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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또 '묻지마' 연행…기자회견 참석 변호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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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또 '묻지마' 연행…기자회견 참석 변호사까지

용산 참사 검찰 수사 비판 기자회견 직후 7명 연행

경찰의 '묻지마'식 강제 연행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경찰 폭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참석자 6명을 연행한 데 이어 꼭 열흘 만에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7명을 연행했다. 용산 참사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었다.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1일부터 22일까지를 검찰 규탄 주간으로 선정, 서울중앙지검 앞 1인 시위, 항의엽서 보내기 등을 진행해왔다. 14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진실은폐, 편파, 왜곡 수사 검찰 규탄 대회' 기자회견도 그 일환이었다.

▲ 권용국 변호사가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되고 있다. 그는 변호사 신분을 밝혔지만 연행됐다. ⓒ프레시안

하지만 경찰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해산하는 참가자들을 곧바로 연행했다. 이 중에는 용산 참사 재판 관련 철거민의 변호를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도 포함돼 있었다. 권영국 변호사는 연행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변호사임을 밝혔지만 경찰은 변호사의 목을 조르며 강압적으로 호송차에 그를 태웠다.

경찰과의 대치 속에서 용산 참사 유가족인 고 한대성의 부인 신숙자 씨가 실신해 강남 성모병원으로 실려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7명은 현재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경찰 측 관계자는 "대책위는 기자회견이라고 주장하지만 피켓, 구호 등을 외치는 이상 신고 되지 않은 집회"라며 "3차 해산 경고에도 해산하지 않았기에 연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경찰은 오후 12시로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 자체를 막기 위해 미리 장소를 봉쇄하고 있었다. 인도에서부터 바리케이드를 치고 기자회견 참가자의 이동을 막던 경찰을 두고 권영국 변호사 등 참가자들이 강력히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권 변호사가 "지금 우리가 뭘 했다고 인도를 막고 서 있는 것인가"라며 "이게 법 집행인가"라고 항의했다. 그는 "자신들과 반대된 의견을 표현하는 기자회견을 경찰이 막무가내로 막고 있다"며 "법조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정말 창피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30여 분간의 실랑이 끝에 기자회견이 진행됐으나 경찰은 기자회견에 참여한 참가자 30여 명을 에워싸고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한 후였다.

경찰의 강제 연행에 용산 범대위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반발했다. 이들은 "경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도 지녔는가"라며 "어떻게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 7명을, 그것도 자진해산하던 이들을 연행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경찰은 시민들을 인도 상에서 체포, 연행했다"며 "물론 미란다 원칙 고지도, 법적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묻지마' 연행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불법 폭력을 행사하고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시민들의 인신을 구속하는 경찰 관계자에게 법적 책임은 물론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며 이날 벌어진 강제 연행을 규탄했다.

▲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시민이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되고 있다. ⓒ프레시안

▲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가 오열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경찰이 기자회견 하는 사람들까지도 잡아갈 수 있느냐"며 "나도 기자회견을 했으니 잡아가라"고 외쳤다. ⓒ프레시안

▲ 기자회견이 시작되는 오후 12시. 이미 경찰이 인도를 막고 기자회견 장소인 서울중앙지검 앞으로의 이동을 막았다. 권영국 변호사가 변호사 신분증을 꺼내 변호사라며 지나갈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프레시안

▲기자회견에 참가했더 연행되고 있는 여성 ⓒ프레시안

"3000쪽 왜 공개 안하나? 결국 진실 은폐 아니냐"

이날 용산 범대위는 7명이 연행되기 전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통해 "편파 왜곡 수사를 중단하고 공개하지 않은 3000페이지의 수사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은 진상 규명을 바라는 유가족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일부 공개된 검찰의 미공개 수사기록 중에는 공소사실과 위배는 사실이 포함돼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 14일 용산 범대위는 서울중앙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되지 않은 3000쪽의 수사 기록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프레시안

실제 검찰이 지난 4월 23일 피의자 혐의 입증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찰 특공대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비공개로 놓여있던 3000페이지 가운데 공개한 500여 쪽에는 아직까지 공개돼 있지 않았던 사실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찰이 한사코 공개를 거부하는 수사기록 3000쪽 중에는 강제 진압 작전을 결정하게 된 배경과 그 결정권자 등 숱한 의혹을 밝힐 단서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며 "결국 수사기록 은닉으로 용산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기록 불허 방침에 대해 법원은 허용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한 상태다. 이들은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수사 기록을 제출할 의무를 위반, 은닉한 것으로 각각 직무유기죄와 증거은닉죄에 해당한다"며 "더 나아가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전면 부정하고 피고소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제라도 검찰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유가족과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검찰은 응분의 대가를 치를 뿐 아니라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용산참사로 기소된 철거민 변호인단은 재판부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철거민 변호인단은 15일 재판을 앞둔 14일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기피 신청서에서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수사 기록을 제공하라는 명령을 검찰이 위반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제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재판만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충분하다"고 기피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상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서가 제출되면 명백한 소송 지연 목적이 아닐 경우 기피 신청에 관해 결정될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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