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인사차 김형오 국회의장을 찾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첫 대면부터 '당부사항'을 전달하는 등 김 의장을 압박했다.
20일 오전 이 원내대표를 비롯해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 우제창 원내대변인, 백재현 당무부대표가 의장실을 찾았다.
이들을 맞이한 김 의장은 "이 원내대표는 지혜롭고 전략까지 갖춘 분이라 소문났는데, 덧붙여 예의까지 제대로 아는 분이라 우리 국회가 잘 돌아갈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우윤근, 우제창' 해서 좌파는 하나도 없다"고 농담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이 진행됐다.
이 원내대표도 웃는 얼굴이었지만 말 속에 담긴 내용에는 날이 서 있었다. 그는 "작년 연말, 2월, 4월 국회 과정에서 솔직히 말하면 의장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까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중심을 잘 잡아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한나라당에서는 아직도 의장을 한나라당 식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의장의 '중립'을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공개적으로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며 "나에게 너무나 강하게 나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외모와 달리 모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기를 원하는 사람이지만, 야당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것은 정부 여당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의장께서 어떻게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의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의장께서 여야 관계에서 이것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김 의장이 중유럽 순방 당시 교민들이 지난 연말 국회 물리적 충돌 사태를 얘기하며 부끄러웠다고 소개하자 이 원내대표는 "나는 10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는 등 많은 경험을 했는데, 지난 1년 우리 국회의 정치력이 이것 밖에 안 되나 자성을 많이 했다"며 "정치라는 것이 불가피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국면에서는 싸워야겠지만 협상을 만들어내고 모든 것을 정치력으로 풀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에는 우윤근, 우제창, 백재현 의원 외에도 법률부대표에 박은수 의원, 기획부대표에 장세환 의원이 임명됐다. 이밖에 김영록, 최문순, 김재윤, 전혜숙, 홍영표 의원이 지도부에 가세한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지난 원내지도부는 서갑원 수석과 조정식 원내대변인에 일이 너무 몰렸다"며 "이번에는 팀플레이를 잘 할 수 있는 분들로 역점을 두고 짰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와 당 지도부는 21~22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상견례 및 6월 임시국회 대응 전략 워크숍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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