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 |
하지만 위기는 전환점이 됐다. 보수적인 음악 업계의 모굴들이 물러난 공백을 참신한 청년들이 채웠다.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다. SM의 이수만과 YG의 양현석과 JYP의 박진영에겐 변화를 읽는 눈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유통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음악은 더 이상 CD를 파는 비즈니스가 아니었다. 이제부턴 유통이 아니라 콘텐츠를 잡는 쪽이 꼭대기에 앉을 수 있었다. 스타를 만들 줄 알아야 했다. 스타에 음악을 붙였고 영화도 붙였고 드라마도 붙였다. 최근 들어선 패션도 붙인다. 유통은 CJ와 SK와 KT 같은 대기업들의 몫이었다. 물건만 잘 만들면 터졌다. JYP는 원더걸스와 비를 내리게 했고, YG는 빅뱅을 터뜨렸고, SM은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를 열었다. 1990년대는 음악의 시대였다. 2000년대는 영화의 시대였지만, 다시 흐름은 음악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JYP의 정욱 대표와 YG의 양민석 대표와 SM의 김영민 대표는 일주일에 한번씩 함께 만나 술잔을 나누는 사이들이다. 비슷한 연배들이다. 저마다 메탈과 R&B와 록의 마니아들이다. 셋은 모여서 음악을 얘기하고 대중을 얘기하고 음반 산업을 얘기하곤 했다. 5월 14일 세 사람은 대선배인 김창환 라인미디어 대표와 함께 <코리아 뮤직 파워 프로젝트> 기자 회견을 열었다. 젊은 CEO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그들이 각자 자기 회사 챙기기를 넘어서 산업을 고민하는 연배로 접어들었다는 증거다. 그들은 음반 업계의 고질병인 저작권법 개정과 공명정대한 음악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아쉬운 건 있다. '사랑한다 대한민국 2009 드림콘서트'는 관주도 행사 냄새가 난다. 영화계에 비하면 음악계가 현 정부의 칭찬을 많이 듣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진작에 노래방 기자회견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게 있다. 빅3의 CEO들은 젊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적어도 아직은 정치보단 비즈니스를 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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