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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우리 비정규 노조가 일 한번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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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우리 비정규 노조가 일 한번 냅시다"

제조업 비정규노조 대표자, 하반기 투쟁 결의 다져

취약한 조직력 때문에 정규직 노동조합의 도움 없이는 대중적 투쟁을 일궈나가지 못했던 비정규직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15일 오후 올해 하반기를 맞아 '특별한' 결의를 다졌다.

***비정규노조의 '특별한' 결의**

올해 상반기 동안 '공장 밖'에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 '개선해야 한다' 등으로 시끄럽지만, 정작 '공장 안'에서는 이렇다 변화가 없었던 것.

국내 최대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도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1년 여 간 불법파견 철폐 투쟁을 진행하는 동안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번 현대차 노조 임금단체협상에서 비정규직 최대 쟁점이던 불법파견근로에 대해 어떤 언급도 없었다는 점에서도 이런 점은 새삼 확인됐다. 이것이 '공장 안'의 현실이다.

활동이 미흡하기는 비정규노조도 마찬가지. 취약한 조직력과, 일천한 조직활동 경험은 스스로를 움츠려 들게 했다. 대다수 비정규노조 활동가들은 매번 '다음 기회에'라며 분루를 삼키며 시간을 보내 왔다. 이들은 대부분 '대중적 투쟁'이라기 보다 고공농성, 단식농성 등 '선도투쟁'에 주력해 왔다.

그래서 그간의 활동이 정규직 노조에 의존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대중과 함께 호흡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면서 하반기에는 그 한계를 넘어서보자는 결의였던 것이다.

이날 오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노동조합,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등 사내하청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불법파견 근로 사용의 대표적 기업인 현대자동차 양재동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권과 자본의 더러운 탄압에 맞서 고 류기혁 열사와 고 김동연 열사의 죽음 앞에 결연한 투쟁을 선언한다"며 "전국의 사내하청노동조합은 공동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권서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 의장은 "우리가 물러설 곳이 있습니까? 모두 '감옥'갈 각오하고 싸워봅시다"라고 독려했다. 이해삼 민주노동당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 본부장도 최근 잇따라 터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살을 의식한 듯,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지 말자. 살 각오를 하고 싸우자. 감옥 갈 각오만 있으면 된다. 나도 감옥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의 선언과 약속 처럼 비정규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공동전선'을 성사시킬 경우 2000년 이후 산발적으로 이어져 온 비정규투쟁의 한 획을 그을 전망이다. 노동운동 내에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의된 시민단체만 붙어라"**

이날 기자회견에는 또 하나의 특색이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의 주최 단체는 전국사내하청노조와 시민사회단체였다. 지금껏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기자회견을 보면 최소한 수십 여 개의 단체명이 나열돼 있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는 불과 8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주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획국장은 "비정규 관련 각종 공대위가 있었지만, 수많은 단체들이 이름만 걸어놓고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하반기 투쟁 만큼은 실질적으로 연대하고 지원할 결의가 된 시민단체만 결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즉 이름만 걸어놓고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는 시민단체들은 '걸러냈다'는 설명이다.

김 국장은 이어 "시민단체 별로 고유의 업무가 있기 때문에 비정규 문제에 대한 결의가 다소 늦다"며 "추석 연휴가 지나면 각 단체별로 결의를 모아 연대 방침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공동대책위원회'라는 이름 아래 집결했다. 비정규문제도 마찬가지. 지난해 9월 비정규 관련 법안을 정부가 강행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결성된 '비정규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참여단체가 100개를 넘었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활동한 단체는 10여 개에 불과한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결의된 시민사회단체와 물러설 곳 없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하반기 싸움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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