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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거품 작전세력, '녹색성장'으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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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IT거품 작전세력, '녹색성장'으로 몰린다"

[이야기가 있는 경제] <한국의 작전세력들> 저자 김정환 씨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막상 부자가 되면 뭐가 제일 좋을까. 자타가 공인하는 부자인 김정환 씨는 "만나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만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했다.

투자 전문 회사인 밸류25 대표를 맡고 있는 김 씨는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다. 그런데 그가 주식 부자가 됐다는 소문이 나자마자, 낯선 방문객이 그를 찾았다.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도 되는" 그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방문객을 만나야 할까.'

'작전'은 대개 실패한다

▲ 김정환 밸류25 대표. ⓒ프레시안
그는 만나지 않기로 했다. 방문객의 정체는 주식시장 작전 세력. 서울 강남 일대에 흩어져 있는, 이른바 '부띠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전 세력에 대해 그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왜 안 만났을까.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짓이기 때문이라거나, 부도덕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아니었다. 답은 명쾌했다.

"불안하니까."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작전'에서 잘 묘사됐듯 주식 시장에서 작전이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목표치에 맞춰 주가를 조작하는데 필요한 만큼 자금이 모이지 않거나, 다른 변수 때문에 자금이 중간에 바닥나거나, 대주주가 배신하거나…등. 작전 성공 여부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은 다양하다. 실제로 영화 '작전'에서도, 주가 조작 작전을 벌이는 팀 구성원 모두가 배신을 도모한다. 오직 이익을 위해 뭉친 집단에서 배신은 필연이다. 따라서 작전 실패 역시 필연에 가깝다. 그래도 작전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성공하는 경우도 제법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냐는 질문이었다.

"10번 성공해도 11번째에서 실패하면, 최종적으로는 실패로 보는 게 맞다. 단 한 번의 실패로 그동안 번 돈을 다 날리는 게 작전의 세계다. 몇 번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작전이 결국 성공할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

작전을 불안해하는 그는 '가치 투자' 예찬자다. 기업의 실적과 전망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해당 산업에 대해 치밀하게 공부한 뒤 실제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있는 기업들을 골라낸다. 다시 고르고 고른 저평가 기업의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한다. 그러면 분명히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경제와 경영의 기초부터 다져나가는 공부, 그리고 지루함을 견디는 마음의 여유다. 한탕을 노리는 작전의 세계는 이런 믿음과 양립할 수 없다. 그가 최근 <한국의 작전세력들>이라는 책을 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대법원이 삼성에버랜드 CB(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린 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그의 표현을 빌면, 이 사건은 '완벽한 작전'이다. 내부 정보와 조직력을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거뒀으며, 결국 법망(法網)까지 피해갔기 때문. 당시 삼성은 훗날 대법원장이 될 사람을 변호사로 활용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작전 세력과의 만남을 거부했던 그는 재벌이 주도한 '완벽한 작전'을 어떻게 볼까. 이날 대화는 이 질문으로 시작했다.

삼성에버랜드 CB 사건은 '완벽한 작전'

프레시안 : <한국의 작전세력들>을 보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3자배정'이란 회사에서 발행하는 주식을 누가 받을지 미리 지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동원하는 배경에는 대개 특정인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이면계약이 있다고 책에서 설명했다. 그런데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판결한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이 이런 경우다. 무죄 판결이 난 삼성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 역시 사실상 같은 방식이다. 형식적으로는 주주배정 방식을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재용 씨에게 몰아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사건을 지켜본 소감이 궁금하다.

김정환 : 모두 비상장회사 주식의 가치에 관한 문제다. 이에 대해 법적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비상장회사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에버랜드 CB의 경우, 발행 시점에서 어느 정도 가치를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이런 판단을 할 능력이 검찰과 법원에 없다. 삼성에버랜드 CB가 저가에 발행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에 대해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삼성으로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완벽한 작전을 수행한 셈이다.

