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협정문 보지 않았으면 입 닫으라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협정문 보지 않았으면 입 닫으라니…

[재반론] "또 비밀을 지키다 들키려고?"

혹시 모를 오해를 피하기 위해 도입부의 미국 이야기는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 시즌 3의 에피소드 중 일부임을 먼저 밝혀둔다.

미국 백악관이 정보공개 여부를 두고 충돌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 일의 시작은 다우너 소(기립불능 소)다. 우발적으로 금지된 사료를 먹고 18개월 전에 격리된 네브라스카 주 오갈라라 소들 중 한 마리가 신경장애를 보이며 똑바로 서지를 못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1차 조사를 위해 다오너 소의 세포를 아이오와 주 국립수의학연구실과 영국 중앙수의학연구소에 보낸다. 아이오와의 첫 번째 실험 결과는 '양성 추정'이다. 영국 연구소의 실험 결과가 도출되기까지는 72시간이 소요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1차 실험 결과를 공개할지를 두고 백악관 내에서는 격론이 벌어진다. 백악관 대변인을 맡고 있는 CJ는 현재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다음의 세 가지다.

▲ 웨스트윙 시즌3 <쿠마의 여인들>에서 백악관 대변인 CJ는 '국민들은 희생자가 아닌 전사들이 되길 원한다'며 광우병 추정 소에 대한 1차 실험 결과의 공개를 주장한다. ⓒ프레시안

"첫째, 국민은 자신의 대통령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생명과 관련된 정보를 숨긴 걸 알면 용서하지 않을 거고요. 둘째,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들은 자신들이 희생자가 아닌 전사들이 되길 원합니다. 셋째, 알면 자신감이 생기지만 침묵하면 공포만 생깁니다. 이상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당시 '100만 촛불'을 광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사태를 악화시켰던 이명박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충고다. (웨스트윙 시즌 3, '쿠마의 여인들(The Women Of Qumar)')

광우병 발생국 아일랜드 등 유럽산 쇠고기도 수입될까

광우병을 둘러싼 정부의 '밀행주의'가 빚어낸 논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에이스' 송기호 변호사가 다시금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한-EU FTA 검역조항이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맞게 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 SPS 협정에서 보장하고 있는 우리의 검역주권을 침해하여 아일랜드 등 유럽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외교통상부는 4월 30일 프레시안에 '송기호 변호사를 반박한다'는 반론을 실었다. 정부 측 반박문의 주요 요지는 '협정문이 공개되면 밝혀질 문제에 대해 근거없는 무리한 추측을 공개적으로 되풀이하지 말라'는 것이다.

협정문을 본 외교통상부는 협정문을 알기에 자신감이 있다. 하지만 협정문 내용을 모르는 국민은 공포심이 생긴다. 이러한 국민의 공포심을 방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에이스' 송기호 변호사가 나섰다. 정부 말마따나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잠정적인 합의를 이룬(3월 24일 8차 협상 뒤 기자 회견, 이혜민 수석대표)" 한-EU FTA의 검역 조항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기밀 유지만큼이나 중요한 정보 공개

통상협정 추진에 있어서 정보의 공개가 갖는 중요성은 협상전략 유출 방지를 위한 기밀 유지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정부의 밀행주의는) 과거 자유무역협정의 추진과정을 어렵게 만든 결정적 요인 중에 하나였다. 정보에 대한 적절한 단계에서의 사전 공개와 의견수렴과정을 무시한 결과 대내협상의 주체와 사안을 지나치게 확대시킨 사례도 있었다."(기획재정부 연구용역, <통상협상 지원 및 국내절차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방안에 관한 연구>, 2008년 7월 10일)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 역시 제시되어 있다. 적절한 단계별 정보공개 범위를 설정하여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공개하자는 것이다.

"정보공개는 대국민 홍보를 통한 국민의 공감대 형성에 도움을 주는 큰 요인이다. 다만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통상협정 추진에 있어서 국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또한 상대국에 불이익을 줄지도 모르는 정보가 있는 단계에서,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이 되어 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단계별 정보공개 범위의 설정이 필요하다." (동 보고서)

이와 같은 정부의 연구용역결과에 대해 외교부는 아직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협정문 검역조항의 공개를 통해 '대국민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협정문을 보지 않았으면 입을 닫으라'고만 한다. 송기호 변호사의 지적은 정부의 밀행주의가 빚어낸 논란이다. 송 변호사의 무리한 추측을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EU FTA 검역조항을 공개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밀행주의에 대한 CJ의 한탄이다.

"몇 번이나 비밀을 지키다가 들켜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