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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커진 '인플레 걱정'…금리 올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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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커진 '인플레 걱정'…금리 올려야 하나

"독자적 금리인상 불가능" VS "돈의 흐름 바꿔야"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나,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나. 전 세계가 '대공황'의 교훈으로 앞다퉈 경기부양에 나섰기 때문에 불거진 문제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풀렸던 유동성을 흡수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들은 지금 섣불리 유동성 회수에 나설 경우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주말 이탈리아에서 열린 G8 재무장관회담의 주요 이슈 역시 이 문제였다.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이 여전히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반면 유럽(독일)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자세다.

한은, 시장에 경고 시작

한국 역시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상 최저' 상태의 금리를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냐? 부동산과 증시 등 일부 경제지표가 실물경기 흐름과 동떨어진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등 경기과열 우려가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주 목요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아직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최근 국제 원자재값 상승으로 물가 상황이 조금 안 좋아졌다"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총재의 말을 두고 시장참가자들 대부분은 "일단 한은이 시장에 경고를 보내긴 했으나 아직은 인상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학계 등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를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전보다 디플레 우려가 줄어드는 반면 인플레 리스크를 서서히 강조할 시기가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은 금리인상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유가와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긴 했으나 하반기 전체로 보면 아직 물가 상승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며 "가장 먼저 인플레 징후가 포착되는 자산시장(부동산)에서도 수요가 증가한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리인상 내년 1-2분기가 될 듯"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위원도 "일단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게 맞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제로금리 상태에서도 2%대를 꾸준히 기록해 점차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은 아니다. 최근 물가가 오른다고 해도 여전히 부담은 크지 않다. 금리 인상 논란은 글로벌 이슈지 국내 이슈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7% 상승했다. 보통 국내 소비자물가 변동 폭은 2.5~3.5%를 상하단으로 본다. 안정적 오름세를 유지했다는 뜻이다. 농축산물, 교통비 등 생활물가가 올랐으나 환율 하락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보다 17.4% 급락한 게 컸다.

보통 시장에서 꼽는 대표적 금리상승 요인은 두 가지, 경제성장률과 부동산 시장 가격이다. 이 정도로 안정된 상황에서 한은이 물가를 올리는 경우는 경제성장률이 충분히 높을 때거나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등세를 보일 경우이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것이며 전국적인 수요 확대에 따른 게 아니다"라며 "부분적으로 시장에 문제가 있다면 전 정권처럼 대출억제책 등을 쓰는 게 맞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두 애널리스트는 한 목소리로 "한은이 경고를 시작했으나 '지금의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 이후 상승압력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라며 "실제 금리 인상은 내년 1~2분기 정도가 될 것으로 보며, 그것도 각국 중앙은행과 공조를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봤다.

"한국은 거품 빠진 적 없다…금리 올려 돈의 흐름 바꿔야"

반면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금리인상이 시급하다고 봤다. 홍 교수는 "지금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다른 나라는 거품이 빠진 상태고, 우리는 거품이 안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돈의 양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돈이 기형적으로 가는 게 문제"라면서 "돈이 가야 될 곳은 안 가고 안 가야 될 곳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 등 생산을 위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 반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

홍 교수는 "돈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과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이 두 가지를 안 할 경우 기업에는 돈이 부족하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만 투기성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계속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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