프레시안 : 주식을 이용한 작전에 비상장회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김정환 : 물론이다. 작전 세력이 흔히 쓰는 방식 가운데 하나가 비상장회사의 우회상장이다. 우회상장을 통한 작전이 성공하면, 100억 원 이상 챙기는 것은 간단하다. 이 때 필요한 게 '펄'(Pearl, 진주)과 '셸'(Shell, 껍데기)이다. '펄'이라 불리는 비상장 회사가 적당한 '셸', 즉 상장회사를 인수한다. 이런 식으로 비상장회사가 상장할 경우, 까다로운 상장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식가치가 급격히 변하는데,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

이런 방식은 회사 상속 과정에서도 종종 쓰인다. 비상장회사 주식을 자식에게 넘긴 뒤, 우회상장을 통해 주가를 높이는 것이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문제는 상속, 증여와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상장회사의 주식을 자식에게 상속, 증여할 경우 주가가 오르지 않도록 애쓰곤 한다. 주식이 폭락하는 시기를 기다려 상속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을 당시에도 상속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고 알고 있다. 이런 경우는 편법일수는 있지만, 불법은 아니다.

개미들에게 손해 뒤집어 씌우는 통정거래

프레시안 : 합법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김정환 : 그렇다. 합법 거래를 통해서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차명거래를 통한 불법 행위가 종종 이뤄진다.

흔히 쓰는 방식 중 하나가 '통정거래'다. 영화 '작전'에서도 소개된 방식인데, 원리는 간단하다. 작전세력 가운데 하나가 어떤 주식 1만 주를 1000원에 사서 2000원에 팔려고 내놓는다. 그러면 다른 작전세력이 그걸 2000원에 사서 3000원에 매도 물량으로 내놓는다. 그리고 또 다른 세력이 3000원에 사서, 4000원에 내놓는다. 이런 과정을 계속 거치면, 개미 투자자들이 잔뜩 모여든다. 가격이 올라가는 주식이라고 생각해서 덮어놓고 사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 가격은 저절로 올라간다. 그리고 충분히 올랐다 싶을 때, 작전세력은 주식을 팔아치운다. 결국 개미들만 손해를 본다.

이런 방식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릴 때도 쓰인다. 작전세력끼리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거래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생기면,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마구 팔게 된다. 결국 주가는 떨어진다. 이 때 증여를 하거나, 주식을 사들인다.

호텔 커피숍 전전하는 빈털털이 마당발들

프레시안 : 영화 '작전'을 보면,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물주, 조직폭력배, 증권사 직원, 증권방송 진행자 등이 팀을 이뤄 주가조작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혹시 이런 모임에 가본 적이 있나.

김정환 : '작전'하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본 적은 있다. 특이한 점은 절대로 명함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함도 없고, 신분도 모호한 사람이 작전의 구조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코스닥 상장 기업을 운영하다 망한 사람, 사채업자 등이 이런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친한 후배 중에도 한명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다 실패했다.

사업을 통해 재기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이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없을 때 '작전'에 대한 유혹을 받는다.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인맥(人脈)만 있고 돈이 없다는 점이다. 주로 사업 하던 시절 쌓은 인맥이다. 물론, 자기 돈 없이 '그림'만 갖고 하는 일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내가 작전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는 이유다.

프레시안 : 작전하는 사람들을 어디가면 많이 만날 수 있나.

김정환 : 강남의 고급 호텔 커피숍에 가면 널려있다.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인터콘티넨탈 호텔, 임페리얼팰리스 호텔 등에 있는 커피숍에 한번 가보라. 평일 낮에 온 손님 가운데 반쯤은 주식 작전하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의 정체에 대해 알려면, '부띠끄'라는 말을 알아야 한다. '작은 상점'이라는 뜻인데, 돈을 잘 굴리는 사람들이 소규모로 모인 곳이다. 부띠끄는 전주(錢主)로부터 돈을 받아 수익을 낸 뒤, 일정한 수수료를 받곤 한다. 물론, 이런 일만 하는 게 아니다. 기업 M&A를 대행하는 등 온갖 공식, 비공식 금융활동을 한다. 부띠끄를 차리는데 따로 자격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증권사 직원, 전직 사업가부터 조직폭력배에 이르기까지 출신도 다양하다.

