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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유예하고 그때가서 또 2년 유예, 또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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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유예하고 그때가서 또 2년 유예, 또 2년?

[법률가들이 밥을 굶는 이유]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날 국회 앞에서

법률가들이 '릴레이단식'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등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관계법을 막기 위해서다. 단식에 들어가며 이들은 "법률가는 법률의 정함에 따라 사회관계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일주일에 두 번, '사회적 정의와 양심'을 위해 단식에 참여한 법률가들의 글을 싣는다.

아직은 '초짜' 노무사라서 사건을 많이 접해보진 않았지만, 누구나 그러하듯 제일 처음 맡은 사건이 기억에 제일 남는 것 같다. 내가 처음 맡았던 사건은 바로 계약직의 기간만료 사건이었다.

2008년 알리안츠생명보험 노동자의 투쟁이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보험회사 지점장들의 노동자성과 관련된 문제로 기억되고 있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르게 남아 있다.

전국적으로 지점이 있는 알리안츠와 같은 보험사에는 각 지점마다 '총무'역할을 하는 노동자가 있고 보험사의 특성상 전화로 보험가입여부를 확인하고 안내를 담당하는 콜센터 노동자가 있었다. 이 분들은 최초 입사 면접 시 1년 재계약을 하여 총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을 시켜준다는 약속을 듣고 입사를 했다. (실제로도 동일하게 입사하여 정규직으로 업무를 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입사 후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업무에 있어서 정규직과 동일하게 일하고 평가도 받으며 열심히 회사생활을 해오던 중 이 투쟁이 시작되었고 각 지역에서 일을 하던 이들은 서울 상경투쟁에 결합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정규직과는 달리 계약직조합원들에게는 끈질긴 회사 측의 협박이 오기 시작했다.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는 계약직 조합원에게 팀장들이 전화나 문자로 재계약 또는 정규직 전환을 이야기하며 이들을 파업대오에서 이탈시키고 조합에서 탈퇴시키려 하였다.

계속되는 투쟁 속에 많은 계약직 조합원이 이런 회유에 못 이겨 현장으로 돌아갔으나 끝까지 남은 계약직 조합원들이 있었고 이들은 결국 계약이 해지되었다.

계약직 조합원 중에는 2년 기간이 되어 정규직 전환을 앞둔 사람도 있었고 1년 재계약을 앞둔 사람도 있었다. 나쁜 평가를 받은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평가가 좋아서 전국적으로 상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재계약 거부가 된 이유는 누가 보더라도 뻔했다. 정말 전형적인 경우다. 우리는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고, 사측은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 해지일 뿐 해고는 아니라고 발뺌하였다.

지방노동위원회 결과는 일부 승, 이 와중에도 재계약기간이 만료된 조합원들은 하나둘씩 재계약 거부통보 즉, 해고통보를 받고 있었다.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다투던 중 투쟁이 정리되고 사측과 합의하여 이들은 업무에 복귀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시 신규입사 형식이었다.) 이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이 분들은 열심히 투쟁했고 남아있던 투쟁대오가 다 회사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이 느낌은 뭘까….

누구나 들어보았을 옛날이야기가 있다.

어느 마을에 넘어지면 3년밖에 못 산다는 전설을 가진 고개가 있었다. 이 마을의 부자가 이 고개에서 넘어지고 나서 3년밖에 못산다는 생각에 앓아누워있자 총명한 소년이 와서 고개에서 한번 구르면 3년, 2번 구르면 6년, 계속 구를 때마다 3년씩 더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묘안을 주고 이를 들은 부자는 고개에 올라서 데굴데굴 구르고 천수를 누렸다는 이야기다.

'해피앤딩'과 '새드앤딩'의 차이를 제외하곤 비정규직 법 개정논의와 비슷하지 않은가?

▲ "2년 유예, 4년으로 사용 기간 연장을 인정하면 이후 또 2년 유예, 6년 연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프레시안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던 우리에게 비정규직을 보호(!!)해야 한다며 비정규직법안을 만들고, 처음에 해고의 우려를 나타내던 노동계에 2년만 지나면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대량 해고사태를 막기 위해 2년 유예 또는 4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만들자고 하는 국회와 정부.

2년 유예, 4년으로 사용 기간 연장을 인정하면 이후 또 2년 유예, 6년 연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차라리 기간 제한을 폐지하자고 오히려 큰 소리 칠지 누가 아느냔 말이다.

비정규직, 계약직이란 말이 일반적이 되고 회사가 망하기 전까지 절대 없어지지 않을 업무에까지 비정규직이 배치되어있는 요즘, 취업했다는 친구 이야기에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를 물어봐야하는 요즘.

정말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라면,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업무라면 당연히 정규직을 채용하고 쓰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임금 30원, 50원 때문에 투쟁하고 구속되고 목숨을 끊는 이 세상에서 1년간 혹은 2년간 맘 편히 일할 수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변한 것은 없고 투쟁할 일만 남았다.

여름이 다가오니 태양빛이 제법 따갑다.

전 대통령의 노제가 있어서 전 국민의 눈이 시청으로 쏠린 날, 나는 국회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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