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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종배의 it]"네 탓"에 "내 덕"을 추가한 MB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던가? 이 말 그대로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마디를 하니까 열 마디를 쏟아낸다. 이명박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을 언급하니까 정치권과 언론이 해석 반 제언 반으로 갖가지 처방전을 쏟아낸다. 인적 쇄신(청와대와 내각 개편)을 점치고, 정치시스템 개편(개헌과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을 예상하고, 심지어 정계 개편(자유선진당과의 정책 연대나 통합)까지 전망한다.

부질없다. 현실성과 효과가 없어서 부질없고, 본질에서 비껴나서 부질없다. 정치권과 언론이 쏟아내는 처방전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을 언급한 바탕엔 국정쇄신 요구가 깔려있다는 사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 요구를 아랑곳하지 않는 국정기조,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독선적 국정운영을 바꾸라는 요구에 대한 대답으로 "근원적 처방"을 내놨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알 수 있다. 정치권과 언론이 쏟아낸 처방전이 왜 개살구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개헌과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은 현재의 정치시스템이 아니라 미래의 정치시스템과 관계된 문제다. 그래서 해당사항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는 궤가 다른 문제다.

자유선진당과의 연대 또는 통합은 국정쇄신 요구를 거스르는, 퇴행적 모색이다. '독선'에 모터를 달아주자는 논리다.

그나마 주의 깊게 살필 수 있는 게 인적 쇄신인데 이 건 감질 난다. 국정의 중심, 즉 이명박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한 청와대 비서진을 대폭 물갈이해도, 내각을 조각 수준으로 갈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장관이나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의 구령에 맞춰 도열하는 존재들이다.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고와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어떠한 방편도 효험을 낼 수 없다.
▲ 라디오 연설을 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말하지 않는다. "내 탓이오"라는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않은 채 "네 탓이오"만 연발한다.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 민심을 탓하고,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치권을 질책하며, "상대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정쟁의" 정치문화를 개탄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내 덕이오"라는 말을 추가한다. 일자리 나누기와 희망근로로 일자리를 늘렸고,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확대와 대출만기 연장으로 자금난을 크게 해소시켰으며, 영세업자와 무점포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크게 늘렸다고 자화자찬한다. 그렇게 "서민을 보호하고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는 점을, 과정이야 어떻든 경제를 살리면 국정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점을, (경제살리기)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굳게 다짐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고와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

그런데도 평가하지 않는다. 정치권과 언론 모두 맥락은 제쳐놓은 채 파편 같은 말 한 마디에 매달린다. 국정 기조와 동의이음어인 이명박 대통령의 사고 기조에 대해 평가하지 않고, 나아가 스스로 내놓은 처방전의 정합성조차 검증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원망과 비판의 눈초리를 조금씩 풀면서 그 틈새로 기대와 흥미의 눈초리가 싹트도록 유도하고 있다. 별점을 매길 생각은 않고 '개봉박두'만 외치고 있다.

그 덕분에 이명박 대통령은 웃는다.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것을 말한 것처럼 포장된 덕에 호흡을 가다듬는다. 국정쇄신 요구를 적절히 컨트롤하면서….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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