부띠끄 가운데는 주식 작전을 하는 곳이 꽤 있다. 이들이 왜 호텔 커피숍을 주로 찾느냐고?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는 점이 한 이유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변변한 사무실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 호텔 커피숍에는 부띠끄에서 일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현직 금융기관 직원들 얼굴도 종종 마주친다. 기업 금융팀 직원들도 많다. 이들 역시 합법과 불법의 경계 위에서 줄타기를 하며, 혹은 아예 불법적으로 돈을 굴린다.
▲ '작전세력'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다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형량이 무겁지만 한국은 기껏해야 3년 쯤 감옥에서 살다나오면 될 정도로 형량이 가볍다. '작전'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프레시안

"한국, 경제범죄 형량 너무 가볍다"

프레시안 : 외국 증권시장에서도 작전 세력의 움직임이 활발한가.

김정환 : 어느 나라건 주식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면, 늘 작전 세력이 있다고 보면 된다. 작전 세력이 없는 주식 시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작전 세력이 활개 치면 개미 투자자들은 피해를 입게 돼 있다. 이런 사정은 어디건 마찬가지일 게다.

다만, 선진국과 한국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하면 종신형에 가까운 벌을 받을 정도로 형량이 세다. 반면, 한국은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 기껏해야 3년쯤 감옥에서 살다나오면 된다. 대형 전주(錢主)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바지(대리인)들을 내세워서 작전을 하는 일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주가 조작을 통해 얻은 천문학적인 이익 가운데 일부를 바지에게 떼어주고, 대신 바지에게 법적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선진국에서처럼 형량이 세진다면, 한몫 잡는 대가로 잠깐 징역살겠다는 바지들이 등장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작전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게다.

"들판에 바람개비 하나 세워놓은 회사에 덮어놓고 투자해서야…"

프레시안 : 작전하는 사람들이 요즘 관심을 갖는 분야는 어느 쪽인가.

김정환 : 녹색성장 관련 주식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녹색성장을 내세운 뒤, '녹색'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들이 들썩이고 있다. 이를 통해 한탕하려는 작전 세력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런 일은 과거에도 흔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IT(정보기술) 관련 주식에 거품이 끼었을 때도 그랬다. 아무런 수익모델이 없는 회사가 단지 '○○정보통신'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폭등했다. 이런 현상을 이용해서 작전을 펼친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IT 거품이 꺼진 지금, IT 벤처기업을 경영하며 '머니게임'에 골몰하다 실패한 이들이 작전세력으로 대거 편입됐다. 이들이 이번에 노리고 있는 것은 녹색성장 거품이다. 과거 IT 거품 당시 얻은 경험을 다시 써먹으려는 것이다.

물론, 녹색성장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저탄소 경제, 에너지 절감을 위한 신기술 개발이 절실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리고 길게 보면, 이런 역할을 하는 기업이 큰 성공을 거두리라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주식 투자를 할 때는 옥석을 잘 가려내야 한다.

예컨대 풍력발전을 하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풍력발전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적절한 땅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바람의 방향과 양에 관한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여기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 지역에 부는 바람이 풍력발전에 적절한지를 충분히 검토해야만 경제적 효율성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검토 없이 '풍력'이라는 이름만 듣고, 들판에 바람개비 하나 세워놓은 회사에 투자한다면, 망하는 게 당연하다.

"초기 투자 과잉과 추가 투자 결핍…'짓다 만 건물' 같은 회사만 늘어난다"

녹색성장이라는 구호 아래에서 각광받는 회사들 가운데 수익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곳은 많지 않다. 투자원금을 회수하기까지 20년 이상 걸릴만한 곳이 상당수다. 그런데 개미 투자자들은 이런 회사 주식을 몇 배의 프리미엄을 주고 산다. 투자원금을 회수하기까지 100년이 넘게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IT거품이 한창이던 당시, 이런 사례가 많았다. 실용성이 없는 기술, 시장이 성숙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는 사업에 덮어놓고 투자 했었다. 결국 개미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봤었다. 이런 일이 재연될까 두렵다.

여기에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책임도 있다. 투자자와 기업들이 한참 앞서가고 있는데, 투자 심의를 하는 곳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투자자와 기업의 능력을 못 따라가고, 지식도 부족하니까 기관이 오히려 휘둘리는 일이 생긴다.

