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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연합? 무소속이 웬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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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무소속 연합? 무소속이 웬 연합?"

[4.29 현장] 정동영 '완산갑' 승부수, 통할까?

"인천부평과 완산갑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기면 정동영은 어떻게 될까?"
"이인제랑 맞고나 쳐야지 뭐. 하하."

전주 완산갑에 출마한 무소속 신건 후보 캠프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많았다. 열심히 품앗이 중인 '정동영 사람들'이다. 정동영 후보는 사실상 두 곳 지역구 선거를 뛰고 있는 셈이다. 길에 걸린 신 후보의 현수막에는 '정동영-신건 연합'을 결성할 때 정 후보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 박혀있다.

신 후보 입장에선 백번 이해된다. 전주에선 '정동영의 힘'을 최대한 끌어당기는 게 실리다. 하지만 정 후보 입장에서 보면 선뜻 이해가 쉽지 않다.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수치가 말해준다. 신 후보는 민주당 이광철 후보에게 여전히 두 자릿수 이상으로 뒤져있다. 그런데도 정 후보는 '무소속 연합'이란 이름으로 완산갑에 승부수를 띄웠다. 신 후보가 패하면, 캠프 관계자의 농담대로 정 후보는 이인제 의원과 맞고나 쳐야 할지 모를 일인데도.

21일 정 후보는 신건 후보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 "신건 후보가 실패하면 정동영 복당은 어렵게 된다. 신건이 살아야 정동영이 산다. (…) 친노 386을 퇴출시키고 전주에 신건의 깃발을 꽂는 것은 정동영 복당의 깃발을 꽂는 것이다."

▲ 무소속 연합을 선언한 정동영, 신건 후보 ⓒ프레시안
잘 살펴야 한다. 정동영에게 복당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복당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노림수는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시작될 '복당 투쟁'의 '정치적 효과'에 있다. 민주당에 '정동영 복당'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던져놓고 정세균 체제가 무너질 때까지 흔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선이 떼 놓은 당상인 자신보다 '신건의 역전승 효과'가 더 크다. 그래서 '무소속 연합'은 재보선 이후의 더 큰 싸움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신건 출마부터 무소속 연합까지, 치밀하게 짜인 기획의 냄새가 짙었다. 정동영 후보 주변엔 '작전'에 능한 사람들이 많다. 그가 대선 패배 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적어도 당내 정치에선 그를 당할 사람과 세력이 없었다. 완산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후보들이 줄줄이 신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한 것에서도 '작전'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 격차임에도 완산갑의 판세를 예단하기가 쉽지 않은 건 '선수'들의 현란한 몸놀림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지율 격차 때문인지 캠프에서 만난 이광철 후보는 일단 여유를 보였다. "나는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압도적 지지로 선출된 후보다. 지지를 확신한다"고 했다.

▲ 박주선 최고위원의 격려 방문을 받은 이광철 후보(좌) ⓒ프레시안
하지만 완산갑이 정동영의 영향권으로 깊숙이 빨려든 데에는 견제의 눈초리를 보였다. 그는 "무소속 연대? 시민들은 '이치가 맞지 않다'고 말한다. MB정부를 막아야 할 때 민주당을 흔드는 것은 MB정부를 도와주는 것이라고들 한다"고 했다. 또한 "무소속 후보들이 사퇴하는 걸 보니 무슨 거래를 하는 것 같은데, 사실이라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탈당시켜서 줄 세우는 것은 정치 도의상 낯 뜨거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신건 후보는 이 후보에게 '친노'라는 꼬리표를 달아 연일 맹공이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나는 노 대통령을 좋아한다. 소신과 정책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말 친노가 누구인가?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하고 혜택을 누린 사람은 정동영 아니냐"고 받아쳤다.

"무소속 연합? 글쎄…"

무소속 연합이니, 친노니 하는 정치적 복선이 잔뜩 깔려 있는 복잡한 선거구 완산갑. 거리로 나서봤다.

평화동 사거리에서 입성이 깔끔한 40대 남성에게 '무소속 연합'을 아느냐고 말을 붙여봤다. "들어봤다"고 했다. 신건 후보의 야심작이 슬슬 먹히고 있는 걸까? 잘한 일 같으냐고 물으니 "무소속이면 혼자 하겠다는 거 아닌가? 무소속이 무슨 당도 아니고 연합을 한다는 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정동영 힘을 좀 얻어 보려는 거 같은데 떳떳하지 못하다"고도 했다.

잡화점 가게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신건, 이광철 등 출마한 주요 후보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무소속 연합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피했다.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게 아니라 가치 평가를 유보한 뉘앙스였다. 그는 이광철 후보에게 우호를 표했다.

이처럼 젊은 사람들에게서 무소속 연합의 파괴력을 감지하기는 아직까지 힘들었다. 하지만 남부시장으로 가는 길에 60대 택시기사 진순호 씨는 "정동영이 도와주면 신건이 좀 낫지 않겠냐"고 했다.

이광철 후보가 친노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니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대한 견해를 답으로 돌려줬다. "돈 먹은 건 잘못 했지만, 아들, 조카사위, 마누라까지 잡아넣으려고 하면서 완전히 진을 빼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을 감옥 보내면 나라 망신밖에 더 되냐"며 이같이 말했다. 고개를 들고 있는 '노무현 동정론'을 직접 확인하고 나니 정동영, 신건 후보가 이광철 후보와 민주당 당권파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은 '친노' 꼬리표 붙이기가 효력을 발휘할지 의심스러웠다.

남부시장에서 벽지 가게를 하는 70대 상인은 "이광철도 인상이 괜찮긴 하던데, 신건은 난 사람이다. 사람들 얘기로는 신건이 될 거라고 하더라"고 했다. 무소속 연합 같은 복잡한 얘기는 별로 관심 없어 보였다.

한나라당 태기표 후보 지지자도 있었다. 수건 등을 파는 가게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상인들에게 선거 얘기를 물으니 대부분 뚱한 반응을 보였으나 한 상인은 "나는 이번에 한나라당 찍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이랬다. "시장 돌아봤으면 다들 손 놓고 있는 것 봤을 거 아니냐. 지금이 4시인데 저녁거리 사러 나오는 사람도 없다. 우리 사람이라고 찍어 줘봐야 돌아오는 거 하나 못 봤다."

실제로 그랬다. 5월이 코앞인데 찬바람이 돌풍으로 불던 그날, 남부시장 어딜 가도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손님맞이를 포기한 듯한 상인들 표정이 더 차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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