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언 유착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 'X파일'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이 삼성그룹에 집중된 가운데 참여연대가 삼성그룹의 '이너서클'을 분석·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참여연대는 3일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를 해부한다'란 제목의 장문의 보고서를 통해 "고위공직자의 삼성행이 공익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이너서클', 관료-학계-법조인이 대부분**
'삼성공화국'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던 참여연대가 올해 말 출판 예정인 '(가칭) 삼성백서'의 첫 번째 보고서로 삼성의 인적네트워크를 분석한 자료를 공개한 것.
참여연대는 삼성의 이른바 '인적 네트워크'를 △삼성에 취업한 고위공직자(5급 이상)·법조인·언론인 △삼성 계열사의 사외이사 △삼성 관련 재단이사 △삼성출신 고위공직자·법조인·주요 경제학회 임원 등의 4개 범주로 나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인적 네트워크에 포함된 인원은 총 278명으로 사외이사 형태(35.6%)가 가장 많았고, 이에 뒤이어 재단이사(30.6%), 삼성 취업 고위공직자(15.8%)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24.8%)이 압도적이었고, 서울대(58.5%)-경기고(11.2%) 출신이 가장 많았다.
또한 경력별로 살펴보면, 관료(34.1%), 학계(29.6%), 법조인(20.1%)이 대부분을 차지해 대부분의 다른 기업들이 경제인, 회계사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과 차이를 보였다. 특히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에는 사회운동가 출신(2.0%)도 포함돼 있어 사회 각 분야에 폭넓은 관계망을 갖고 있는 점이 두드러졌다.
***참여연대, "사익 위해 (준)사법기구 고위공직자 집중 영입"**
참여연대가 분석 제시한 삼성 인적 네트워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삼성에 취업한 공직자 10명 중 8명이 (준)사법기구 출신이라는 대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여년 동안 삼성에 취업한 공직자는 모두 74명으로 행정부 공무원 47명과 전직 판검사 27명이었다. 이 중 61명(82.4%)이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행정감독기구나 경찰·검찰·법원과 같은 (준)사법기관 출신이었다.
<표 1>
그동안 삼성은 이같은 고위공직자 영입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과 관련 "기업 운영에 필요한 우수한 인적자원 유치는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이번 보고서에 드러나듯이 삼성의 인적자원 유치는 △사업수행 또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유발되는 각종 법률적 위험요소를 관리하고 △재벌·금융정책 등의 정부정책을 포함한 경영환경 전반을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이 지난 1994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면서 산업자원부(당시 통상산업부) 관료들을 집중 영입(4명)했다가 자동차사업을 정리한 1999년에는 산업자원부 관료를 단 1명만 사외이사로 영입한 대목은 이같은 시각에 신빙성을 더해준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일부 영입인사,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도 있어"**
참여연대는 또 삼성의 고위공직자 영입과정에 일부 위법의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 모 현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1국장으로 재직하다 같은 해 삼성전자에 취업했다. 공정위 조사1과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집단의 부당지원 및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를 주업무로 하고 있다.
이 모 삼성전자 상무 역시 과거 수원지검 검사 재직 당시 삼성전자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소한 정모씨를 구속 기소한 뒤, 이 사건이 수원지법에 계류 중이던 2002년 12월 삼성전자 상무보로 취업했다.
<표-2>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공직자 윤리법의 허술한 틈을 타서 삼성그룹이 고위 공직자 일부를 위법 소지가 있음에도 영입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공익을 위한 정보가 사익을 위해 전용될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의 기업진출을 규제하고 있는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직자가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기업에 취업하려면 퇴직일로부터 2년이 지나야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기업의 고위공직자 영입 정당성 논란 일 듯**
이번에 참여연대가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를 분석한 보고서는 삼성의 외부인사 영입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삼성관련 보고서를 발표한 최한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팀장은 "공직자는 공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이유로 고급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대거 삼성에 취업하면서 공익을 위한 정보가 사익에 봉사하는 위험스러운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삼성은 '능력있는 개인'을 영입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고위공직자의 '능력'은 개인의 능력이라기보다 국가가 공익을 위해 활동하라고 부여한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삼성 등 사기업의 고위 공직자 영입 과정에 보다 엄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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