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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압수수색은 '헐리우드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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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압수수색은 '헐리우드 액션'

[김종배의 it] 검찰의 진짜 목적은?

정말 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MBC로 달려가면 취재 원본을 손에 쥐고 소환조사에 불응한 PD와 작가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검찰은 정말 그렇게 순진무구한 걸까?

검찰이 찾아간 곳은 MBC 본사다. 노조원이 사방에 깔려있는 곳이다. 검찰이 영장 집행 인원을 20명에서 40명으로 늘린다고 해서 노조의 스크럼을 뚫을 수가 없다. 게다가 검찰의 'PD수첩' 수사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한 노조가 자진해서 스크럼을 풀 리도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거듭 두 번이나 무력하게 허탕 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당위라고 할지 모른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집행하는 건 사법기관의 의무이자 당위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엄정한 법집행에 실효성을 따지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힐난할지 모른다.

그래도 해야 겠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영장 집행의 실효성과 검찰의 순진성을 짚는 걸 포기할 수 없다.

하나. 법원의 영장 발부 이전에 검찰의 영장 청구가 있었다. 검찰이 마지못해 영장집행 무산 장면을 감상한 게 아니라 자진해서 그런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둘. 아주 유효적절한 방법이 있는데도 쓰지 않았다. 경찰 몇 개 중대를 동원해 법집행을 가로막는 조합원들을 제압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고난'을 자초한 것이다.

이게 근거다. 검찰의 영장 집행 시도는 '헐리우드 액션'이고 실제 목적은 다른 데 있다고 보는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프레시안

그럼 뭘까? 검찰의 진짜 목적은 뭘까?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흐름과 시점이다.

검찰이 1차로 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8일, MBC는 시끄러웠다. '뉴스데스크' 앵커 신경민 씨와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MC 김미화 씨의 교체문제를 놓고 MBC가 술렁이고 있었다. 경영진과 기자·PD가 대립하고 있었다.

검찰이 2차로 영장 집행을 시도한 오늘, MBC는 역시 시끄럽다. 신경민 씨 경질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27일로 예정된 방송문화진흥회의 엄기영 사장 해임안 처리 문제를 두고 MBC는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시점과 흐름이 이렇다. 검찰은 MBC가 '내우'를 앓고 있을 때만 골라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내우'를 앓는 MBC에 '외환'을 보탠 것이다.

또 하나 살펴야 할 요인이 있다. 대립축이다.

MBC의 '내우' 상황을 연출하는 대립축은 노조원 대 경영진이다. 경영진은 'PD수첩' 사과방송을 강행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했다. 경영진은 방송 진행자 교체를 강행하려 했고 기자·PD는 이에 반발했다.

부각된다. 이런 대립축 사이에 검찰이 끼어들면 '노영방송' MBC가 부각된다. 사장의 인사권 행사를 가로막더니 급기야 법집행까지 가로막는 노조원의 '무도함'이 전파되고, 더불어 '노영방송'의 악폐가 각인된다. 이런 이미지 전파를 자임할 언론사는 줄 지어 서 있다.

얻는 게 적잖다. 이렇게 되면 취재 원본은 손에 넣지 못해도 무형의 진지는 품에 안는다. 미디어법 개정을 앞두고, 미디어법 개악 저지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MBC 노조를 '중립지대'에 있는 국민들에게서 떼어놓을 수가 있다.

소득이 이렇게 쏠쏠한데 굳이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경찰병력을 동원해 MBC를 장악하는 초강수를 둬서 '언론탄압'의 이미지를 뒤집어쓸 이유가 없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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