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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장관님 왜 특혜를 베푸셨나요?

[오건호 칼럼] '세금 먹는 하마' 인천공항철도의 두 번째 편지

난 인천공항철도다. 두 번째 편지를 쓴다. 나의 하소연을 들어준 분들 정말 고맙다. 방송 시사프로그램, 공중파뉴스, 시사주간지 등 여러분들이 나의 사연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8년간 제대로 말도 못하고 살았는데….(첫번째 편지 : "'7% 철도',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싶다!")

엊그제, 익명의 소포가 배달되었다. 두툼한 문서를 받는 순간 난 직감했다. 내 출생의 비밀이 담겨있을지도 모른다고. 이 자료는 2002년 감사원이 나를 조사했던 결과보고서였다. 친절하게도 주요 항목엔 밑줄까지 그어져 있었다.

문서를 넘기면서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현대건설컨소시엄에 부여된 수익률이 너무 높았다. 게다가 정부는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협약 체결에 급급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과도하게 부여된 민간자본 수익률

▲ 당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가 겨우 되살아났던 현대건설이 인천공항철도 건설을 맡게된 배경은 뭘까? ⓒ연합뉴스
자료를 읽으면서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단어는 현대건설이었다. 이 회사는 나를 만든 민간투자컨소시엄의 주간사이다. 협약이 체결된 날이 2001년 3월 23일이다. 현대건설은 2000년 6월부터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었고, 부도와 워크아웃을 겪은 후 2001년 8월에야 국책은행들의 부채 전환 조치로 겨우 살아났다. 민간투자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인 나를 맡기엔 위험한 기업이었다. 김대중 정부때 현대재벌이 막강했다고 하지만 무언가 꺼림칙하다.

우선 수익률에 대해 말하겠다. 현대건설컨소시엄에게 30년간 보장된 실질수익률이 10.43%였다. 명목으로 따지면 15.95%이다. 당시 시장금리는 어떠했을까? 2001년 3월 기준 국고채(10년) 명목금리가 7%였다. 30년 장기투자에 따른 프리미엄을 아무리 감안한다 해도 장기 채권 금리의 2배가 넘는 수익률은 지나치다.

이리저리 수소문해 얻은 이야기는 나를 당혹케 했다. 당시 민간투자사업 모두가 후한 수익률을 보장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구나! 왜 민간투자사업들 대부분이 지금 예측수요에 크게 못 미치면서 세금을 빼먹고 있는지 알 듯 했다. 민간투자사업에서 수익률은 운영수입으로 보장된다. 수익률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되면 당연히 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예측수요를 부풀렸을 개연성이 큰 것이다.

그런데 민간투자사업 중에서도 나는 특별했다. 당시 체결된 항만, 도로 민간투자사업들에서 나처럼 실질수익률이 10%가 넘는 경우는 없었다. 정부측 서명자인 철도청은 철도사업의 투자위험이 높기 때문에 나에게 후한 수익률을 제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나는 정부가 예상수요의 90%까지 운영보조금을 지급하므로 사실상 투자 위험이 없는 사업 아닌가! 최소운영수입이 보장되는 기간도 나에겐 특별했다. 항만 민자투자사업은 전체 운영기간 50년 중 20년, 인천공항고속도로도 운영기간 30년 중 20년만 운영수입이 보장되지만 나는 운영기간 30년 내내 보장받았다. 이건 정말 땅 짚고 헤엄치는 것보다도 쉬운 사업이다.

민간투자법 어기며 특혜 협약 체결

협약 체결과정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의하면 나는 대형국책사업이어서 정부가 사업계획을 직접 고시해야 하고, 이것이 정해진 상태에서 민간투자자와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런데 철도청은 자신이 직접 수립해 고시해야할 사업계획에서 2단계 노선계획을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위임해 버렸다. 그리고 아직 총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협약에 서명했다. 정부가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법까지 어기는 중대한 일을 벌인 것이다.

얼마전 이명박 정부가 민간투자사업 홍보를 위해 만든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여기서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제도과장님은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민간투자사업에서는 사전에 정해진 공사기간이 연장되거나 총사업비가 늘어날 염려가 적다. 착공 전에 미리 총사업비가 확정되고 공기 연장이나 사업비 증가에 따르는 부담이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라고. 이 분께 묻고 싶다. 혹시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을 아십니까?

법 위반은 이것만이 아니다. 민간투자법에 따르면 처음 정부가 고시한 내용과 다르게 사업이 추진될 경우 사업계획을 다시 고시 한 후 협약이 체결돼야 한다. 그런데 나의 경우 이 절차가 모두 무시되었다. 협약 체결 시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제출해야할 타인자본 대출확약서는 애초 고시와 달리 미루어졌고, 나에 대한 철도청 출자지분 몫도 민간투자자가 요구하자 고시와 다르게 증액되었다. 심지어 고시에는 없던 경의선 복선전철화공사도 현대건설컨소시엄에게 돌아갔다. 내가 출생과정에서 이렇게 막 다루어졌다니 정말 서글프다.

왜 특혜를 베푸셨나요?

우연이라고 하기엔 이상한 일이 또 벌어졌다. 지난번 편지에서 말했듯이, 정부 책임자인 김윤기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은 협약 체결 이틀 후 장관직을 사임했다. 그런데 당시 정부를 대표해 협약에 서명했던 정종환 당시 철도청장도 그 후 일주일만에 철도청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국책 부실 협약을 성사시키고 두 주인공이 공직에서 사라진 것이다. 알다시피,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금 나의 주인, 인천공항철도 사장님이고, 당시 철도청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운하 건설 민간투자사업을 진두지휘하시는 교통해양부 장관이다.

문서를 읽으며 화가 났다. 당시 감사원은 이 사실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사원이 내린 조치는 주의, 통보에 불과했다. 건설교통부 장관과 철도청장은 민자유치사업을 법령에 의거하여 추진하라는 '주의 촉구'를 받았고, 철도청장은 다른 민자유치사업과 형평성에 맞게 수익률을 결정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감사원의 감사가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통과의례였던 셈이다.

그래도 떳떳하진 못했던 모양이다. 감사원 자료를 보면, 두 기관은 내내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인천국제공항철도 사업은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된 일이고, 이후 모든 업무가 철도청으로 이관되었으므로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전적으로 철도청의 책임이라고 한다. 반면 철도청은 당시 건설교통부가 인천공항철도를 민자사업으로 건설하겠다고 결정하고 빨리 사업을 추진하라고 재촉해 이를 따르다보니 불가피하게 법을 어기게 되었다고 변명한다. 정부끼리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말할 때다

이 편지를 읽는 당신들도 내 출생의 비밀이 궁금할 것이다. 당신의 세금이 새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너무 오래된 일이고 자료도 충분치 않아 진실을 찾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나도 언제까지 내 과거를 쫓으며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까지 탐문으로 내 출생의 비밀을 캐낼 첫 질문은 명확해졌다.

'왜 그들은 현대건설컨소시엄에 특혜를 부여했을까?'

모두가 이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두 분이 나설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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