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제도는 본래 '아트플러스시네마네트워크 개봉작품 선정 지원 사업'이라는 공식 명칭 하에 영진위가 극장개봉이 어려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선정, 마케팅 비용을 지원해주던 제도다. 2007년과 2008년 보다 많은 독립영화들이 극장에서 개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제도의 도움을 입은 바 크다. 그러나 영진위는 올초 영화계와 별다른 합의 없이 이 제도를 갑자기 폐지해 특히 독립영화 진영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동백아가씨>를 연출한 박정숙 감독이 독립영화, 특히 독립 다큐멘터리의 개봉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이 제도의 폐지를 언급하자, 조혜정 의원은 "현직 영진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이 자리가 편하지 않다"고 운을 뗀 뒤 "2009년엔 빠졌지만 2010년에 다시 부활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이로서 개봉에 어려움을 겪던 상당수의 독립영화들이 다시 극장 개봉에 활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 오늘(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독립영화의 법제화를 둘러싼 토론회가 열렸다.ⓒ프레시안 |
오늘 토론회는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에서 기획해 총 3회에 걸쳐 열리게 될 한국영화 연속 토론회 중 첫 번째 자리로,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과 전 영진위 사무국장이었던 김혜준 대표가 이끄는 창조산업연구원이 함께 주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0년 전만 해도 검열과 정부를 향해 치열하게 싸웠는데 오늘은 법제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문을 열면서, "오늘날의 독립영화는 그 의미를 더욱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제도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넘어서서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고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는 영화를 아우르는 새로운 의미를 덧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도 넓게 독립영화로 볼 수 있다는 것. <워낭소리>, <똥파리> 등의 영화가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두면서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정말 독립영화냐"는 비판을 듣곤 한다는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그렇다고 매번 전세금 빼고 빚내서 만들어야 독립영화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영화들 역시 정부의 지원을 받은 영화들이다. 독립영화가 법제화 된다고 해서 독립영화의 영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 오랫동안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해온 조영각 위원장은 독립영화의 현대적 의미를 재정의하면서 "독립영화 지원은 문화적 다양성과 공공성을 주축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프레시안 |
지정토론자로 나선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과 본지 오동진 편집장은 입을 모아 "영화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위해 독립영화를 법제화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아원재 사무처장은 "격동하는 10년간 검열과 제도로부터는 자유를 얻었지만 시장에 의한 간접적 검열을 더 심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이 독립영화마저 상품으로 포장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공공성이라는 차원에서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동진 편집장은 "독립영화 지원은 전체 영화산업 지원과 함께 가야 하는 문제"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현행 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작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제한상영가 등급과 관련, 법무법인 한결의 박주민 변호사가 현행 등급분류 제도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개선해야 함은 물론 "필요한 경우에 따라 등급분류를 받지 않을 권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자신이 변호를 맡았던 멕시코 영화 <천국의 전쟁>이 또 다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예를 들면서, "제한상영관이 없는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으면 실질적으로 상영할 수가 없게 돼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렇게 반복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의 경우 영화사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거나 각계 다양한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로 하여금 영화를 보고 판단을 내리는 일종의 배심원 제도의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정토론자로 나선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김호정 위원은 "영등위는 현재 민간기관이며 영화에 대한 정보와 등급분류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검열이 혹독했던 과거 때문에 시대와 상황이 변한 지금의 영등위를 너무 편견으로만 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영진위 위원으로 일하기 전 영등위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조혜정 영진위 위원은 "등급을 받지 않을 권리를 도입하는 것"에 동의를 표했다.
독립영화와 관련한 논의가 등급분류 논의
▲ 등급분류에 관해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한결의 박주민 변호사는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프레시안 |
실제로 인권영화제는 작년에 상영관을 찾지 못해 결국 대학로에서 노천 상영을 강행했으며, 올해 인권영화제 역시 청계광장에서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영화제의 경우 영진위 위원장의 추천이 있으면 등급분류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어떤 영화제에 등급분류 면제를 줄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가 영진위 위윈장의 정치적인 편향에 따라 결정될 수 있고 이 역시 실질적으로 사전 검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마저 거부하겠다는 것이 인권영화제의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영화상영은 등급분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영비법의 조항 상, 등급분류를 거부한 인권영화제 영화들이 상영을 강행할 경우 상영 극장 측에서 막대한 벌금을 물 수밖에 없다. 인권영화제가 작년 상영장을 찾지 못한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토론회 자리에 참석한 인권영화제 김일숙 사무국장은 "청계광장에서 치르게 되면서 예년보다 4배의 예산을 쓸 수밖에 없다. 운동의 연장선상으로서 다양한 공동체에서 인권영화를 상영하고 함께 토론하고자 하는 인권영화제의 다양한 활동은 지금의 영비법 조항에 의하면 불법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권영화제에 대한 탄압이자 사전 검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정숙 감독 역시 "독립 다큐멘터리라는 게 정부와 자본에 대해 비판적인 영화들이 많은데 그런 영화들을 위한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다양한 독립영화들이 만들어지지만 이들이 극장에서 개봉할 기회는 적다. 다큐멘터리들은 특히 더하다. 그 중에는 등급분류를 받기 싫어 극장 개봉에 굳이 욕심을 내지 않는 감독들도 많다. 이런 영화들은 결국 영화제에서 두 번 상영하는 것으로 상영이 그칠 수밖에 없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거나 감독이 원하는 경우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공동체 상영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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