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언급하며 영국의 의료 정책을 폄훼해 논란을 자초했다.
윤증현 장관은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조찬 강연에서 영국의 의료 현실을 놓고 "영국은 (병원이) 거의 무료지만 한 번 가려면 3~4개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앞장서 추진하는 영리법인 병원 설립 등을 옹호하고자, 정부가 주요 의료 서비스를 전적으로 제공하는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ystem)를 폄훼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윤증현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영국 의료 정책에 밝은 전문가는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영국에서 병원에 가려면 3~4개월 기다려야 한다는 윤 장관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영국의 NHS의 문제점으로 대기자 수가 많다는 게 종종 지적되곤 하지만 긴급 환자의 경우에는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3~4개월은 크게 과장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우석균 실장은 "더구나 이렇게 대기자 수가 늘어나게 된 것은 바로 1980년대 대처 정부가 NHS 예산을 크게 삭감하면서 의사, 병원 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 실장은 "영국 정부가 예산 삭감으로 발생한 대기자 수를 줄이고자 영리법인 병원을 일부 허용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이 월급이 많은 영리법인 병원으로 몰려가면서 일반 서민이 이용하는 병원의 의사가 부족해졌다. 영리법인 병원 허용으로 대기자 수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우석균 실장은 "대기자 수는 블레어 정부가 NHS 예산을 크게 늘리면서야 비로소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우석균 실장은 "이런 내용은 영국의 NHS에 밝은 보건복지가족부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라며 "기본 내용도 알지 못하면서 왜 자꾸 무식한 소리를 해서 나라의 위신을 깎아내리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우 실장은 "제발 윤증현 장관은 의료 정책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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