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은 물론 퇴임 후에도 이른바 '조중동'이라 불리는 거대 보수 언론들과 갈등과 긴장 관계가 이어져 왔다. 그의 서거에 대해 이들 신문들은 24일자 사설을 통해 안타까움과 애도의 뜻을 나타냈지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여전한 반감이 묻어 나왔다.
<조선> "언론의 비판으로부터 해방돼 생긴 권력 비리"
<조선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逝去)를 애도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렇게 비명에 생을 하직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새삼스레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을 떠올리며 참담한 기분을 느낀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퇴임 후가 순탄치 않았던 사례들을 들며 "한국 대통령들의 비극이 아직도 멈추지 않고 한국 정치의 이면에 여전히 흘러 내리고 있다는데 모골이 송연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대통령 권력은 제동 장치가 전혀 없다는 근본적 결함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미 국가에선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데 언론의 비판적 기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 눈에 띈다.
<조선일보>는 "노 전 대통령 시절부터 홍위병에 가까운 세력들이 시민단체를 가장해 대통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에 대한 전방위 공격을 퍼부었다"며 "여기에 권력의 세무사찰 등등의 탄압 방식이 얹혀지면서 언론의 대통령 권력에 대한 감시도 기대하기 힘들만큼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어 "그 결과 대통령 권력은 감시·견제·비판으로부터 해방되면서 결국은 권력 자체의 비리의 무게로 붕괴되기까지 위태위태한 모습을 연출했다"고 기술했다. 즉 자사 등이 노 전 대통령과 '노사모' 등에 의해 공격과 탄압을 받았고, 노 전 대통령은 비판적인 보수언론의 감시를 못 받은 탓에 비리로 무너졌다는 식의 주장이다.
<동아> "국민 분열 재료 이용 책동 경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정치적 이용', '국론 분열' 등을 잔뜩 경계했다. <중앙일보>는 "어느 누구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전 정권에 대한 탄압으로 몰아가거나 비극적인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고 하는 건 역사의 건전한 진행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떠난 전직 대통령이 바라는 국민 화합과도 어긋난다"며 "가뜩이나 강경 노조와 일부 운동권 세력의 '6월 투쟁'을 앞두고 있어 국민의 걱정이 작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동아일보>도 "어떤 경우에도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국민 분열의 재료로 이용하려는 책동은 경계할 일"이라며 "일부 세력은 마치 그의 죽음에 이명박 정부와 검찰이 책임이 있는 양 선동하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우리 국민은 그런 억지에 결코 흔들리지 않을 만큼 성숙하다고 믿는다"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애석한 일이긴 하지만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직접적인 원인은 어디까지나 권력 비리였다"고 선을 그었다.
<동아> "수사과정 전직 대통령 예우 받을 만큼 받았다"
거세게 일고 있는 '검찰 책임론'에 대한 <동아일보>의 태도도 다른 언론들과 사뭇 다르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검찰 수사에 무리한 부분이 없었는지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동아일보>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비극을 불렀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수사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배려와 예우를 받을 만큼 받았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이밖에 "지지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파병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한 것도 평가 받을 일"이라면서도 "지나치게 좌(左)로 기운 경제 사회 교육 정책은 다수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6.25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3위의 경제 강국으로 일어선 대한민국의 역사를 '오욕의 역사'로 규정해 분열과 갈등을 키웠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여전한 반감을 나타냈다.
<한겨레> "비주류에 대한 기득권 세력들의 집요한 공격에"
반면 <한겨레>는 "그는 우리 사회의 비주류였다. 그리고 그의 비극의 원천은 여기에 있었다. 탐탁지 않은 비주류의 출현에 대한 기득권 세력들의 공격은 집요했다"며 "그 공격은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퇴임 뒤에도 변함이 없었다. 보수세력과 보수언론들은 국민의 손으로 뽑힌 대통령의 권위조차 인정하지 않고 헐뜯고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한겨레>는 또 "수사 전개로 볼 때 노 전 대통령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온 청와대 핵심의 의중이 반영됐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정치검찰도 문제이지만 이참에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처럼 부리려는 권력자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경향신문>은 "벌써 일각에선 그의 죽음이 현 정권의 몰아붙이기식 수사가 낳은 결과라는 주장에서부터 권력형 비리에 따른 사필귀정이라는 매몰찬 반론까지 위험스러울 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되고 있으나, 극단적 접근들은 소모적 혼란만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진지한 자기 성찰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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