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이 '릴레이단식'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등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관계법을 막기 위해서다. 단식에 들어가며 이들은 "법률가는 법률의 정함에 따라 사회관계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일주일에 두 번, '사회적 정의와 양심'을 위해 단식에 참여한 법률가들의 글을 싣는다. |
내가 단식 및 1인 시위를 하는 날은 6.10 민주항쟁 22주년이다. 서울시청 광장 앞은 저녁에 개최될 범국민대회 때문에 초긴장 상태일 것이다. 시간에 맞춰 국회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마침 함께 할 지원자인 신은정 노무사를 만났다. 덕분에 차를 얻어타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국회 앞에 도착해 피켓을 들고 멋진 포즈를 취했다. 나를 찍어주려는 신 노무사를 경찰이 제지한다. "국회건물이 보이게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참나, 대체 뭔 소린지…. 아니, 국회 안에서 관광객들도 자유롭게 사진 찍는데. "왜 안 된다는 거냐"고 물었더니 "위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단다. "위가 누구냐"니까 그냥 "상관"이란다. 우린 그 "상관"하고 상관없는 그냥 시민인데 왜 자꾸 삽질을 하는지….
어쨌든 20분정도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그냥 찍으란다. 정말 가만히 두면 알아서 하고 그냥 갈 텐데. 왜 자꾸 꿈틀대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
▲ "정말 가만히 두면 알아서 하고 그냥 갈 텐데. 왜 자꾸 꿈틀대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프레시안 |
그렇다. 현 정부는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대지 않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대학 교수와 시민단체들의 시국선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니, 이전부터 촛불집회를 통하여 시민들이 꿈틀대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일부 좌익 세력들과 반정부 단체들이 이 상황을 만들어내고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런 것인가.
지금의 상황은 22년 전과 다르다. 그때는 학생과 노동자가 선봉에 서서 하는 조직적인 투쟁이었다면 현재는 오히려 촛불 시민들이 앞장서고 있고 그 집회 방법 또한 다양하다. 왜 이런 상황이 왔을까. 노무현 정부 때도 노동자들은 집회를 했고 많은 이들이 구속 수감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직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꿈틀대고 있다.
개인적인 얘기를 잠깐 한다면, 우리 장인어른, 보수단체 집회에도 가끔 참여하시고 정치얘기를 하면 참 민망하다. 그런데 이 분이 용산 참사 이후에 약간 달라지셨다. 어느 날 용산 참사 관련해 이러신다. "나라도 저기 올라갔을 것"이라고…. 장인어른께서는 명퇴 이후에 소일거리로 열쇠 가게를 동네에서 하고 계신다. 그런데 재개발로 인해 가게 건물이 철거 예정이라 이전부터 시행사와 대행업체 직원들이 와서는 난리를 치고 갔고, 법원을 통하여 송사를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기셨지만, 이런 일을 본인이 직접 겪으셨으니 그 심정을 오죽이야 잘 알겠는가.
현 정부의 정책들을 살펴보면, 생태 환경을 얘기하면서 산천을 깎아 4대강을 정비하려고 하고, 서민 복지를 얘기하면서 부동산세를 감면해 부자들에게 더 큰 복지를 주고 있고, 경제 살리기를 얘기하면서 친기업 정책과 비정규직법안 개악 등 사회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정말 한결같다. 부자들을 위한 정치….
촛불집회를 통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란 헌법 제1조 규정이 유행가가 됐다. 민주주의와 법치국가를 얘기하면서 국민들은 헌법을 모른 체 아니 잊고 살고 있었다. 권력 아래 국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아래 권력이 있음을 이제는 알고 있다.
남들은 피의 혁명으로 만들어낸 헌법규정을 우린 해방 이후 너무 쉽게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그 절실함을 지금까지 모르고 그냥 침묵하며 살아 왔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헌법에 규정된 주권이 박물관에 고이 모신 유물이 아니라 실현을 통하여 빛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정녕 이를 깨닫게 하는 건 현 정부다. 새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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