지난해 녹색성장을 내세운 기업에 너무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한 번에 그친 투자는 별 의미가 없다. 사업을 하다보면, 돈이 꾸준히 들어가게 돼 있다. 그런데 처음에 대량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벌였는데, 돈줄이 말라버린다면? 사업이 흐지부지되는 것이다. 하다가 마는 투자는 안 하니만 못하다. 이런 경우가 늘어나면, 산업 자체가 망가진다. 초기 투자 과잉과 추가 투자 결핍이 맞물리면서, 짓다 만 건물 같은 기업이 늘어날까봐 두렵다.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프레시안 : 투자자들이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김정환 : 그렇다. 개미 투자자들이 더 똑똑해지고, 더 냉정해지는 수밖에 없다. 앞서 녹색성장 거품에 대해 우려했지만, 관련 기업 모두가 전망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투자자는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한다. '녹색산업이 각광받게 될 경우, 필수품으로 떠오를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기본이다. 예컨대 녹색성장 관련 기업 가운데 집전기술(集電技術, 전기를 모으는 기술)을 가진 곳은 투자할만하다고 본다. 마찬가지의 질문을 거듭해서 내린 판단이다.

이와 더불어 기업 분석 능력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기업 재무제표를 해석할 줄 모르면서, 기업 주식을 갖겠다는 게 정상적인 판단인지 모르겠다. '기업을 충분히 분석한 뒤, 불안하지 않을 만큼만 주식을 소유하라.' 내가 투자자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주식 100주 갖고 있는데, 마음이 왠지 불안한 투자자가 있다고 하자. 나는 그에게 불안감이 가실 때까지 주식을 팔라고 한다. 10주만 남겼더니 더 이상 불안하지 않다면, 딱 그만큼이 적정 보유량이다.

"개미가 작전세력과 경쟁하려 하면 안된다"

프레시안 : 주식 투자로 성공한 사람이 작전 세력을 경고하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김정환 : 주식 투자를 하면서 개미들이 손해를 입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승장에서도 개미들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작전 세력에게 당한 경우다. 작전 종목들을 보면, 시가총액 100억 원 하던 게 5000억 원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보면 10억 원이 돼 있다. 누군가 4990억 원을 가져갔다는 이야기다. 어디서 나온 돈일까. 당연히 개미 투자자들이다. 개미들이 작전세력의 배만 불려주는 구조다. 이런 시장을 나는 개미들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물론, 작전세력 역시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작전이 횡행하는 상황 자체가 개미들에게는 재앙이다.

개미가 작전 세력과 경쟁하려 해서는 안 된다. 평범한 개인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내부 정보를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세력과 대등하게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패배가 분명한 싸움이다.

나는 개미가 아니라 거미가 되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더러 '슈퍼개미'라고 부르는 것도 원치 않는다. 차라리 '슈퍼거미'가 되고 싶다. 거미는 개미처럼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거미줄을 넓게 쳐놓고, 느긋하게 기다린다. 투자자의 자세도 이래야 한다고 본다. 철저하게 공부하고 분석해서 투자할 기업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기다리면 된다. 때로 주가가 떨어질 때도 있다. 이럴 때, 나는 불안해 하지 않는다. 좋은 회사 주식을 더 많이 갖게 됐으니, 오히려 즐거운 일이라고 본다. 주가가 오르면? 역시 즐거운 일이다. 내가 부자가 됐으니 말이다. 저평가된 좋은 회사라면 주가는 결국 오르기 마련이다.

"20% 수익이 우습다고?"…"그런데 왜 부자 못 됐나"

이렇게 말하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그렇게 기다리다 언제 부자가 되느냐'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 당장 나부터가 개미가 아닌 거미처럼 투자해서 부자가 됐다. 1000만 원을 투자했는데, 매년 20%씩 수익이 난다고 치자. 40년 후에는 얼마가 돼 있을까. 놀라지 말라. 752억 원이다. 이게 바로 복리의 마법이다. 원금과 이자의 합계에 이자가 붙기 때문에 어느 시점을 지나면 돈이 가파르게 불어난다. 개미 투자자들에게 물어보면, 주식으로 1년에 20% 수익 내는 것을 우습게 여기는 것을 자주 본다. 앞서 계산대로라면, 그 사람들이 다 부자가 됐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20%가 넘는 수익을 여러 번 냈어도, 한번만 반토막 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중요한 것은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주식으로 돈을 벌기를 원한다면, 먼저 충분히 공부하라.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얻을 때 들이는 노력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차분히 기다리면 된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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