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그의 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그의 별

[별, 시를 만나다]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이미 연재 중인 '문화, 우주를 만나다'에 이어 '별, 시를 만나다'를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진 <이야진(IYAZINE)>과 공동으로 연재한다.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50인이 별, 우주를 소재로 한 신작시 50편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한 편씩 선보인다. 매번 첨부될 시인의 '시작 노트'와 천문학자 이명현 교수(IYA2009 한국조직위원회 문화분과 위원장·연세대 천문대)의 감상은 시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그의 별

그는 산을 올랐다
뜨거운 눈물 항아리를
혹처럼 지고 갔다
그는 자주 멈춰 하늘을 봤고
바늘처럼 그림자를 찔러 대는
빛살도 응시했다
산에서는 그가 사는 도시가
한 송이 가시연꽃처럼 보였다
모퉁이를 돌 때 그의
두 눈이 역광 속에서 빛났다
같이 가던 사람이 눈물을 닦으며
낮은 목소리로 "감격이야!" 했다

그는 그 하루에
바라보던 별에
성큼 다가갔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의 천문대는 산꼭대기 근처에 있다. 맑은 날이 많은 곳. 건조한 곳. 도시 불빛의 방해가 적은 곳. 좋은 천문대의 조건이다. 그러니 산꼭대기로 갈 수밖에. 산을 올라 천문대로 가다보면 문득 별이 커 보이고 가까워 보이고 산 아래 일상의 그들은 아득히 멀리 작아 보이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같이 가던 그 사람도 절박함을 잠시 접어두고 눈물을 흘릴 여유를 찾을 수 있었나보다. 천문대는 별만 보는 곳이 아니랍니다. 절망한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 잡아두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천문대 앞에 이런 문구를 새겨두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해봤다.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옆에서 봤을 때 가슴이 서늘했다. 어느 날, 그 사람과 같이 산에 갔다. 말이 필요 없는 동행이었다. 뒷모습과 숨소리로 그의 상태를 감지하며 그냥 같은 길을 걸었을 뿐이다.

산에는 천문대가 있었다. 천문대에서 일하는 사람의 도움으로 천체망원경 앞에 앉아 광활한 우주를 봤다. 시력이 나빴기 때문인지 한낮이었기 때문인지, 내가 본 것은 사실 엄청난 허공뿐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자신이 먼지보다 작은 존재임을 느꼈다.

천문대를 등진 채 남은 산길을 걸을 때 그의 걸음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우리는 조금 떨어져 걸었지만, 그림자는 우리의 몸보다 훨씬 가까웠고 자주 부딪치기도 했다. 가파르고 좁을 산길을 하루 종일 걷던 우리는 어느 순간, 어느 별에 성큼 다가서 있었다.

조은은…

1960년생.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무덤을 맴도는 이유>, <따뜻한 흙>,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 <조용한 열정>, <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 등.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