넘는 사업비가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홍수예방, 수질개선, 일자리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이 사업의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이 없으며, 폐기를 약속한 한반도대운하의 재판에 불과하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20-40년 전에 폐기된 잘못된 방식의 하천개발이라는 비판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다. 애초부터 국민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건설토목업의 높은 비중에서 본다면 건설토목 관련정책은 상당히 민감한 경제적·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부동산규제완화와 4대강유역개발과 같은 거대토목사업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실패한 토건중심의 경기회복, 성공하더라도 또 다른 버블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위험한 도박'에 경제 전체가 올인하고 있는 현실은 현 정부의 '녹색뉴딜'이 콘크리트벽에 둘러싸인 '그레이뉴딜'에 불과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표 5> 그린뉴딜사업의 개요

Ⅳ. 무엇을 할 것인가?

현 정부의 '그레이뉴딜'의 본질은 바로 '버블'을 '버블'로, 그리고 '양극화'를 '양극화'로 해결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부동산버블이 꺼졌을 때 꺼내든 카드는 바로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와 토목사업 구상이었으며, 부자감세와 재벌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양극화성장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참으로 곤혹스러운 것은 현 정부가 각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들만의 세계 속에 갇혀 고집스러울 정도로 '홀로' 가고 있다. 적어도 대통령제 하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정부의 오만을 막을 방법은 없다. 의회권력이 정부 여당에 의해 장악되고, 사법권력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한,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와의 괴리는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이 때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거리와 컴퓨터 앞에서 외치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이 또한 촛불시위에 대한 과잉대응, 미네르바 구속 등과 같은 상황 속에서는 여의치 않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은 다음 정부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4대강 유역개발로 어그러질 '생태'를 복원하고, 재벌에 의해 장악될 '시장'을 정상화시키며, 일그러질 서민생활을 '복지'라는 이름으로 안정시키고, 견제와 균형과 관용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모두가 조화롭게 맞물렸을 때, 사람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킨 새로운 경제성장의 모델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 줘야 한다.

일부의 논자들은 경제적 평등과 사회적 공공성의 확보에 성공한 스웨덴과 같은 북구형 경제모델에서 우리의 희망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평등이 효율을 담보하는 경로는 다양한 제도적 이노베이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성공은 900만 명에 불과한 인구적 특성, 100여 년 가까이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집권했던 역사적 경험, 국가·기업·시민사회가 연계된 절묘한 상호보완의 구조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모델은 중·단기적으로 우리에게는 실현불가능한 모델이다. 어쩌면 오바마 정부의 '동반성장'과 '청정경제'의 정책전환이 우리에게 참고가 될 수 있다. 중산층이 붕괴하고 환경을 도외시한 지금까지의 경로적 유사성의 면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한 면에서 오바마의 정책적 패키지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작동가능한 정책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부터 비판받았던 지난 참여정부의 문제점은 작동가능한 진보의 정책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것에 있었다. 이에 따라 정치이슈의 '진보성'과 경제정책의 '보수성' 사이에서 자기분열적 딜레마에 빠졌던 것이다.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재정, 복지, 중소기업, 노동, 환경 등에서 '동반성장'과 '청정경제'를 담보할 수 있는 수미일관한 정책패키지를 개발해야만 한다. 자본이 아니라 사람의 경쟁력이 극대화되어갈 수 있는 정치, 정부, 산업, 기업, 시민사회의 연계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정부의 '그레이뉴딜'을 넘어서는 새로운 진보의 '그린뉴딜'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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