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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이젠 '주변인'이 서럽지 않은 나라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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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광재 "이젠 '주변인'이 서럽지 않은 나라 가세요"

구치소에서 盧에게 옥중 편지…구속집행정지 신청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이 25일 구치소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옥중 편지를 보냈다.

"좋은 나라 가세요. 뒤돌아 보지 말고 그냥 가세요"라고 글을 시작한 이 의원은 "죄송합니다. 제대로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라고 비통한 심경을 나타냈다.

그는 "21년 전 오월 이맘때쯤 만났습니다. 42살과 23살 좋은 시절에 만났습니다"라고 노 전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회고했다. 이 의원은 1988년 정치에 입문한 '국회의원 노무현'의 보좌관을 맡으며 20여 년을 줄곧 노 전 대통령의 곁에서 보좌해왔다.

▲ 이광재 의원. ⓒ연합뉴스
이 의원은 "술 한 잔 하시면 부르시던 노래"라며 '뛰는 가슴도 뜨거운 피도 모두 터져 버릴 것 같아…'라는 노래 '불나비'의 가사를 언급하며 "터져 버릴 것 같습니다. 제대로 모시지 못한 죄 어찌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거듭 비통함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나라를 사랑하는 남자. 일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사나이를 보았습니다"라면서도 "항상 경제적 어려움과 운명같은 외로움을 지고 있고, 자존심은 한없이 강하지만 너무 솔직하고 여리고 눈물 많은 고독한 남자도 보았습니다"라고 '또 하나의 모습'을 회고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몇 번이나 운 적이 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꼭 좋은 나라 가셔야 합니다. 이젠 '따뜻한 나라'에 가세요. 이젠 '경계인'을 감싸주는 나라에 가세요. 이젠 '주변인'이 서럽지 않은 나라에 가세요"라며 "'남기신 씨앗'들은, '사람사는 세상 종자'들은 나무 열매처럼, 주신 것을 밑천으로 껍질을 뚫고 뿌리를 내려 '더불어 숲'을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의원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불법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현재 서울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이날 이 의원의 변호인이 구치소로 찾아와 노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내려 하자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했는데 무슨 낯으로 빈소에 찾아가겠느냐"고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호인이 "봉하마을 쪽에서 '오랜 정치 생활을 함께 한 이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거듭 설득하자 비로소 구속집행정신청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한나라당 측에서도 정상문 전 비서관, 이광재 의원, 이강철 전 수석 등에 대해 구속집행정지신청을 허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어서 법원의 결정이 주목된다.

다음은 이 의원이 쓴 편지 전문이다.

꽃이 져도 그를 잊은 적이 없다

좋은 나라 가세요.
뒤돌아 보지 말고
그냥 가세요.

못다한 뜻
가족
丹心으로 모시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21년전 오월 이맘때쯤 만났습니다.
42살과 23살
좋은 시절에 만났습니다.

부족한게 많지만
같이 살자고 하셨지요.

'사람사는 세상' 만들자는
꿈만가지고
없는 살림은 몸으로 때우고
용기있게 질풍노도처럼 달렸습니다.
불꽃처럼 살았습니다.

술 한잔 하시면 부르시던 노래를 불러봅니다.

"오늘의 이 고통 이 괴로움
한숨섞인 미소로 지워버리고
가시밭길 험난해도 나는 갈테야
푸른 하늘 맑은 들을 찾아갈테야
오 자유여! 오 평화여!

뛰는 가슴도 뜨거운 피도 모두
터져 버릴 것 같아..."

터져 버릴 것 같습니다.
제대로 모시지 못한 죄 어찌할지 모르겠습니다.

천형처럼 달라 붙는 고난도
값진 영광도 있었습니다.

운명의 순간마다
곁에 있던 저는 압니다. 보았습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남자
일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사나이를 보았습니다.

또 하나의 모습
항상 경제적 어려움과 운명같은 외로움을 지고 있고
자존심은 한없이 강하지만 너무 솔직하고
여리고 눈물많은 고독한 남자도 보았습니다.

존경과 안쓰러움이 늘 함께 했었습니다.

"노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몇 번이나
운적이 있습니다.

최근 연일 벼랑끝으로 처참하게 내 몰리던 모습

원통합니다.

원망하지 말라는 말씀이 가슴을 칩니다.

잘 새기겠습니다.

힘드시거나
모진 일이 있으면
계시는 곳을 향해 절함으로써

맛있는 시골 음식을 만나면
보내 드리는 것으로

어쩌다 편지로 밖에 못했습니다.

산나물을 보내 드려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애통합니다

지난 여름 휴가 때 모시고 다닐 때는
행복했습니다.
풀 썰매 타시는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올 여름도 오신다고 했는데...

이 고비가 끝나면 제가 잘 모실 것이라고
마음속에 탑을 쌓고 또 쌓았습니다. 계획도 세웠습니다.

절통합니다.
애통합니다.

꼭 좋은 나라 가셔야 합니다.

바르게, 열심히 사셨습니다.
이젠 '따뜻한 나라'에 가세요
이젠 '경계인'을 감싸주는 나라에 가세요
이젠 '주변인'이 서럽지 않은 나라에 가세요

'남기신 씨앗'들은, '사람사는 세상 종자'들은
나무 열매처럼, 주신 것을 밑천으로
껍질을 뚫고
뿌리를 내려 '더불어 숲'을 이룰 것입니다

다람쥐가 먹고 남을 만큼 열매도 낳고,
기름진 땅이 되도록 잎도 많이 생산할 것입니다.

좋은나라 가세요.
저는 이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닿는 곳마다 촛불 밝혀 기도하고,
맑은 기운이 있는 땅에 돌탑을 지을 것입니다.
좋은나라에서 행복하게 사시도록...
돌탑을 쌓고, 또 쌓을 것입니다.
부디, 뒤돌아 보지 마시고
좋은나라 가세요.

제 나이 44살

살아온 날의 절반의 시간
갈피갈피 쌓여진 사연
다 잊고 행복한 나라에 가시는 것만 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다포(茶布)에 새겨진 글
"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가 떠오릅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주체 할 수 없는 눈물 밖에 없는 게 더 죄송합니다.

좋은 나라 가세요.

재산이 있던 없던
버림 받고 살지 않는 삶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유산은, 내 유산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노대통령님으로부터 받은 유산,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저를 아시는 분들에게

봉하 마을에 힘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 거듭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아시는 분들
제가 말하는 맑은 기운이 있는 땅, 탑을 쌓을 곳이
어디인지 아실 겁니다. 본격적으로 탑을 쌓고 지읍시다.

노대통령님 행복한 나라에 가시게
기도해 주세요. 가족분들 힘내시게

찻집에서 본 茶布에 씌여진 글귀가 생각납니다.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

끝없이 눈물이 내립니다.

장마비처럼

이광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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