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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의 4대 보험 징수 통합, 진정성은?

[복지국가SOCIETY] 4대 사회보험 징수 통합이 던지는 과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보수 언론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렸다. 이러한 공격은 그가 대통령직을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후에도 계속되었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서는 그 절정을 이루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유출된 각종 혐의와 의혹 그리고 보수 언론에 의한 확대 재생산과 기정사실화는 노 전 대통령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고, 이것이 그로 하여금 죽음을 택하게 했다는 지적이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른바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이러한 보수 언론도 한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치켜세운 적이 더러 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이라크 파병, 그리고 4대 사회보험 징수 통합 등이 그것이었다. 여기서 앞의 두 정책은 보수 언론의 강력한 지지와는 달리 범 진보 진영으로부터는 거센 반발과 비판을 받았고 마침내 참여정부 지지 세력의 대대적 이반을 가져왔지만, 뒤의 4대 사회보험 징수 통합 정책은 보수와 진보의 구분을 떠나 대부분의 진영에서 동의를 표시하였다. 국민 여론은 더욱 그러했다.

현행 우리나라의 4대 사회보험은 가입자 관리 및 보험료 부과 징수에 있어서 사업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가 대부분 동일한 대상임에도 중복 관리되고 있다. 이로 인한 비효율성과 국민 불편의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다는 명쾌하고 단순한 설명, 곧 4대 사회보험 징수 통합의 추진은 모든 언론과 국민적 지지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참여정부 시기인 2006년 11월 '사회보험료의 부과 등에 관한 법률안' 등 4대 사회보험 징수 통합 관련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논의가 시작되었으나, 결국 17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되고 말았다. 그 이유로는 4대 사회보험 노조의 거센 반발, 징수공단이라는 새로운 기관을 설립한다는 데 대한 거부감, 정권 후반기의 추진 동력 상실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국민적 동의를 획득할 수 있는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통합적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과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참여정부 당시, 동 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 국민연금공단 노조, 근로복지공단 노조는 즉각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여 대대적인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투쟁의 핵심적 명분은 '사회적 합의 없는' 졸속 법안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참여정부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간과했었다. 4대 사회보험 징수 기관을 기획재정부 산하의 국세청에 두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처럼 사회보험의 재정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상황과는 잘 부합하지 않는 정책 방향이다. 필자는 이것을 큰 실책으로 본다. 물론, 유럽에서도 사회보험료의 징수 업무를 조세를 담당하는 부처에 둔 국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유럽 국가들은 사회보장의 발전 정도와 내용이 우리나라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등 조건과 배경이 전혀 다르다.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들에서 공공보험의 보장성이 85%를 훨씬 상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60% 초반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 논리를 앞세울 것이 예상되는 경제부처나 소속 기관이 국민건강보험의 보험료 징수를 관장하게 된다면 건강보험료의 인상 등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수단은 결코 용이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시장 논리에 근거해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등 의료 민영화가 가속화될 여지를 더욱 넓혀주고, 그 수단을 손에 넣도록 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의료 선진화란 이름으로 영리법인 병원의 도입과 실손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 경제부처의 정책 방향을 보면, 이것이 결코 기우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당시 참여정부가 4대 사회보험 징수 기관을 국세청 산하가 아닌 복지부 산하에 설치하기로 하였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사회복지 업무 전체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가 4대 사회보험 재정의 지속적 확충과 적절한 관리를 수행하면, 상호 연계 속에 보장성의 확충과 더불어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련 정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4대 사회보험 공단의 해당 노동자들 역시 인력 관리의 효율화에만 초점을 맞춘 동 정책에 대한 구조 조정 불안에서 벗어나 해당 정책에 대한 수용성을 훨씬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회보험의 역사에서 매우 긍정적인 새로운 획을 그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떠나질 않는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4대 사회보험 징수 통합에 대한 새로운 추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미 확인된 국민적 호응과 전 정권 시절의 실패 원인은 동 정책에 대한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 2008년 7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중심의 통합' 방안의 추진을 위한 '사회보험 징수통합 추진기획단' 대통령 훈령 개정을 근거로 시작된 노·정 협상은 2009년 2월 제11차까지 거치면서 마침내 노·정 합의문 잠정 합의안이 서명되었고, 그 직후 징수 통합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지난 6월 4일 4대 사회보험 기관의 노조들과 해당 기관 이사장, 보건복지가족부 등 노·사·정 대표들의 조인식이 완료되었다.

이는 4대 사회보험의 징수 통합이 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최소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노·사·정이 제도 변경을 공동으로 도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최상의 선택을 합의한 것이 아니기에 수많은 암초들을 포함하고 있다. 장차 극복해야 할 문제점들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통합 징수를 담당하게 됨으로서 초래될 수 있는 보험자 기능의 왜곡이 가장 큰 문제다. 보험료의 징수는 보험급여를 위한 수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본래 목적인 보험급여의 중요성은 크게 확장된 징수 기능에 가려질 소지가 대단히 높아졌다.

특히, 급여 업무 중에서도 예방적 사업과 건강 증진 관련 업무는 사회적 편익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그 투자에 비해 효과가 느리게 나타난다는 특징 때문에 정책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질 위험이 크다. 보험료 징수 실적은 당장 눈에 보이는 지표이므로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게 되고, 기관장은 징수 업무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또, 기존에도 징수 기관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다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 사회보장의 확대는 크게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 4대 사회보험 징수 통합의 추진과 관련하여 인력 운영의 효율화 측면이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공기업 선진화와 맞물려 4대 사회보험 기관들의 구조 조정과도 연동될 수 있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진행될 경우, 현재에도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4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등 사회보장의 취약지대를 해결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달성하는 것과는 반대로 사회보험의 전반적인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거대조직에 대한 비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직원의 수가 1만 명 수준일 때도 '방만 경영'이라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선정적인 공격에 시달렸고, 이는 정상적인 보험자 역할을 위한 자리매김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2011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4대 사회보험 통합 징수 업무를 개시하게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인원은 1만5000명에 달하게 된다. 엄청난 규모의 단일 공조직이 탄생하는 것이다. 과연, '거대 조직', '공룡 조직'이라는 언론의 선험적, 선정적 뭇매를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현 정부에 들어와서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의 4대 사회보험 징수 업무의 통합'은 우리나라 사회보험제도의 틀을 재편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인지도 모른다. 내용적으로 매우 아쉽기는 하지만, 절차상 노·사·정 합의의 형식도 갖추었다. 하지만, 사회보험을 통한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획기적 발전에 대한 장기적 마스터플랜이 크게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장차 큰 난관과 제도의 왜곡이 염려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언제까지든 통합 징수 조직으로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장차 그만큼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다. 제도 개혁의 목표만 한결같고 분명하다면,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통할 것이다. 필자가 지금 회의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목표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의 발전을 위해, 복지국가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모든 제 세력들은 4대 사회보험의 명실상부한 '보편적' 제도 확충을 희망한다. 이것이 한결같은 우리의 목표다. 그런데 현 정부는 '복지국가보다는 시장국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현 정부의 각종 시책을, 특히 4대 사회보험 징수 통합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이유다. 현 정부는 복지국가를 원하는 우리 시대의 열망을 보다 열린 자세로 수용하길 바란다. 이것이 최근 현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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