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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본인, 기타노 다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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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본인, 기타노 다케시

[오동진의 영화갤러리]<13>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을 읽었다. 빠르게 읽히는 책이어서 두어시간 맘을 잡으면 한번에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글이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200자 원고지 4~500매쯤? 사실 쓰려고도 마음 먹으면 일주일쯤이면 쓸 수 있는 책이다. 그만큼 쉽고 간결하다,기 보다는 명쾌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글이어서 일단 다 읽고 나면 다케시의 취지에 공감하든 반대하든 둘중 하나가 된다. 그러기까지는 무조건 눈이 글을 좇게 되는, 그런 글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중간쯤부터는 이 책을 다 읽을지, 아니면 그만 덮을지 지금 좀 망설여지긴 한다. 많은 부분 동의하기 어렵고 때론 속시원하면서도 또 때로는 그만큼 더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 소나티네

물론 다케시의 글을 보면서 몇가지 점에서 놀라긴 했다. 그가 정치사회경제문화 전 분야에 걸쳐 글로벌한 관심사가 있는, 그것도 깊이가 남다른 인물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는 측면에서 우선 그렇다. 근데 사실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 다케시는 <소나티네>에서부터 <기쿠지로의 여름>까지 불세출의 걸작을 줄줄이 만든 영화감독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다케시에게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은근히 그에게 따라 붙는 비트 다케시(개그맨 시절 다케시가 썼던 예명)로서의 기행(寄行)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그가 지식인型 감독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무장한 다케시를 만나니 그가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생각, 지식이 더욱더 놀라워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생각과 지식이다. 이 책은 제목을 잘못 붙인 감이 있는데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이 아니라 그냥 '위험한 다케시'라고 했으면 맞았을 것 같다. 다케시는 자유분방한 척, 매우 공격적인 민족주의를 내세운다.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영유권 문제라든가 한중과의 일본교과서 문제, 미군이 주둔중인 오키나와에 대한 생각 등등 그의 주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아니다. 오히려 망언과 망발로 늘 말과 탈이 많은 도쿄 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나 현 일본 총리인 아소 다로와 닮아 있다. 영화로 따지자면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에서 나왔던 아버지 김준평을 쏙 빼닮아 있다. 그만큼 이 책은 다케시의 독선적이고, 가부장적이며, 폭력적인 면을 담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자신이 만드는 영화와 같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좀 지나친 것이다. 감독도 사람이니까. 얼마든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또 보통 사람들보다 모자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감독이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감독을 지나치게 작가로 취급하는 경향때문이다. 그것도 좀 오바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가 세상을 움직이는 중심축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 피와 뼈

우리의 경우 영화감독들은 별로 사고를 치지 않는다. 다들 개성이 남달라서 그렇지 어디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드러날 만큼 섹스 스캔들을 일으키지 않는다. 괴팍해서 그렇지 홍상수 감독도 진정 씨네아스트이고, 종종 너무 잘난 척 해서 그렇지 박찬욱도 세계적인 감독인 것이 확실하다. 까탈스러워서 그렇지 김지운도 매력적인 감독이다. 모두들 오로지 영화만 생각하는, 바른생활형 인간들이다.

어쩌면 감독들이 사고를 치기 전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대형 사건을 먼저, 그것도 너무 일으켜서일지도 모른다. 최근 몇 개월 사이 우리사회에는 3대 섹스스캔들이 터졌다. 장자연 사건과 청와대 성상납 사건, 민주노총 성추행 사건이다. 우리사회는 지도층이 너무 영화적이다. 영화적 소재를 알아서 제공해 준다. 일본사회는 이에 비해 조용한 척 지나치게 억압돼 있어서인지 종종 엽기적인 사건이 터진다. 한국에 비하면 지도층 인사들이 참으로 얌전해 보인다. 그러니 다케시 같은 인물이 저런 글로 설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감독 중에 다케시 같은 별종이 없는 것이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그것 참 알쏭달쏭한 문제다.
(*영화주간지 무비위크에 실은 글을 수정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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