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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법? GM·르노·폭스바겐을 보라"

[자동차산업 길찾기③]'정리해고만이 살길' 외치는 건 한국 뿐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자동차산업이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이었던 GM이 지난 1일 파산해 일시적 국유화 상태에 처하는 등 미국의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가 모두 표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쌍용차 사태를 계기로 '2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법정관리상태인 쌍용차 뿐 아니라 GM대우도 본사인 GM이 흔들림에 따라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등도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수출물량의 감소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구조조정 국면을 거치면 세계 자동차시장은 새로운 질서로 재편될 것이 분명하다. 쌍용차, GM대우 등의 구조조정 문제를 단순히 비용 절감의 차원에서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이번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은 그간 누적된 문제들 때문에 더 풀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이번 구조조정이 꼬였던 매듭을 제대로 풀고 가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편집자>

[자동차산업 길찾기①] 쌍용차, '노동자 쳐내기' 외에 방법 없나

[자동차산업 길찾기②] 흔들리는 GM대우, 美 희생양 되나

쌍용차의 사측을 대리하는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15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1%의 성사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2600여 명의 '구조조정'이 쌍용차 회생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기존 주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은 발언이다.

정부와 여당은 '구조조정은 노사간 문제'라면서 뒷짐지고 있지만, 이런 태도는 사실상 사측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조선일보>를 포함한 보수언론과 경제지들도 일제히 '구조조정 후 외국계에 매각'이 쌍용차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변한다. 과연 그럴까?

현실은 전혀 다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인 주체는 각국 정부다. '국유화'는 노동조합이나 일부 '좌파'의 '허황된 주장'이 아니다. GM은 지난 1일 파산하면서 정부와 노조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일시적 국유화'를 해법으로 삼은 것이다. 스웨덴 정부도 쌍용차와 규모가 비슷한 사브에 대해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일시적 국유화'가 현실가능한 해법임은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사례를 통해서도 이미 입증됐다. 르노는 80년대 경영위기를 겪었으나, 국유화로 위기를 돌파해 현재는 세계 3위권의 르노-닛산그룹이 됐다. 지금도 르노자동차의 지분은 프랑스 정부가 15.1%, 닛산이 15%를 소유하고 있다.

"해외매각의 폐해, 쌍용차와 GM대우가 충분히 입증"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15일 <조선>과 인터뷰에서 "외국회사 가운데 2~3곳에서 투자제의를 받았다. 미국·유럽 쪽 2~3곳이다. 전제조건은 모두 '구조조정 성공한다면 차후에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구조조정 실패하면 1%의 성사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쌍용차의 해법을 고강도 구조조정 후 해외매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의 근본 원인이 대주주인 상하이차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나라 기업이 됐든 해외매각은 이번 비극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지난 2004년 쌍용차가 상하이차에 매각될 당시, 노조와 시민사회에서는 △연구개발 위축 및 기술유출의 위험 △투자 약속 불이행 △생산하청기지화 등 해외매각으로 인한 폐해를 들어 반대했었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해외매각의 폐해에 대해서는 대우차가 GM대우에 매각될 때도 제기됐던 문제다. 해외매각은 당장은 가장 손쉬운 해결방법일 수 있으나, 진정한 해법이 아니라 문제를 오히려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DJ 정부 내에서도 '공기업화론'과 '해외매각론' 양분

공기업화론(국유화론)은 대우차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나왔던 대안이다. 노조, 학계, 시민사회계에서는 대우차를 일시적으로 공기업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였다.

DJ정부 내에서도 대우차를 해외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도 초기엔 공기업화를 주장했다. 김영호 당시 산자부 장관도 공기업화를 지지했고, 산자부의 99년 8월-10월 내부 보고서에서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산업연구원(이선 원장), KDI 등 국책연구기관도 공기업화를 주장했었다.

반면 금감위(이헌재 위원장), 재정경제부 등은 해외매각을 주장했다.

정부 내 의견이 양분된 가운데 결국 중심추는 재정-금융라인으로 기울었다.

"국유화로 국적 바꿔야"

따라서 정부가 '노사 자율의 문제'라며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보다 궁극적으로는 이참에 GM대우와 쌍용차의 국적을 다시 한국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유화하자는 얘기다.

