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지난 1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플러스 성장률로 회복하자 여기저기 기대에 부푼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경기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1분기 플러스 성장률로 돌아선 것은 재정과 환율효과 때문이라는 지적. 하반기까지 이 효과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정책효과 공백'이 예상되는 3분기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1분기 재정 28.4조 늘어…남은 재정 증가분은 10조에 불과
미래에셋증권의 박희태 이코노미스트는 27일 "경기 회복세 지속이 어려운 세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고 "환율효과와 정책효과 모두 1분기가 정점이었다"면서 "환율 및 정책 효과 여진과 함께 2분기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3분기는 만만치 않은 경기 어려움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추경(추가경정예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1분기 재정지출 확대가 대규모로 이뤄졌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며 "상반기 대비 하반기 재정효과는 축소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1분기 재정지출 증분은 전년 동기 대비 28.4조 원에 달했다. 추경을 감안하지 않은 2009년 예산에서 총지출 증분이 21.7조 원. 이미 총지출 증분을 넘어서는 돈을 푼 셈이다. 추경을 감안하더라도 남은 기간 재정 지출 증분은 전년 대비 10조 원 남짓한 수준에 불과하다. 28.9조 원의 추경 중 11.2조 원이 성장률 예측을 잘못한 데 따른 세수 감소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정책 효과가 컸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부지출과 건설투자 증가율이 높았다는 데 근거한다"며 "정부지출과 건설투자는 각각 전분기비 3.6%, 5.3% 증가해서 GDP 성장에 각각 0.6%p, 1.0%p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투자에 증가에 대한 정책 효과는 1.0%p 이상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1~2월 건설기성액을 보면, 공공 부문 건설이 29% 증가한 반면 민간 부문 건설은 5% 감소했고, 토목 건설이 55% 증가한 반면 건물 건설은 7% 감소했다. 정책 효과가 없었다면 건설투자는 전분기 대비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상반기 집중 재정 집행 계획이 있으므로 2분기까지 재정 확대 효과가 유지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1분기만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3분기는 재정 정책 효과의 공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환율효과, 이미 정점을 지나왔다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의 급등)로 인한 수출 증가 효과 역시 1분기에 정점을 찍었다고 박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그는 "환율이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일정 기간 시차가 있지만, 환율이 순수출의 GDP 성장 기여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즉각적"이라면서 "순수출 성장 기여도는 이미 정점을 지나왔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환율이 재차 급등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면 순수출의 GDP 성장기여도는 앞으로 악화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고 덧붙였다.
영국 세율 인상, '글로벌 정책공조 균열'의 신호탄
그는 또 하반기 경기 회복의 중요한 변수인 선진국의 경기부양 정책 공조도 깨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밝힌 것이 균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 최근 영국의 국가 부도가능성이 자국내 초콜릿회사보다 높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영국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영국 국채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가산금리는 0.95%포인트까지 치솟아 0.5%포인트에 불과한 영국 초콜릿 회사 캐드베리의 2배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유로존, 일본 등에서 재원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이 대규모로 늘어가고 있어, 영국은 최근 국채 발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영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마이너스 4.1%, 마이너스 0.4%로 전망했다.
따라서 영국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2010년부터 연소득 15만 파운드 이상 고소득자의 세율을 기존 40%에서 10%포인트 올리는 등 세율 인상 계획을 발표할 수 밖에 없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재정을 아끼려다가 당장 금융부실이 더 늘어나 금융권에 대한 지원 규모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는 점,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왑을 맺고 있어 정책공조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영국이 재정건전화를 위해 당장 긴축적 스탠스로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자국 재정 여건 때문에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 헝가리 등에서 세율인상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이같은 움직임이 유럽 대륙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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