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과 '절반의 승리'에 그친 민주당이 숨 돌릴 틈 없이 원내대표 경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재보선이 사실상 각 당 내부의 계파 대결 양상으로 치러진 탓에 원내대표 경선은 더욱 선명해진 계파 갈등의 '2라운드'를 의미한다.
한나라당 : 김무성 원내대표론, 관건은 'MB 의중'
5월 내에 치러질 한나라당의 원내대표 경선구도는 4.29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다르다. 당초 안상수, 정의화, 황우여 등 '4선 트리오'가 거론됐지만, 재보선 참패 후 친박계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의 주가가 급상승하는 양상.
이는 재보선 참패 후 몸값이 높아진 박근혜계의 위상을 반영한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박근혜 끌어안기' 실패로 맞춰지면서 어떤 식으로건 박 전 대표에게 유화적 손길을 뻗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김무성 의원도 계파 간 암묵적 합의로 추대에 가까운 여건이 마련되면 나설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원내대표 경선을 가장 왕성하게 준비해 온 안상수, 정의화 의원에게는 부담이다.
이명박계에서도 강성 이미지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안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게 될 경우 박근혜계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홍준표 원내대표 직전에 원내대표를 지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 이같은 안 의원의 약점을 계파 화합을 내세우며 파고든 정의화 의원도 아예 박근혜계에 원내대표 자리를 내주자는 '김무성 원내대표론'의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원내 사령탑 자리가 계파 배려 차원에서 좌우될 성질의 것이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고, 미디어법 등 6월 국회에서 여야 격돌이 예상되는 쟁점법안이 남은 상황에서 이를 힘 있게 밀어붙일 사람이 아직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갑론을박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6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의 조찬 회동이 주목된다. 윤상현 대변인이 1일 "당청회동을 통해 당 내부 정비를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 대통령은 이 자리를 빌어 당 쇄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당직개편 등 인적 쇄신의 초점이 박근혜계와의 관계 개선으로 떠오른 가운데, 결국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의 현실적인 힘을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 '鄭-丁 갈등', 원내대표 경선 향배 따라 출렁
민주당은 오는 15일 원혜영 원내대표의 후임을 선출키로 하고 1일 선거 공고문을 냈다. 재보선에서 1합을 겨뤘던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축으로, 주류와 비주류가 재격돌할 조짐이다.
주류에선 3선의 김부겸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3선의 박병석 정책위의장과 4선의 이미경 사무총장도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모두 정동영 전 장관의 재보선 출마를 반대했으며, 그의 조기복당에도 부정적이다.
비주류에선 일찌감치 3선의 이종걸 의원이 출사표를 던져놓은 상태.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 공동대표인 이 의원은 재보선이 끝난 뒤에도 정세균 체제에 대한 비판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으며 정 전 장관의 복당 문제도 현 지도부가 대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3선의 이강래 의원도 비주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당내 세력 지형 변화와 직결돼 정동영 전 장관의 향후 거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세균 대표가 5월부터 '뉴민주당 플랜'을 공격적으로 논의에 붙일 것을 예고한 만큼 새 원내사령탑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뉴민주당 플랜'의 향배도 달라질 수 있다.
뉴민주당 플랜은 전국정당화에 대한 정 대표의 의지가 녹아 있다. 또한 '성장'과 '번영'을 모토로 이념적 중도를 민주당의 좌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남권이나 개혁 성향의 비주류와 마찰이 불가피하다. 이종걸 의원이 개혁성의 탈각에 주목하며 뉴민주당 플랜에 비판적인 대표적 인사다.
결국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정세균-정동영 공천 문제로 촉발된 내분이 '수도권 대 호남권', '중도 대 개혁'으로 포괄되는 계파 갈등의 심연으로 치닫는 촉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