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7월 마지막 주 금~일요일인 24~26일 열리지만 록 팬들은 본의 아니게 고민스런 선택을 해야하게 됐다. 같은 시기에 경기도 이천에서 또 다른 대형 록 페스티벌인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 ⓒ펜타포트 |
이처럼 두 공연이 '출혈 경쟁'을 하게 된 것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공동 주관해 온 주요 기획사들이 갈등을 겪은 끝에 갈라져서다. 그동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뮤지션 섭외, 무대 설치 등을 담당한 옐로우나인이 떨어져 나가 지산에서 새로운 공연을 출범시키기로 했고,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투자와 공연 진행을 책임졌던 아이예스컴은 그대로 남아 기존 공연을 열기로 했다.
문제는 두 공연 날짜가 정확하게 겹친다는 점이다. 두 공연 모두 일본 굴지의 공연인 후지 록 페스티벌의 일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옐로우나인 측은 "후지 록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스매시 코퍼레이션과 2002년 양해각서를 맺은 후 뮤지션 라인업, 장소 선정 등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업무 제휴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후지 록 페스티벌과 같은 때 공연을 개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오아시스(Oasis), 위저(Weezer),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 등 옐로우나인이 지금까지 공개한 올해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라인업은 후지 록 페스티벌의 출연진과 상당부분 겹친다.
반면 아이예스컴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그동안 후지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7월 마지막 주 금~일요일에 늘 열려왔다. 옐로우나인이 갑작스레 하차를 통보하는 바람에 준비기간이 부족해 일정을 조정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두 기획사가 갈라서게 된 데에는 수익금 배분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형일 옐로우나인 대표는 "사실 우리 회사는 지난 3년 동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열며 6억8000만 원의 적자를 봤다"며 "물론 수익금 문제도 한 원인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후지 록 페스티벌과 글래스톤베리 록 페스티벌 등 해외 유명 록 페스티벌의 상당수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자연 속에서 열린다"며 "우리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통해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공연을 연다는 철학을 펼치고 싶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이런 철학과 맞지 않는 공연을 열고 있다는 생각에 장소를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 ⓒ지산밸리 |
아이예스컴 측은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외 에이전트 사이에서는 '올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다"며 "내년에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하겠지만 일단 올해 공연을 제대로 꾸려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두 기획사의 갈등으로 국내 록 팬과 록 시장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공연장을 자주 찾는 1만~2만 명 안팎의 록 마니아를 놓고 두 기획사가 갈라먹기에 나선 바람에 안 그래도 불황에 시달리는 국내 록 공연 시장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록 팬으로서도 유명 해외 뮤지션을 골고루 만날 기회를 놓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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