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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기 힘든 세상'? 만드는 사람이 누군데…

[홍성태의 '세상 읽기'] '4대강 죽이기'를 꼭 막자

희한한 말들이 연일 끊이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 무슨 '망언' 콘테스트를 보는 것 같다. 작년에 '욕설' 파동을 일으켰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번에는 학부모에게 '세뇌당하신 것'이라는 막발을 했다. 유인촌 장관이야말로 한 줌의 '뉴라이트'에게 세뇌당한 것인지 모른다. 아니, 그 자신이 '뉴라이트'의 일원으로서 국민을 세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심각한 친일 청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시국선언을 한 서울대 교수들을 가리켜서 전체 서울대 교수의 뜻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장무 총장도 전체 서울대 교수의 지지를 받지 않았으니 귀신대 총장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뉴라이트' 교수라는 자들이 시국선언을 한 교수들에게 '좌익의 자충수'라며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한심하게도 또 다시 색깔론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고 나선 것이다. 그것도 교수라는 자들이.

가장 희한한 말은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나왔다. '아이낳기좋은세상운동본부'라는 조직의 출범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회자가 "(부인이 아이를 하나 더 낳도록) 도와줄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 물론 이 질문은 농담이었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농담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로 '아이 낳기 좋은 세상'에 관심이 있는 사회자였다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부의 출산 지원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2.3%에 비해 한국은 0.4%밖에 안 되며, 이명박 정부는 출산을 다루는 부서를 노무현 정부에 비해 크게 격하시켰고, 소아의 예방 접종을 30%에 지원하지 않아서 병원들이 새 제도를 거부하고 있고, 입시 경쟁을 더욱 더 강화해서 사교육비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하니, 이명박 정부는 '아이 낳기 좋은 세상'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어야 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비판에 대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오직 '홍보의 실패'로 생각하는 것 같다. 말은 진실을 드러내기도 하고 가리기도 한다. 말의 가치는 결국 실제에 의해 판가름된다. 아무리 그럴 듯하게 말을 꾸며대도 현실이 그렇지 않으면 그럴 듯하게 꾸며댄 말일수록 나쁜 말이 되고 만다.

라디오 방송으로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 놓겠다고 생각하는 대통령, '거짓말 동영상'을 제작해서 시퍼렇게 살아 있는 강을 죽은 강으로 여기게 하겠다는 책략을 강행한 국토해양부 장관,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학부모에게 '세뇌당했다'고 모욕하는 문화장관부 장관 등을 보노라면, 이 정부는 '강부자', '고소영'을 넘어서는 훨씬 더 깊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부하들은 정말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바보로 여기면서 강행하고 있는 최악의 정책은 바로 '4대강 살리기'이다. 이 정책을 강행하면 '녹색 성장'은 곧 '녹조 성장'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우리의 생명이 달린 4대강이 곧 죽음의 녹조가 창궐한 죽음의 강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 공사가 진행 중인 경인운하. 이명박 정부는 상자 안처럼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제 경인운하가 저런 모습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프레시안

중요한 것은 그럴 듯한 말이 아니라 좋은 정책이다. 말은 그저 그래도 정책이 훌륭하면 나라가 좋아지게 된다. 그러나 그럴 듯한 말로 포장되어 강행되는 나쁜 정책은 나라를 파탄으로 이끌고야 만다. '녹색 성장'이라는 휘황한 깃발 아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말대로 질풍노도처럼 강행되고 있는 '4대강 살리기'는 그 대표적인 예로 한국사를 넘어서 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도대체 세계의 어느 나라가 모든 국민의 생명이 달린 강을 마구 파괴해서 콘크리트 수로로 만든단 말인가?

이른바 '4대강 살리기'는 '4대강 죽이기'이다. 그것은 강변과 강바닥을 마구 파괴하고 채굴해서 강의 본래 모습을 완전히 없애 버리는 것이다. '4대강 살리기'는 수많은 생명체의 서식지이자 물의 여과지인 습지와 모래를 모두 없애고 생생히 살아 있는 강을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로 죽이는 것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김정욱 교수는 6월 9일 오후에 여러 교수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냈다.

