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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악어의 눈물'을 보라…잊지 말자, 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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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악어의 눈물'을 보라…잊지 말자, 그들을!

[홍성태의 '세상 읽기'] 삼가 그의 명복을 빌며…

그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 아득한 30미터(m) 벼랑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머리가 바위에 닿는 순간 그의 머리에는 800킬로그램 정도의 충격이 가해졌을 것이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겠지만 그는 두개골이 깨지는 커다란 고통을 느끼며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손자의 재롱을 보고 회고록도 쓰며 앞으로 20년 정도 더 살아야 했을 그가 왜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까?

그는 아무래도 '명예 자살', 즉 명예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자살을 택한 것 같다. 지켜야 할 명예라는 것을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은 자들에게 명예 자살이라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짓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명예 자살은 동서와 고금을 떠나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는 무엇보다 명예를 중시했던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이미 가족과 측근의 '비리'로 말미암아 크게 명예를 실추한 상태였다. 검찰은 그를 서울로 불러서 조사해서 더욱 더 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여기서 나아가 검찰은 아무런 증거도 없으면서 그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다. 자신이 전두환이나 노태우와 같은 부패한 자로 여겨지게 될 수 있는 현실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는 자살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 같다.

물론 그의 자살은 단순히 자살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명확히 밝혔고, 이에 대해 검찰에서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결국 검찰은 그가 뇌물수수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검찰은 반드시 그를 뇌물수수의 범죄를 저지른 죄인으로 기소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천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부패 수사는 원칙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의 친구와 측근들,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잘못에 비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고, 그것이 결국은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낀 것 같다. 자기가 구속되거나 사회적으로 철저히 파괴되지 않는 한, 그들의 공격은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런 생각에서 그는 '최후의 저항'으로 자살을 택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그는 오래 전부터 그들의 강력한 공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여전히 그들의 대표로 건재한 전두환의 잘못을 가장 신랄하게 밝힌 장본인이며, 그 결과 이 나라의 발전을 이끌 개혁적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에 대한 공격도 격렬해졌다. 그들은 그에 대해 참으로 야비한 색깔론 공격마저 퍼부었다.

그러나 수많은 국민들이 그의 의지와 능력에 열광했다. 그가 이 나라를 낡은 시대에서 벗어나게 해서 '진정한 선진화'의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믿은 국민들의 힘으로 그는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사실 그에 대한 기대는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의 책임은 대단히 크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막강한 그들이 그를 끝까지 괴롭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25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경상남도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노 대통령 지지자, 주민들로부터 마을 진입을 제지당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프레시안

그가 죽자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자들이 소스라쳐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진정으로 애도하고 있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는 '국민장'으로 장례를 치르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검찰의 주장대로 그가 뇌물수수의 범죄를 저지른 범죄인이라면, 국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이 옳은 것인가? 국민장이 옳은 것인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가 검찰의 수사에 따라 엄정히 처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검찰의 의견을 존중해서 '국민장'을 거부했어야 옳을 것이다. '청부 수사'니 '정치 보복'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의혹들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스스로 확인해주는 셈이 되지 않았는가?

나는 그들이 그를 진심으로 애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은 정말 오래 전부터 그를 죽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들은 그를 늘 좌파, 빨갱이, 멍청이, 미친 놈, 무식한 놈, 근본 없는 놈 등으로 부르고 무시했다. 그가 국민들의 힘으로 어렵게 대통령이 되자 그들은 힘을 모아 '의회 쿠데타'를 일으켜서 그를 탄핵했다. 그 사유 중에도 측근 비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는 터무니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늘 그를 부패한 자로 만들어서 국민들이 그를 저버리도록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논란거리로 만들어서 정말 사는 것 자체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그의 탈권위, 반부패, 정의감 등이 무서웠던 것이다. 그들은 그가 시대의 상징이 되어 '진정한 선진화'를 추진하는 것을 무엇보다 두려워했던 것이다.

비록 그가 정책적으로는 많이 실패했다고 할지라도 그가 보여주었던 정치적 가능성은 중요한 역사적 자산으로 계속 남을 것이다. 그가 남긴 교훈을 잘 살리기 위해서 우리는 크게 두 가지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목표에 대해 심층적인 토론을 통해 합의하고 가능한 명확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개혁은 개혁을 외치는 것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와 함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독재에 뿌리를 둔 '보수 세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정치, 경제, 교육, 언론, 문화 등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의 민주화는 '포위된 민주화'와 '취약한 민주화'의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그처럼 열렬한 지지와 강력한 의지를 가진 정치인조차 실패하기 쉬운 것이 이 나라의 후진적 현실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능력과 피나는 노력만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신의 영리를 좇지 않고 정의를 위해 살고자 애쓴 사람이었기에 수많은 국민들이 신나게 그의 '팬'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그들은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썼으며, 그의 참담한 죽음조차 결코 진정으로 애도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애도는 너무 늦었거나 '악어의 눈물'로 보인다. 그들은 여전히 그의 정책들을 '이념'의 산물로 왜곡하고 있으며, 여전히 그를 '좌빨'(좌파 빨갱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그저 자살한 것이 아니다. 명예 자살은 상당한 정도로 사회적 타살 또는 정치적 타살의 성격을 갖는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그의 죽음을 대단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의 결과로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지금 이 나라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1년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전 대통령조차 자살해야 하는 암담한 상황에 있다. 자살을 경쟁의 마땅한 부산물 정도로 여기는 그들에게 이 상황에 대한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삼가 그의 명복을 빌면서 그의 죽음과 우리의 현실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자. 그가 연설을 통해 늘 열렬히 주장했듯이 우리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고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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