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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내가 만나본 가장 매력적 정치인…눈물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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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내가 만나본 가장 매력적 정치인…눈물 흘러"

진보신당 게시판에 노 전 대통령 회상 글 올려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그를 비판했던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눈물이 난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진 교수는 23일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근조]노무현 대통령의 추억'이라는 글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다. 지지자를 통해 캠프 합류 의사를 들었으나 정치적 신념이 달라 거절했다"며 "두 번째로는 월간 <인물과 사상>의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그 후로는 만난 적이 없다"고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밝혔다.

진 교수는 이어 "대통령이 된 후에는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이라크 파병 때는 '부시의 푸들'이라고 강력히 비난했고 김선일 씨 참수 사건이 터졌을 때는 격한 표현까지 썼다"며 "그가 한나라당과 싸울 때는 그를 지원하고, 진보운동과 싸울 때는 그를 비판했다. 아무튼 그는 진보와 보수 사이에 끼어 집권 기간 내내 낮은 지지율로 고생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진 교수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마지막으로 공식 언급한 게 퇴임 몇 달 전에 <서울신문>에 올린 기고다. 그렇게 투닥거리고 싸웠던 정적(?)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였다"며 당시 글을 캡처해 올렸다.

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그가 도덕적으로 흠집을 남긴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지만, 전과 14범도 멀쩡히 대통령 하고 쿠데타로 헌정파괴하고 수천억 검은 돈 챙긴 이들을 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기려주는 이 뻔뻔한 나라에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은 낯이 덜 두꺼운 사람이다"며 "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은 내가 만나본 정치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분이었다. 참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흐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다음은 진 교수가 쓴 글의 전문.

[근조]노무현 대통령의 추억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였습니다. 어느날 그의 열렬한 지지자인 이기명씨를 통해 전화가 왔더군요. 제 칼럼을 보고 저를 한번 보고 싶다 한다고. 여의도의 한식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고, 제가 철학을 공부했다는 말을 들으셨는지, 상대주의와 절대주의의 대립이라는 철학적 아포리아에 관한 말씀을 꺼내시더군요. 대화의 결론은, 자기 캠프로 와 줄 수 있냐는 것. 제 정치적 신념은 진보정당을 강화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데리고 있느니 차라리 밖에서 더러 쓴 소리도 하면서 그냥 놀게 해주는 게 아마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덧붙였지요.

두 번째 만남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후의 일이었습니다. 월간 '인물과 사상'에서 제게 노무현 후보 인터뷰를 해 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흔쾌히 응했고, 당시 민주당사로 찾아가서 1시간 반 정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번째 만났을 때는 같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저를 대하시는 태도가 약간 차가웠지요. 나름대로 준비를 해 간다고 해갔는데, 질문 몇 개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인터뷰를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요."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면서, 가끔 내 물음을 자기 스스로 고쳐서 묻고는 스스로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인터뷰를 풀어 보내준 녹취록을 다듬어서 '인물과 사상'에 실었지요. 그 기사, 다시 한번 읽고 싶네요.

그후로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부딪히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라크 파병 때에는 '부시의 푸들'이라고 강력히 비난을 하기도 했었고, 김선일씨 참수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여기에 옮기기 힘들 정도로 격한 표현까지 했었지요. 총선 때에는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는 유시민씨와 '사표 논쟁'을 벌이기도 했었고... 그가 한나라당과 싸울 때는 그를 지원하고, 그가 진보운동과 싸울 때는 그를 비판하고... 전반적으로는 그가 내세운 '개혁'의 정신이 퇴색되어가는 것을 비판하는 논조를 유지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는 진보와 보수 사이에 끼어 집권 기간 내내 낮은 지지율로 고생을 해야 했지요.

그에 대해 마지막으로 공식적 언급을 한 것은 퇴임하기 몇 달 전에 <서울신문>에 기고했던 것입니다. 그때 노무현 전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지요. 그렇게 투닥거리고 싸웠던 정적(?)에게 보내는 나의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그가 도덕적으로 흠집을 남긴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지만, 전과 14범도 멀쩡히 대통령 하고, 쿠데타로 헌정파괴하고 수 천억 검은 돈 챙긴 이들을, 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기려주는 이 뻔뻔한 나라에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은 낯이 덜 두꺼운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은 내가 만나본 정치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분이었습니다. 참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흐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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