정명기 한남대 중국통상 경제학부 교수는 "국유화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너무 많은데 특별한 게 아니다. 산은이 가진 1조 원 규모의 채권만 출자전환해도 GM대우 최대주주는 산은으로 바뀐다"며 "이미 GM도 국유화를 한 마당인데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국유화를 추진한다면 그 모델은 어떤 형태가 될까. 최근 거론되는 게 쌍용차와 GM대우의 합병이다. 옛 대우자동차 시절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지난 1998년 당시 대우자동차는 쌍용자동차를 합병했었다.

이 경우 상용차에서 소형차-대형차, SUV까지 이어지는 풀라인업을 갖추게 돼 시간만 주어진다면 현대·기아차의 독과점 구도를 깨 바람직한 경쟁구도를 갖출 수 있게 된다는 게 합병의 주된 논리다.

정 교수는 "자동차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 중요한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당장 생존가치가 없다고 치부할 게 아니라 정부가 경쟁력을 갖춰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게 바로 정부가 해야할 일이며 그 방법은 양사 합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꼭 정부가 완전 국유화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부분 국유화 등 모델은 많이 있다"며 "르노그룹과 폭스바겐은 여전히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완전 국유화가 아니더라도 부분 국유화, 민간 위탁경영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지난 10일 있었던 쌍용차, GM대우 관련 당정협의회. 이날 당정협의 결과 '구조조정은 노사 자율의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서 진전이 없었다. ⓒ연합

"새 주인 찾기에만 몰두할 필요 있나…위탁생산도 고려해야"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쌍용과 GM대우의 사례에서 문제가 드러났듯 해외자동차 메이커를 새 주인으로 찾기에 몰두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신 당분간 정부가 법정관리를 하면서 제3자를 위탁판매자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GM에서 떨어져 나간 새턴의 사례와 비슷하다.

GM은 하위 브랜드 중 하나인 새턴을 미국 2위 딜러업체인 펜스케 오토모티브 그룹에 매각했다. 펜스케는 인수 후 생산을 르노삼성 등 제3의 회사에 위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당분간은 GM이 생산해준다. 안정적인 딜러망(펜스케)을 확보한 만큼 생산 부담을 던 상황에서 서서히 판매대수를 끌어올려 회사를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방안이다. GM의 다른 브랜드 오펠을 인수한 캐나다 마그나 역시 위탁생산을 고려하고 있다.

쌍용차와 GM대우는 반대로 안정적 생산라인을 가진 대신 해외 공급망이 망가진 만큼 해외 판매망을 구축한 제3자의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정상화 시키자는 게 이 팀장의 제안이다.

그는 "성공한다면 확실한 공급처를 확보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고, 회사의 회복과 발맞춰 퇴직한 노동자를 다시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여유를 갖고 새 주인을 찾게 되는 만큼 헐값 매각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공적자금 투입, 시기를 잘 조율해야"

다만 공적자금을 투입하더라도 그 시기는 잘 조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특히 GM대우의 경우 무작정 유동성 위기 해소에 산은이 나설 경우 GM대우가 아니라 GM을 살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팀장은 "일단 쌍용차야 무너졌다 하더라도 GM대우가 걱정이다. 섣불리 공적자금을 투입하다가는 국민의 혈세가 GM대우를 살리는 게 아니라 디트로이트(GM)를 살리는 데 쓰인다는 것"이라며 "쌍용차보다도 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러나 "일단 투입하기는 해야 한다. 이대로 GM대우마저 무너지게 놔둔다면 쌍용차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파국이 올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미 GM대우가 GM의 글로벌 공장으로 전락하면서 손발이 다 잘린 상태이고, GM은 언제든 떠나버릴 수 있다"며 "산은이 확실한 담보를 얻어낸 후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분을 묶거나 기술 라이선스를 지급받는 방안, 호주의 소형차 엔진공장을 국내로 옮기도록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GM대우가 힘없이 무너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쌍용차 공적자금 투입 시기는 GM대우 지원이 확정된 직후가 가장 좋을 것"이라며 "쌍용차가 회생 계획안 제출시기를 9월 15일로 늦춘 것은 잘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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