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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사태는 학문, 사상, 예술의 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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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사태는 학문, 사상, 예술의 자유 침해"

[뉴스메이커] 한예종 사태에 대한 토론회에서 교수들 목소리 높여

지난 8일 낮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립예술대학의 자율성과 한예종 예술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자 및 패널로 참석한 교수들이 한목소리로 최근의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사태가 학문, 사상의 자유는 물론 예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128호실에서 한예종 사태와 관련, 국립예술대학의 자율성과 한예종 사태 해결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프레시안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충북대 철학과 유초하 교수는 발제를 통해 "최근 한예종 사태는 학문,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가기관들이 공조하면서 공안정국이 조성된 가운데 한예종 사태 역시 이 흐름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대학에 대한 정부의 억압적 조치들이 사실상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태가 비판적 지식인을 축출하고자 하는 '심각한 사상 및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진보적 지식인에 대한 탄압의 일환이라는 것.

패널로 참석한 상명대 박거용 영어교육과 교수는 한예종 사태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 경고했다. 또한 일개 학교에서 일어난 부당한 일일 뿐 아니라 '학문의 자유'에 관한 것임을 놓치지 않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거용 교수는 2차대전 직후 미국에서의 일례를 언급하면서, "미국 대학에 대해 국가권력이 빈번하게 침해했던 당시 수많은 교수가 해직됐다. 처음에는 학문 사상의 자유를 지키자며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결국 교수의 신분 보장 내지 정년 보장의 문제로 축소시키면서 싸움이 실패했다. 한예종 문제 역시 총장과 특정 교수들의 자리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학문의 자유라는 전선을 결코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립대에 대한 감사원과 교육부의 통상적인 감사와 이번 문화부의 감사가 얼마나 다른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박거용 교수에 따르면 현재 지방에서는 이미 대학과 대학간 축소, 통폐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태다. 그는 대학의 구조조정이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됐고, 2004년 대학 구조개선 방안에서 2009년까지 국립대학 총정원의 15%를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지적했다. 사립대학의 경우 대학 퇴출 리스트가 만들어져 대학 설립자에게 재산의 일부를 환원해준다는 안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박교수는 이러한 추세가 MB 정부 들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경고했다.

▲ 8일 토론회에서 충북대 철학과 유초하 교수(왼쪽)는 '학문 사상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대학교육'이라는 주제로, 한예종 전통예술원 이동연 교수는 '한예종 감사의 구조적 문제와 예술교육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프레시안

한예종 무용원의 김채현 교수도 이번 사태가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예술을 최소 20년은 퇴보시킬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채현 교수는 "한예종이 설립될 94년 당시는 아날로그 시대의 말기였으나 2009년 현재는 디지털 시대, 사이버 시대"라고 지적하면서, 디지털, 사이버 예술에서 20년은 어마어마한 격차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디지털, 사이버 예술은 한국예술을 살릴 수 있는 큰 기회인데, "이번 감사에서 가장 문제가 된 U-AT 통섭교육은 실기로 다져진 고전예술을 U-AT를 통해 유통하는 것이다. 이것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변했다. 김채현 교수는 한예종의 감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감사의 부당함이 올해 정기 국회감사에서 꼭 지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예종 전통예술원 이동연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이번 감사에서 문제가 된 협동과정이나 U-AT 통섭교육은 엄밀히 말해 '새로운 형태의 예술 실기교육'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동연 교수는 이론 없는 실기교육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이론교육이 현대예술에 있어 왜 중요한 것인지 전제한 후에, 그럼에도 U-AT 통섭교육의 과목 대부분이 이론적 연구보다는 창작실기 중심적인 랩 중심 체제로 운영돼 왔음을 지적했다.

▲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토론회에서 유인촌 장관을 규탄하며 작금의 사태가 계속될 경우 야 4당 차원에서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프레시안
현재 한예종에서 이론과 수업을 듣는 학생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한예종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들 역시 이념적으로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한 편. 그러나 문화부와 특정 언론들은 한예종의 교수들 중 전 황지우 총장을 비롯해 특히 사회참여적이고 비판적인 교수들 몇을 지목해 '좌파교수'라는 딱지를 붙이며 이들을 '비리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 그러나 그간 언론을 통해 밝혀진 이들의 비리 사실은 근거가 희박하거나 몇몇 소소한 실수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경우가 대다수다. 또한 실기 전문기관으로 설립된 학교임에도 이론 수업이 과하므로 이론과를 축소하고 특히 서사창작과를 비롯한 협동과정을 폐지하라는 문화부의 방침에 대해서도 "현대예술에 있어서는 이론과 실기가 점점 통합되는 추세"라는 반론이 우세하다. 이론 없는 실기교육이란 그저 기능인을 양성할 뿐 전문예술인의 교육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동연 교수는 현재 정부와 일부 언론의 여론몰이가 "결과와 원인을 뒤바꾼 부당전제의 오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를 후원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한예종 사건을 일컬어 '유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이라고 말했다. 최의원은 "전 정연주 KBS 사장부터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박래부 전 언론재단 이사장에 이어 이번에는 황지우 전 총장까지 정부와 문화부가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 탄압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문제는 물론 문화부의 과장직에 해당하는 일반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사퇴압력을 넣으며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 최의원의 주장이다. 최의원은 문화부와 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규탄하면서, 만약 이같은 행태를 계속할 경우 "4개 야당이 함께 힘을 모아 유인촌 장관의 퇴진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이 날 참석했던 발제자 및 패널들은 외부의 그 누구의 주장보다도 한예종 문제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희망과 입장을 무엇보다 중요시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또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타협하지 말고 끝까지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며 다짐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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