기가 막힙니다. 낙동강에서 4억4000만 입방미터를 파내겠다는 데 계산해 보니 200미터 폭에 6미터 깊이로 360킬로미터를 파야 하네요. 지금 대구 상류 낙동강의 갈수기 평균 수심이 50센티미터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기가 막힙니다.

정말로 기가 막히지 않는가? 수천 톤의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리고 불도저와 포크레인을 대규모로 동원해서 강을 완전히 파괴하고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를 건설하는 것이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아닌가? 그 실체가 명백히 '죽이기'인 것을 제 아무리 '살리기'라고 홍보한다고 해서 '살리기'가 되겠는가? 그것은 이미 기독교환경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이 지적했듯이 '대국민 사기극'일 뿐이다.

서울대 경제학과의 이준구 교수는 '4대강 살리기'를 '역사상 최대의 낭비 사업'으로 규정한다. 그도 그럴 것이 4대강의 하천 정비는 이미 2007년에 97.3%가 다 끝난 상태이다. 이런 곳에서 불과 2년만에 또 다시 하천 정비를 벌인다는 것이 애초에 가당치도 않은 것이다. '4대강 살리기'는 경운기보다 느린 운하를 건설해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것과 같은 경제적 거짓말이 아닐 수 없다.

그 비용도 1월에는 14조여 원이라더니, 4개월 뒤인 5월에는 18조여 원으로 늘어났고, 다시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6월에는 22조여 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식이라면 실제로 공사가 시작된다는 10월에는 50조 원으로, 다시 1년 뒤에는 100조 원으로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국토를 보듬고 경제를 지키는 데 써야 할 막대한 혈세가 놀랍게도 국토와 경제의 대대적 파괴에 사용되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7위의 대형댐 보유국이며 국토 대비 세계 1위의 대형댐 보유국이다. 이렇게 많은 대형댐이 건설된 결과로 한국의 수재는 오히려 더욱 더 빈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댐 중심 치수 정책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한국은 일본보다도 2배 이상 많은 시멘트를 사용하는 시멘트 공화국이다.

더욱이 요즘의 국내산 시멘트는 발암 논란마저 크게 일고 있는 '쓰레기 시멘트'이다. 국토의 모세혈관인 농수로부터 강변과 강둑에 이르기까지 시멘트로 뒤덮인 곳은 이미 너무나 많다. 지금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은 박정희의 개발독재 이래로 줄곧 시멘트 직강화로 파괴되어 온 많은 하천들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시멘트 직강화를 해체해서 하천들이 본래대로 굽이치며 생명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가 '한반도 대운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경 구간을 빼고는 모든 강에서 사실상 '대운하 1단계 사업'이 강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강변과 강바닥을 대대적으로 파괴해서 거대한 화물선이 다닐 수 있을 기반을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낙동강에서는 대놓고 운하 계획이 강행되고 있다. 당장 배를 띄우지 않는다고 해도 강변과 강바닥을 대대적으로 파괴해서 강을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로 만드는 동시에 많은 보와 댐을 건설한다면, 그것으로도 강은 결국 그 본래 모습과 기능을 크게 상실하고 사실상 죽은 상태가 되고 말 것이다. 그 결과 전대미문의 식수대란이 초래되어 다른 생명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생명이 거대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서울의 한강을 모범으로 삼아서 '4대강 살리기'를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의 한강이 바로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의 대표적인 예이다. 전두환이 유람선을 띄우고 토건업을 지원하기 위해 강행한 최악의 토건사업이 바로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이다. 이 때문에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서울의 한강을 되살리기 위한 여러 대책들이 제안되었다.

국민들은 너무나 불안하다. '4대강 죽이기'는 결국 '국토 죽이기'이며 '경제 죽이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과 투기를 주도하는 '강부자'와 그 하위세력인 지역의 토호들은 또 다시 '대박'을 터트리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위기와 생태위기의 극단화 속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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