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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에 대한 한국사회 주류의 사무치는 분노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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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에 대한 한국사회 주류의 사무치는 분노를 보며

[기고] 그래도 '장자연 리스트'의 어느 언론사주보다는…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을 폐쇄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밝힌 절망과 자책을 접하는 심정은 내내 무참했다. 더 이상 자신은 지지자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고,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었다고 토로하는 전 대통령의 고백을 읽는 시간은 고통스러웠다. 지지자들에게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호소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진한 안쓰러움이 몰려왔다.

재임 기간 내내 좌우 양 진영에서 협공을 당해 외롭고 고단한 처지였던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불거진 추문(醜聞)을 둘러싸고 그에게 쏟아진 윤리적 매질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을 만큼 강력하다. 그의 범죄 혐의은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설령 그가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것처럼 위법행위를 했다고 해도 지금 그에게 가해지는 도덕적 비난이 그에 걸맞는 수준인지 의문이다. 그렇지만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제는 그 수가 많이 줄어들어 여론에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도 못하는-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런 사정들은 그리 의미있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노무현은 실패한 대통령일지 모른다.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 비대신문들이 입만 열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타령에 동의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좌파여서는 더더욱 아니다. 나는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청사진을 갖지도 못한 채, 현대판 계몽군주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에 시대를 비월해 분권과 자율이라는 수단에 의존해 개혁의 목표와 방향과 완급을 희미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가 실패한 대통령일지 모른다고 평가한다.

물론 그의 재임기간 중에 빛나는 치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표방했던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철저히 실패했다. 여전히 삼성의 '절대군주'는 건재하고, 조중동 등 비대신문은 여론시장을 좌우하고 있으며, 검찰은 또 하나의 정부(政府) 노릇을 하고 있고, 강남 불패신화는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노무현이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이런 식으로 잊혀져서는 안된다. 마치 자신들은 아무런 죄도 저지르지 않은 표정을 하고 노무현을 매섭게 단죄하는 한국사회 주류의 작태는 이중으로 잘못됐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고, 수법이 너무나 치졸하다. 일치단결해 '노무현 타도'에 나선 한국사회 주류의 결연한 태도에서 노무현에 대한 이들의 사무치는 적개심과 증오심을 읽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기실 노무현이 한국사회 주류에게 가한 공격이라고 해 봐야 말에 기댄 것 뿐이었다. 노무현은 한국사회 주류의 안온한 일상을 털끝만큼도 위협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상고 출신 대통령을 향한 한국사회 주류의 분노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크다. 혹시 집에서 부리던 머슴이 성공해 주인집을 합법적으로 차지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주인집 아들의 심정이 아닐지?

아무튼 한국사회 주류의 시도는 현재까진 멋지게 성공했다. 노무현은 재기불능의 상처를 입었고 '장자연 리스트', '용산참사' 등 치부들은 빠르게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 국민들에게 "그 놈이 그 놈이다"라는 정치혐오증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은 덤이다.

노무현은 극복되어야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의 뒤꼍으로 퇴장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사회 주류에 의해 또 그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당하는 모양새여서는 곤란하다. 노무현이 아무리 형편 없다 한들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해당 언론사' 만큼,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 자자손손 특정 기업을 지배하려는 '회장님' 만큼 형편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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