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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삼성 차명계좌 개설 금융기관에 뒷북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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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삼성 차명계좌 개설 금융기관에 뒷북 징계

기관경고·기관주의 조치…"대법원 판결 기다려 솜방망이 징계"

삼성 임직원 명의 차명계좌를 개설, 운영해 왔던 삼성증권 등 10개 금융기관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지난 3일 금융실명법 위반 등의 이유로 징계 조치를 취했다.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차명계좌를 공개한 지, 1년 8개월만이다. 지난해 4월 삼성 특검이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했을 때부터는 1년 2개월만이다.

'너무 늦은 징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이처럼 뒤늦은 징계가 이뤄진 이유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지난달 29일 삼성 비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기다렸다는 해석도 있다. '눈치보기 징계'라는 것이다.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처럼 이번 징계 역시 가벼운 내용이다.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금융실명제 위반이라는 혐의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금감원은 이날 삼성증권에 대해 기관경고, 굿모닝신한증권·한국투자증권·우리은행 등 3개사에 기관주의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증권사 7개사와 은행 3개사 등 10개 금융기관의 소속 임직원 256명에 대해 정직(53명), 감봉(18명), 견책 등(185명)의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임직원 징계 요구를 받은 금융기관은 삼성증권, 굿모닝신한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은행을 비롯해 대우증권, 한양증권, 한화증권, 하이투자증권,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다. 이 중 삼성증권 임직원이 179명으로 가장 많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제10차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날 징계에 대해 금감원은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로부터 삼성증권 등에 개설된 1200여개 계좌의 금융실명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사를 요청받아 1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10개 금융회사 256명의 직원들은 1993~2007년 기간 중 계좌 개설 과정에서 금융실명법을 위반했으며, 이 중 일부는 자금세탁 등 혐의거래 사실을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아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위법행위에 대해 내리는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영업정지, 인허가 취소 등이 있다. 기관경고 이상을 받으면 향후 3년간 금융회사를 인수·합병할 수 없게 된다. 기관주의에는 특별한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이번에 기관경고를 받은 삼성증권은 삼성그룹의 계열사다. 기관주의를 받은 우리은행은 삼성그룹의 주채권은행이며,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경영권 승계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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