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난 기고에서 밝혔듯이, 한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과 관련해서, WTO가 보장하는 검역주권을 가지고 있다. 곧 한국은 국제법적으로 OIE 기준에 대한 세 가지 선택권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는 그 기준을 그대로 받는 것("confirm to")이요, 둘째는 그 기준을 토대로 하는 것("base on")이요, 셋째는 그 기준을 토대로 한 것보다도 더 높은 검역 기준을 설정하는 것("a higher level than would be achieved by measures based on OIE")이다 (WTO 위생검역 협정 3.1-3.3조).
이러한 검역 주권을, 한국은 유럽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 기준을 설정하는 데에서도 동일하게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일 한-유럽 FTA에 한국이 검역 조건(import health requirements)을 OIE 기준에 따르거나 혹은 이를 토대로 해서(base on) 설정하기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면, 이는 당연히 한국이 유럽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검역 기준을 정하는 데에도 적용되어 한국의 검역주권을 제약한다.
▲ 한-유럽 자유무역협정(FTA)에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서 혹은 이를 토대로 검역 조건을 정한다'는 조항이 있다면 미국산 쇠고기처럼 유럽산 수입을 막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뉴시스 |
그러므로 <한겨레>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유럽 FTA는 한국의 국제법상 검역 주권을 제약하며, 이에 따라 한국이 유럽산 쇠고기에 대해 광우병 검역 기준을 설정할 주권 역시 제약 당한다. 그 결과는 결국 유럽산 쇠고기 수입일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한-유럽 FTA 초안에서 OIE의 국제 기준(international standards)이나 검역 조건(import heath requirements), 또는 동물 질병 관리 등급(animal health status)과 관련된 조항이 만일 있다면 이는 즉시 공개해야 한다. 이 조항들이 내가 지난 기고에서 말한 "유럽산 쇠고기 검역에 적용될 조항"들이다.
이렇게 본다면, 외교통상부 장성길 1등 서기관이 나의 주장을 놓고 한-유럽 FTA는 "쇠고기의 검역 기준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으며, "단지 개인적인 추측에 근거하여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태는 지양되어야"한다고 말한 것은, 내가 보기엔 본질을 많이 비껴간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한미 FTA에서 이미 잘 보았듯이, 한-유럽 FTA에 유럽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느니, 또는 수입 조건은 30개월령 미만으로 하겠다느니 하는 그런 조항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것은 우리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 문제에서 이미 많이 보았듯이 '정운천 고시'류에 들어가는 조항이다. 그리고 장 서기관이 국민 불안감 조성 운운한 것에 대해선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보다 진일보한 소통을 위해 외교관들에게 이렇게 묻고자 한다.
첫째, <한겨레>가 보도한 조항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가?
둘째, 한-유럽 FTA 초안에 위생 검역의 국제 기준(international standards)과의 관계나 검역 조건(import heath requirements), 또는 동물 질병 관리 등급(animal health status)을 다루는 조항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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