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관한 '부실 보도'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KBS 기자협회가 성명을 통해 "우리 뉴스에서 현장의 애도 분위기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인터뷰는 밋밋했으며, 관급성 기사가 뉴스를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내부 비판을 하고 나섰다.
특히 "보도본부장은 정부를 비판하는 조문객의 인터뷰를 빼라는 지시까지 했고, 보도국장은 대표적인 추모 장소인 덕수궁 대한문 추모 현장의 중계차를 빼는 만행까지 저질렀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는 27일 성명을 통해 "KBS 뉴스가 뭇매를 맞고 있다. 시청자들로부터 강하게 불신 받는 정도를 넘어, 현장에서는 취재 거부는 물론이고 우리 기자들이 욕설에 주먹질을 당하며 신변을 위협 받고 있는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면서 "그 원인은 전국민적 추도 분위기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KBS 뉴스에 있다고 우리는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단 '인터뷰 삭제'와 '중계차 철수' 주장에 대해 KBS 보도본부장 측은 "인터뷰 내용이 정치적 선전구호 성격이어서 적절치 않아 내린 정당한 업무지시였다"고 해명했고, 덕수궁 중계차 재배치 문제도 "북핵실험 사태로 인해 외교부에서 가장 가까운 덕수궁의 중계차를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S 기자협회가 지적한 것이 이 사안 뿐 아니라, 서거에 관한 보도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어서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서거 이튿날부터 9시 뉴스 톱에 현장 분위기와 먼 스트레이트성, 기획성 기사로 도배를 했고, 봉하마을과 대한문 분위기 전달 뉴스는 10번째, 15번째로 밀렸다는 것이다. KBS 기협은 "수뇌부들은 이같은 함량 미달의 편집을 두고 상식을 넘어선 파격이라고 주장하려는가"라고 비판했다.
서거 셋째 날에도 정부 분향소를 중심으로 정치인, 고위관료 등의 서거 뉴스를 톱으로 다루고 <'분향소 통제' 경찰에 비난 고조> 아이템은 헤드라인으로 잡아놓고도 밤 10시 넘은 2부 끝에서 세 번째 순서에 넣었는데, 경쟁사 뉴스와 비교해도 터무니 없다는 것이다. KBS 기협은 "더 가관인 것은 '지금은 화합해야 할 때'라는 관제 냄새가 나는 아이템은 비판성 기사보다 더 중요하게 다뤘다"고 비난했다.
특히 "보도본부 수뇌부들의 여러 행위로 볼 때 보도 책임자들이 정권에 불리한 '추모 정국'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우리는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KBS 기협은 "노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감싸고 홍보하고 추켜세우라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적 추도 분위기를 정확히 전달하라는 것"이라며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할 때 우리 뉴스는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KBS 기협은 "보도 책임자들에게 엄중 경고한다. 사심을 버리고 오늘부터라도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소식을 제대로 보도하라"며 "후배들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돌팔매질을 맞게 하는 못난 선배가 될 것인가.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공영방송 뉴스를 팔아먹을 셈인가"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후배 기자들이 시퍼렇게 눈을 부릅뜨고 있다. 만약 지금까지의 행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할 수가 없으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거듭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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