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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수놓은 촛불…"이 모습을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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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수놓은 촛불…"이 모습을 보고 있을까?"

[현장] 촛불로 밝히는 노 전 대통령 마지막 가는 길

27일 밤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설치된 봉하마을에는 촛불이 어김없이 켜졌다. 분향을 마친 시민들은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주는 촛불을 손에 들며 아쉬운 추모의 마음을 달랬다.

촛불은 조문객들에게 추모뿐만이 아니라 어두운 길을 밝게 비추는 조명 노릇을 톡톡히 했다.

분향소에서 임시주차장으로 가는 버스를 탈수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약 1km. 이곳 봉하마을 길가에 50m마다 세워져 있는 가로등은 추모를 위해 줄서 있는 시민들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을 밝게 비추기엔 역부족이었다. 가로등 근처가 아니면 서로 간 얼굴조차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촛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나는 길을 밝게 비춤과 동시에 조문객들의 분향소를 오가는 길을 환하게 했다.

▲ ⓒ프레시안

"니가 지금은 모르겠지만 난중엔 이해할끼다"

엄마: '안녕히 가세요'라 캐라.
아빠: 너 단디 들으라. 이거 까먹으면 안된다.
엄마: 지금은 니가 잘 모르겠지만 난중에 이해하게 될끼다. 와 이카는지.


촛불을 사이에 두고 엄마와 아빠가 6살 된 아이에게 당부했다.

30대의 남성인 박모 씨는 "아들이 우리나라에 이런 대통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곳에 왔다"며 "이후 자란 뒤에 아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 9시 인천에서 출발해 10번 가까이 차를 갈아타고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했다는 30대의 여성인 김모 씨는 5살과 4살의 딸아이와 함께 왔다. 그 역시 아이들과 촛불을 마주보고 한창 대화를 했다.

아이: 엄마, 이제 촛불 갖고 놀기 싫어.
엄마: 그럼 이 곳에다(길보도 위를 가리키며) 놓아.
아이: 놀다 싫어지면 이곳에 놓는거야?
엄마: 그게 아니라 대통령님을 추모하며 이곳에 놓는거야.
아이: 불면 안돼?
엄마: 생일초가 아니라니깐. 추모의 초야.


그는 "어린 딸아이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설명하며 '지도자'라는 단어를 썼는데 아이가 '지도자는 지도를 잘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주장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 역시 "이제 겨우 한글을 뗀 아이가 뭘 알수 있겠는가"라며 "하지만 지금의 순간을 나중에 기억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시 한번 추모하는 날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

"알면 알수록 그렇게 떠난 그가 안타깝다"

분향소 입구에도 촛불이 켜졌다. 노사모에서 준비한 대형 스크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상영되고 있었다. 분향을 마친 시민들은 다들 손에 초를 들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영상에는 과거 노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때부터 야 3당 합당을 반대하며 국회를 박차고 나온 장면, 연거푸 부산시장에서 떨어진 일 등이 담겨 있었다. 또 대통령 취임 이후 탄핵 정국과 퇴임 이후 손녀와 다정하게 자전거를 타고 봉하마을을 달리는 영상도 있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그런 영상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김해에서 수업을 마친 뒤 곧바로 왔다는 고등학생 김유미 양은 "평소 잘 알지 못했는데, 여기와서 영상을 보고 어떤 분인지 알게 됐다"며 "알면 알수록 그렇게 떠난게 안타까워진다"고 말끝을 흐렸다.

김 양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촛불을 들고 그를 추모하는 일 밖에 없다"며 "하지만 그가 말하고 행동했던 것은 꼭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촛불은 이렇게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에게 그를 떠올리고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었다.

▲ 그림을 클릭하면 슬라이드 쇼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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